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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가난 – YES24
그후 미8군의 PX 초상화부에 취직하여 일하다가 그곳에서 박수근 화백을 알게 된다. 1953년 직장에서 만난 호영진과 결혼하고 살림에 묻혀 지내다가 훗날 1970년 불혹의 나이가 되던 해에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 이후 우리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까지 뼈아프게 드러내는 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긋고 있다. 박완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적절한 서사적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우면서도 품격 높은 문학적 결정체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우리 문학사에서 그 유례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언어의 보고를 쌓아올리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녀는 능란한 이야기꾼이자 뛰어난 풍속화가로서 시대의 거울 역할을 충실히 해왔을 뿐 아니라 삶의 비의를 향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구도자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작가는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느낀 기쁨과 경탄, 감사와 애정을 담아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펴냈다. 「친절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했던 글도 함께 실어 노작가의 연륜과 성찰이 돋보이는 글을 선보였다. 1993년부터 국제연합아동기금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1994년부터 공연윤리위원회 위원, 1988년부터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 『엄마의 말뚝』으로 제5회 이상문학상, 『미망』으로 대한민국문학과 제3회 이상문학상,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제38회 현대문학상 등을 받았다. 2006년, 문화예술인으로서 처음이자 여성으로서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룬 데뷔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아저씨의 훈장』,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을 비롯하여 70년대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그린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까지 저자는 사회적 아픔에 주목하여 글을 썼다. 『살아있는 날의 시작』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작가는 행복한 결혼은 어떤 형태인가를 되묻게 하는 소설인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 점점 독특한 시각으로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또 장편 『미망』,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에서는 개인사와 가족사를 치밀하게 조명하여 사회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25 thg 7, 2007 — 이 문학선집에는 박완서가 1970년대에 주로 쓴 단편들을 엮었다. 제목이 말해주듯 모두들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을 담고 있지만 박완서의 특유의 따뜻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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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가난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등 심각한 가난을 겪는다.
그후 미8군의 PX 초상화부에 취직하여 일하다가 그곳에서 박수근 화백을 알게 된다. 1953년 직장에서 만난 호영진과 결혼하고 살림에 묻혀 지내다가 훗날 1970년 불혹의 나이가 되던 해에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 이후 우리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까지 뼈아프게 드러내는 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긋고 있다. 박완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적절한 서사적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우면서도 품격 높은 문학적 결정체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우리 문학사에서 그 유례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언어의 보고를 쌓아올리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녀는 능란한 이야기꾼이자 뛰어난 풍속화가로서 시대의 거울 역할을 충실히 해왔을 뿐 아니라 삶의 비의를 향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구도자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룬 데뷔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아저씨의 훈장』,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을 비롯하여 70년대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그린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까지 저자는 사회적 아픔에 주목하여 글을 썼다. 『살아있는 날의 시작』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작가는 행복한 결혼은 어떤 형태인가를 되묻게 하는 소설인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 점점 독특한 시각으로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또 장편 『미망』,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에서는 개인사와 가족사를 치밀하게 조명하여 사회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배반의 여름』은 1975년 9월에서 1978년 9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조그만 체험기」, 「흑과부黑寡婦」,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등에서 볼 수 있듯이 박완서가 그리는 모성의 힘은 실로 놀랍다. 성균관대에서 열린 ‘2006 호암상 수상자(예술상) 초청 강연회’에서 박완서는 이렇게 말했다.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박완서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풀어내는 모성의 힘은 힘센 것들만이 권력을 쥐고 판을 치는 현대산업사회에서 뒤로 처진 자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위무해준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는 1987년 1월에서 1994년 4월까지 발표되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가족의 죽음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네 개나 있는데 그중「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남편의 죽음을,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아들의 죽음을 담고 있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체로 되어 있는데 담담하게 이어가는 주인공의 목소리에서 가슴이 메어지는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저녁의 해후』에는 1984년 1월부터 1986년 8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해산바가지」, 「애 보기가 쉽다고?」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여기에서 나타나는 하층민들의 인간애는 가진 자들의 야만성과 대비되어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은 1979년 3월에서부터 1983년 8월까지 발표한 작품들을 수록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속물성과 위선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진다. 젊은 것들의 무관심과 조롱 속에서 외롭게 늙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황혼」, 「천변풍경泉邊風景」과, 출세한 자들의 허위를 그린 「내가 놓친 화합(和合)」,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등이 그것이다.
『미망』은 조선조 말기에서 6ㆍ25 전쟁 직후까지 그 파란만장했던 시대를 한 개성 상인의 가족사를 통하여 재창조한 대하소설이다. 민족의 수난사와 더불어 고난과 격동의 시대를 험준한 산을 넘듯 숨가쁘게 살아온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박완서 소설 문체가 도달한 궁극적인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작가는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느낀 기쁨과 경탄, 감사와 애정을 담아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펴냈다. 「친절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했던 글도 함께 실어 노작가의 연륜과 성찰이 돋보이는 글을 선보였다. 1993년부터 국제연합아동기금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1994년부터 공연윤리위원회 위원, 1988년부터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 『엄마의 말뚝』으로 제5회 이상문학상, 『미망』으로 대한민국문학과 제3회 이상문학상,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제38회 현대문학상 등을 받았다. 2006년, 문화예술인으로서 처음이자 여성으로서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평소 입버릇처럼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고백해왔던 그녀는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경험으로 글을 써왔다. 여러 편의 장편소설과 수필집, 동화집을 발표하고, 2010년 8월 수필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마지막으로 2011년 1월 22일,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경기 구리시에는 ‘박완서 문학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타계 이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그 외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기나긴 하루』,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등이 있다.
박완서 도둑 맞은 가난 – 네이버 블로그
이 소설에서 ‘나’는 상훈이와 동거를 한다. 동거를 하게 된 이유는 방세, 연탄값, 반찬값 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서 나는 상훈이에게 먼저 같이 살자고 말한다. 그렇지만 둘이 같이 사는 중요한 이유는 서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만은 상훈이가 나에게 말하게 하고 싶어서 말하지 않는다. ‘나’는 상훈이랑 같이 살게 되면서 공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무리 늦어도 시장에 들르는 버릇이 새로 생겼다. 겨울이라 외풍이 세고 냉기가 가신 방에서 둘은 어쩔 수 없이 서로 밀착하여 잠자리에 들고 남녀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짓을 하며 따뜻하고 평화스러운 느낌이 되길 바랐지만 정반대의 느낌으로 끝나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도 느끼게 된다. 상훈이와 함께 살면서 ‘나’는 행복감을 맛보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날 상훈이가 부자집 도련님으로 나타나서 은행원처럼 사무적인 태도로 “돈 갚을려고, 그때 그게 삼만 얼마더라?”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그녀는 그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가난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하고 절망을 느꼈다. 『나는 쓰레기 더미에 쓰레기를 더하듯이 내 방속에, 무의미한 황폐의 한가운데 몸을 던지고 뼈가 저린 추위에 온몸을 내맡겼다.』이 결말 부분은 가난을 도둑맞은 그녀가 자살을 했는지, 다시 힘을 내서 살았는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그를 쫓아 보내고 내가 얼마나 떳떳하고 용감하게 내 가난을 지켰나를 스스로 뽐내며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 방은 좀 전까지의 내 방이 아니었다. 빗발로 얼룩얼룩 얼룩진 채 한쪽이 축 처진 반자지, 군데군데 속살이 드러나 더러운 벽지, 지퍼가 고장난 비닐 트렁크, 절뚝발이 날림 호마이카 상, 제 몸보다 더 큰 배터리와 서로 결박을 짓고 있는 낡은 트랜지스터 라디오, 우그러진 양은 냄비와 양은 식기들 ―, 이런 것들이 어제와 똑같은 자리에 있는데도 어제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다만 무의미하고 추했다. 어제의 그것들은 서로 일사불란 나의 가난을 구성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것들은 분해되어 추한 무용지물일 뿐이었다. 판잣집이 헐리고, 시멘트 벽돌, 문짝들이 무의미한 쓰레기 더미가 되듯이 내 가난을 구성했던 내 살림살이들이 무의미하고 더러운 잡동사니가 되어 거기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다시 수습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내 방에는 이미 가난조차 없었다. 나는 상훈이가 가난을 훔쳐 갔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분해서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러나 내 가난을, 내 가난의 의미를 무슨 수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
중산층의 위선과 속물근성에 대한 비판을 담은 박완서의 작품들은 깊이 있는 인식 대신에 세태묘사에 그치는 풍속적 차원으로 전략하고 있거나 삶에의 따뜻한 입김과 체온이 담기지 않은 차갑고 앙심품은 냉소만을 지닌 시선을 담고 있다고 비판되어 왔다. 그러나 여러 작품들에서 작가가 담고 있는 주제는 개개인의 약점에 대한 공격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의 세태에 대한 비판을 구체적인 인물들을 통해 형상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의 인물은 개인과 개인 또는 개인과 사회와의 대립관계 속에서 조명된다. 따라서 한 작가가 어떤 유형 의 인물을 설정하는가 또는 그 인물의 어떤 문제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는가 하는 문제는 기교상의 문제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한 작가의 특질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다수의 작품들에서 가진 자들이 도덕적으로 어긋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어긋남이 사회 전반의 세태와 무관하지 않음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세속적 욕만에 집착하는 문제적 인물을 내세워 작가의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 thg 10, 2008 — 가난을 이겨내지 못해 자살한 부모를 원망하여 가난을 당당히 사랑하며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이 한 청년과의 만남을 통해 가난을 새롭게 느끼게 되는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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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도둑 맞은 가난
▣ 이해와 감상(문제는 첨부팡일에)
가난을 이겨내지 못해 자살한 부모를 원망하여 가난을 당당히 사랑하며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이 한 청년과의 만남을 통해 가난을 새롭게 느끼게 되는 내용이다.
청년은 빈민가에 위장 전입한 부잣집 자제로 가난에 대한 “나”의 신념과 가치관을 흔들어 놓는다. 그 청년이 등장했다가 사라짐으로써 주인공은 가난을 예전과 달리 낯설게 느끼면서 청년이 자신의 가난을 통째로 훔쳐 갔다고 비난한다. 부와 가난에 대한 미묘한 심리를 여성적 시각에서 잘 그린 작품이다.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배금주의 사회에서 허위 의식이 끼치는 해독과 그로 인한 절망을 보여 주고 있다. 가난하면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이나, 부자이면서 가난의 경험마저 탐내는 인간 모두 염치없는 허영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양자의 경우가 한결같이 삶을 건강하게 엮어 나가려는 주인공의 의지를 꺾어 버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일인칭 주인공 시점을 활용해, 삶의 진지함을 외면하고 모든 것을 금전적으로 평가하는 세대 속에서 절망감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 핵심 정리
* 갈래 :
* 배경 :
* 경향 :
* 시점 :
* 주제 : 물질 만능주의 사회에 대한 절망
* 인물
* 구성
★ 가난을 도둑맞은 주인공의 심리
나는 우리 집안의 몰락 과정을 통해 부자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를 알고 있는 터였다. 아흔아홉 냥 가진 놈이 한 냥을 탐내는 성미를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더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한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서 느꼈다.
▣ 줄거리
여주인공의 가족은 아버지가 실직한 이후 어머니의 허영심과 체면 때문에 급속히 가난하게 된다. 결국 모든 재산을 날리고 판자촌으로 이사온다. 그녀는 인형옷을 만드는 일이라도 하지만 가족들은 가난을 껴안지 못한 채 연탄가스로 자살하고 그녀 홀로 남는다. 어느날 그녀는 도금공장에 다니는 청년을 알게 되고 “같이 살면 하룻밤에 연탄 반장을 아낄 수 있지 않느냐” 이유로 그와 동거를 한다. 그러나 그 청년은 부잣집 대학생 아들 아버지가 빈민촌에 보내 가난을 경험시킨 것일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이제 부자들이 가난마저 훔쳐간다”고 울부짖는다.
▣ 논문
도둑맞은 가난 -교육학과 장재경 이효정
1. 70년대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
60년대 후반에 시작된 경제개발정책은 7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 과정에 들어서게 되면서 막대한 외형상의 성장을 가져온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시기는 외국자본의 막대한 유입으로 인한 경제성장의 불균형과 소득분배의 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당시의 이러한 물질만능주의의 만연은 중산층 의식의 확대를 가져왔으며 이는 중산층의 소시민적 삶의 양상을 키워나갔다. 박완서의 많은 소설들은 우리의 사회적 상황과 역사적 조건에 비판적인 도전을 감행하고 있다. 박완서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예민한 감성과 깊은 투시력은 우리 사회의 기형적 문명생활이 빚은 인간소외, 소시민적 편의주의에 의한 자기기만, 관료사회의 횡포와 약한 자들의 인권문제, 그밖에도 타락 사회의 갖가지 문제들을 섬세하고 신랄한 필치로 묘사하고 비판한다.
중산층의 위선과 속물근성에 대한 비판을 담은 박완서의 작품들은 깊이 있는 인식 대신에 세태묘사에 그치는 풍속적 차원으로 전략하고 있거나 삶에의 따뜻한 입김과 체온이 담기지 않은 차갑고 앙심품은 냉소만을 지닌 시선을 담고 있다고 비판되어 왔다. 그러나 여러 작품들에서 작가가 담고 있는 주제는 개개인의 약점에 대한 공격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의 세태에 대한 비판을 구체적인 인물들을 통해 형상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의 인물은 개인과 개인 또는 개인과 사회와의 대립관계 속에서 조명된다. 따라서 한 작가가 어떤 유형 의 인물을 설정하는가 또는 그 인물의 어떤 문제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는가 하는 문제는 기교상의 문제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한 작가의 특질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다수의 작품들에서 가진 자들이 도덕적으로 어긋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어긋남이 사회 전반의 세태와 무관하지 않음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세속적 욕만에 집착하는 문제적 인물을 내세워 작가의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대부분이 70년대 발표된 작품들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박완서는 70년대 물질주의의 확산과 이에 따른 정신적 황폐함을 치열하게 그려내기 위한 시도를 다수의 작품에서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귀결되는 결말은 주인공의 패배적인 시선과 체험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도둑맞은 가난」에서도 주인공의 마지막 행동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나는 쓰레기 더미에 쓰레기를 더하듯이 내 방 속에, 무의미한 황폐의 한가운데 몸을 던지고 뼈가 저린 추위에 온몸을 내맡겼다.
2.「도둑맞은 가난」에 나타난 노동문제
『왜 공장에서 무슨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어?』
『만식이, 그치가 오늘 기오코 공장에서 피를 토했잖아.』
『어머머, 그럼 걔가 정말 펫병쟁이였구나.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별안간 각혈을 하고 정신을 못차리고 쓰러지니까 주인은 송장치게 될까봐 겁이 나는지 빨리 집에 업어다 주라고 괜히 우리들만 갖고 호통을 치잖아. 그래서 업어다 주고 주인이 준돈도 전해주고 왔자 뭐.』
『주인이 돈을 얼마나 주었는데』
『얼만 얼마야, 어제까지 일한 거 일당으로 쳐줬지』
이 부분은 나와 상훈이가 대화하는 장면으로 상훈의 직장동료인 만식이라는 청년이 폐병에 걸려 쓰러지는 장면에 관한 부분이다. 여기서 작가는 70년대 노동의 문제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70년대 경제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 수준, 열악한 작업 환경, 가진 자의 억압과 술책 등 당시 사회의 모순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 인간의 생명도 하찮게 여기는 공장주의 태도에 대해 작가는
『친구가 그 꼴이 됐는데도 같이 일하던 공장 친구들이 보고만 있었단 말이지. 그러고도 마음이 편하단 말이지? 그러면 못 써 뭐니뭐니 해도 어려울 때 어려운 사람들끼리 도와야지, 그러면 못 쓴다고』
라는 대목을 통해 가진 자의 허위와 위선을 폭로하며 없는 자들이지만 없는 자들끼리 뭉쳐야 한다는 연대의식 및 현실비판의식이 드러나고 할 수 있다.
3. 어머니의 허영. 허위 의식
어머니는 가난하면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이다. 소설에서 어머니의 허영과 허위 의식이 잘 나타난다.
가난을 정면으로 억척스럽게 사는 사람들의 이런 특이한 발랄함을 우리 어머니는 얼마나 치를 떨며 경멸했던가. 배알도 없는 것들이 천덕스럽고 극성스럽기만 하다고, 그래서 어머니는 아버지와 아들을 꼬셔서 같이 죽어 버렸던 것이다. 그들은 겉으론 가난을 경멸하는 척했지만 실상은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걸 나는 안다.
아버지 회사가 망해서 퇴직금 한 푼 못 받고 실직했을 때, 어머니가 앞으로의 생활 대책을 친구와 의논하면서 그동안 한푼의 저축도 없이 살았다는 걸 알고 아줌마가 어안이 벙벙해 할 때도 어머니는 조금도 풀이 죽지 않은 채, 넌 월급쟁이 생활을 몰라서 그렇지 다달이 적지 않이 적자가 나게 마련이고 계돈으로 그 적자 메우기도 바빴었다고 발뺌을 했다. 아줌마는 식료품가게나 내보라고 일러주었는데 친구들 보기 창피하게끔 어떻게 구멍가게를 할 수 있느냐는 거였다. 사람이 한번 본때 있게 살아보려면 통이 크고 투기성이 있어야 하고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 기회라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충동질했다. 그래서 부자 친구네를 뻔질나게 드나들더니 드디어 집을 담보로 목돈을 빌려 사무실을 얻었다. 여기 사장님 댁인데 사장님 좀 바꿔 줘. 그 소리를 하고 싶어 못 살아 했다.
어머니는 전세방에 나앉은 후에도 도저히 자식들 공부를 계속시킬 수가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려 들지를 않았다. 어떻게 자식 대학 공부를 안 시키겠느냐고 철없이 설쳤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어디 가서 한푼이라도 벌 궁리는 안했다. 어머니는 우리가 알거지가 됐다는 걸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고리타분하고 시척지근한 가난의 냄새에 발작적으로 진저리를 쳤고, 가난한 사람들의 끈질긴 생활력을 더러운 짐승처럼 징그러워했고, 끝내 가난뱅이하곤 상종을 안했다. 어떻게 이런 굴속 같은 방에서 이렇게 비위생적으로, 이런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살 수 있을까 하고 흉을 보았다. 어머니는 이렇게 가난에 길들여지기를 한사코 거부했던 것이다.
어머니는 가난을 두려워하고 인정하지 않다가 나약함을 보이고 결국 견디지 못해 자살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어머니의 삶의 태도는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했다. 이것은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고 딸을 가난에 혼자 남겨둔 것은 무책임하다.
4. 도둑맞은 가난에서의 동거의 의미
이 소설에서 ‘나’는 상훈이와 동거를 한다. 동거를 하게 된 이유는 방세, 연탄값, 반찬값 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서 나는 상훈이에게 먼저 같이 살자고 말한다. 그렇지만 둘이 같이 사는 중요한 이유는 서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만은 상훈이가 나에게 말하게 하고 싶어서 말하지 않는다. ‘나’는 상훈이랑 같이 살게 되면서 공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무리 늦어도 시장에 들르는 버릇이 새로 생겼다. 겨울이라 외풍이 세고 냉기가 가신 방에서 둘은 어쩔 수 없이 서로 밀착하여 잠자리에 들고 남녀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짓을 하며 따뜻하고 평화스러운 느낌이 되길 바랐지만 정반대의 느낌으로 끝나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도 느끼게 된다. 상훈이와 함께 살면서 ‘나’는 행복감을 맛보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날 상훈이가 부자집 도련님으로 나타나서 은행원처럼 사무적인 태도로 “돈 갚을려고, 그때 그게 삼만 얼마더라?”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그녀는 그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가난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하고 절망을 느꼈다. 『나는 쓰레기 더미에 쓰레기를 더하듯이 내 방속에, 무의미한 황폐의 한가운데 몸을 던지고 뼈가 저린 추위에 온몸을 내맡겼다.』이 결말 부분은 가난을 도둑맞은 그녀가 자살을 했는지, 다시 힘을 내서 살았는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하다.
요즘 동거에 대한 젊은층의 생각은 다소 긍정적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동거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이 나오는 것은 동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동거를 하는 이유는 결혼 전에 서로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동거를 부정적인 의미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동거를 선택하는 것은 두 사람의 결정이라고 보고 아무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5. 부자들의 행동에 대해서
상훈이 아버지는 아들 자식이 너무 고생을 모르고 자라는 것을 걱정하셔서 방학동안에 어디 가서 고생 좀 실컷 하고, 돈 귀한 줄도 좀 알아오라고 무일푼으로 상훈이를 내쫓았다. 아버지는 상훈이로 하여금 진정한 가난의 고통과 의미를 느끼게 하고 싶었지만 상훈이는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상훈이는 가난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가난의 표면적인 면만을 알게 되었다. ‘내’가 폐병쟁이 친구를 도와주라고 하자, 상훈이는 그래도 내 말을 못 알아듣고 어리둥절해 했다. 부유하게 자란 그는 어려울 땐 어려운 사람들끼리 도와야한다는 것을 몰랐다. 힘들게 번 돈 삼만원을 몽땅 헌신짝 버리듯 무심히 그냥 폐병쟁이에게 준 것은 열심히 땀흘려 번 돈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다. 상훈이는 폐병쟁이에게 따뜻한 위로는 하지 않고 돈만 주고 곧 그에 대해서 완전히 잊어버리고 하루하루를 편히 사는 것으로 보아 상훈이는 돈만 주면 된다는 물질만능주의의 생각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다시 돌아온 상훈이는 여자에게 돈을 주려고 한다. 여자는 상훈이가 돌아와 반가워서 안기려고 했는데, 상훈이는 단지 그 여자가 돈을 절약하려고 그와 함께 살았다고만 알고 그녀를 고상하게 거부했다. 상훈이의 그런 행동에 여자는 정다운 것들이 영영 사라져가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내 가난을 구성했던 내 살림살이들은 무의미하고 더러운 잡동산이가 되어 거기 내동댕이 쳐져있었다. 내방에는 이미 가난조차 없었다. 나는 상훈이가 가난을 훔쳐 갔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이렇듯 부자들이 인생의 경험을 쌓기 위해 가난경험을 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부자들이 가난을 희롱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서 가난은 그녀에게 있어서 소명이고, 그녀가 그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상훈이가 방학 때, 아주 소중하고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하였다고 말하는데, 그 새로운 경험이란 무엇일까? 부자인 자신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우드로 가난을 삼은 것 같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상식적으로는 이 말이 바람직한 말이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서는 이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와 같이 단순히 방학동안에 가난을 경험한다고 해서 가난의 고통이나 참 맛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도와줄 마음이 있다면 상훈이처럼 가난을 경험한답시고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
▣ 모의 문제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어느 날, 내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상훈이가 돌아와 있었다. 그는 냉랭하고 남남스러운 얼굴로 나를 맞았다. 그는 좋은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깨끗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내 방에 앉아 있는 게 아주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나는 그가 비참하게 돼서 돌아오는 경우만 상상했지 이렇게 훌륭하게 돼서 돌아오는 경우를 전연 예기치 못했으므로 우두망찰을 했다. 잠시라도 어디로 도망갔다 다시 나타날 수 있으면 뭔가 좀 수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웬일이야?”
나는 내가 들어도 내 목소리 같지 않은 가래가 걸린 듯한 잠긴 소리로 겨우 이렇게 말했다.
“응, 돈 갚으려고. 그때 그게 삼만 얼마더라?”
그는 은행원처럼 친절하고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다. 나는 내 속에서 꿈틀대던 정다운 것들이 영영 사라져 가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지독한 혼란이 왔다.
문득 그의 옷깃에서 빛나는 대학 배지가 눈에 띄었고, 방바닥에 그의 것인 듯한 술이 두꺼운 책까지 눈에 띄었다. 번개처럼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겁먹은 소리로 악을 ㉠썼다.
“너 미쳤니? 너 기어코 도둑질을 했구나. 해도 왕창. 그리고 가짜 대학생짓까지. 너 정말 미쳤니?”
그러자 그게 다 나 때문인 것 같았다. 삼만 원 때문에 허구헌 날 들볶은 나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더럭 겁도 났지만 심장이 짠하도록 감동했다. 그래서 나는 잔뜩 울상을 하고 그에게 안기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나를 고상하게 거부했다.
“여봐, 이러지 말고 이제부터 내가 하는 소리를 정신차리고 똑똑히 들어. 나는 미치지도 않았고 도둑놈은 더구나 아냐. 나는 부잣집 도련님이고 보시는 바와 같이 대학생이야. 아버지가 좀 별난 분이실 뿐이야. 아들 자식이 너무 고생을 모르고 자라는 걸 걱정하셔서 방학 동안에 어딜 가서 고생 좀 실컷 하고, 돈 귀한 줄도 좀 알고 오라고 무일푼으로 나를 내쫓으셨던 거야, 알아듣겠어?”
어떻게 그것을 알아들을 수가 있단 말인가. 우리 어머니는 부자들이 얼마나 호강들을 하며 사나에 대해 아는 척하기를 좋아했었다. 세상에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고 못 하는 게 없고, 인생의 온갖 열락(悅樂)이 돈 주위에 아양을 떨며 모여든다고 했다. 그렇지만 가난뱅이짓을 장난삼아 해 보는 부자들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었다. <중략>
가난한 계집을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있다손치더라도 가난 그 자체를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내 가난은 그게 어떤 가난이라고. 내 가난은 나에게 있어 소명(召命)이었다. 맙소사, 이제부터 부자들 사회에선 가난 장난이 유행할 거란다. 기름진 영감님들이 모여 앉아, 자네 자식 거기 아직 안 보냈나? 웬걸, 지금 여권 수속 중이네. 누가 그까짓 미국 말인가, 빈민굴 말일세 하고.
“그래서 아버지가 기분 좋아하시는 낌새를 타 가지고 네 얘기를 했어. 이런저런 빈민굴의 비참한 실정을 말씀드리다가 대수롭지 않게 슬쩍 내비쳤지. 글쎄 하룻밤에 연탄 반 장을 아끼자고 체온을 나누기 위한 남자를 한 이불 속에 끌어들이는 여자애가 다 있더라고 말야. 물론 끌려 들어간 남자가 나였단 소리는 빼고. 그랬더니 아버지가 의외로 깊은 관심을 보이시고 집에 데려다 잔심부름이라도 시키다가 쓸 만하면 어디 야학이라도 보내자고 하시잖아. 좋은 기회야. 이 기회에 이런 끔찍한 생활을 청산해. 이건 끔찍할 뿐더러 부끄러운 생활이야. 연탄을 아끼기 위해 남자를 끌어들이는 생활을 너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돼.”
암 부끄럽고말고. 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당장 이 몸이 수증기처럼 사라질 수 있으면 사라지고 싶게 부끄럽다. 부끄럽다.
“자, 돈 여기 있어. 다시 데리러 올 테니 옷가지라도 준비해. 당장이라도 데리고 가고 싶지만 그런 꼴로 갈 순 없잖아.”
나는 돈을 받아 그의 얼굴에 내동댕이치고 그리고 그를 내쫓았다. 여섯 방의 식구들이 맨발로 뛰어나와 구경을 할 만큼 목이 터지게 악다구니를 치고 ㉡갖은 욕설을 퍼부어 그가 혼비백산 도망치게 만들었다.
“가엾게스리 미쳤구나.”
그는 구두짝을 주섬주섬 집어들고 도망치면서 중얼거렸지만 아마 곧 나에 대해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폐병쟁이를 잊어버리듯이 쉬 잊어버릴 것이다.
나는 그를 쫓아 보내고 내가 얼마나 떳떳하고 용감하게 내 가난을 지켰나를 스스로 뽐내며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 방은 좀 전까지의 내 방이 아니었다. 빗발로 얼룩얼룩 얼룩진 채 한쪽이 축 처진 반자지, 군데군데 속살이 드러나 더러운 벽지, 지퍼가 고장난 비닐 트렁크, 절뚝발이 날림 호마이카 상, 제 몸보다 더 큰 배터리와 서로 결박을 짓고 있는 낡은 트랜지스터 라디오, 우그러진 양은 냄비와 양은 식기들 ―, 이런 것들이 어제와 똑같은 자리에 있는데도 어제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다만 무의미하고 추했다. 어제의 그것들은 서로 일사불란 나의 가난을 구성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것들은 분해되어 추한 무용지물일 뿐이었다. 판잣집이 헐리고, 시멘트 벽돌, 문짝들이 무의미한 쓰레기 더미가 되듯이 내 가난을 구성했던 내 살림살이들이 무의미하고 더러운 잡동사니가 되어 거기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다시 수습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내 방에는 이미 가난조차 없었다. 나는 상훈이가 가난을 훔쳐 갔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분해서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러나 내 가난을, 내 가난의 의미를 무슨 수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
– 박완서, ‘도둑맞은 가난’
43. 위 글을 읽은 독자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길 만한 내용으로 알맞은 것은?2
① ‘나’와 상훈은 도대체 어떤 관계인가?
② ‘나’가 가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③ ‘나’가 상훈을 집에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인가?
④ 상훈이 가난한 동네에 들어온 까닭은 무엇인가?
⑤ 상훈이 ‘나’를 자기 집에 데려가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44. <보기>가 상훈이 아버지에게 들려준 빈민가 체험담이라고 할 때, 빈 칸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5
보기 저를 빈민가로 보내실 때 아버지께서는 가난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체험해 보고 돈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가난 체험을 통해 제가 그간 콩나물처럼 나약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특히 빈민가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 중에 인상적인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나약했던 저와는 달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① 본인의 생활은 돌보지 않고 남을 열심히 돕는 인물이었습니다.
②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지만 내면에 강한 힘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③ 남들과 잘 어울리진 못했지만 강한 추진력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④ 현실이 뒷받침해 주진 않았지만 꿈과 목표가 분명한 인물이었습니다.
⑤ 자신의 가난을 탓하지 않고 환경에 당당히 대처하는 강인한 인물이었습니다.
45. ㉠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은? [1점]3
① 그는 억울하게 도둑의 누명을 썼다.
② 옛날 사람들은 정말 물을 아껴 썼다.
③ 아이들은 밥을 많이 먹고 기운을 썼다.
④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모자를 썼다.
⑤ 공사장 감독이 하루 일당을 주고 일꾼을 썼다.
46. ㉡을 구체화한다고 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1
① 나보고 너희 집에 들어오라고? 웃기지마! 네 말이 모두 거짓이라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없이 산다고 날 바보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② 그래, 넌 잘났고, 나는 부끄러운 년이다. 연탄 반 장을 아껴 쓰는 건 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야. 잘난 체면? 그런 건 나한테 사치야, 사치!
③ 그래, 돈 갖고 뭘 해도 내 알 바 아니지. 비싼 양주를 마시든, 도박을 하든. 그런데, 너희 부자놈들 우리네 생활을 희롱해선 안 돼. 그러다 천벌 받지.
④ 잘난 학력, 명예로는 성이 안 차서 이제는 가난까지 경험하겠다고? 너희들한테는 가난이 눈요깃감이지만 나한테는 절실한 삶이야. 당장 꺼져 버려.
⑤ 너희 부자들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 왜 나한테 그 동안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어?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나쁜 놈 같으니라구.
도둑맞은 가난 – 알라딘
주로 1970년대 씌어진 작품들로,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 1970년대 사회적 풍경과 아픔, 여성 문제 등을 다룬 작품들을 담고 있다. 도둑맞은 가난, 세상에서 제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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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가난.jpg – 포텐 터짐 최신순 – 에펨코리아
14 thg 8, 2018 — 문제는 가난하지도 않으면서 본인이 진짜 가난하다고 믿는 놈들이 많다는거지… 도대체 왜 멀정히 부모 밑에서 잘 자라놓고 왜 본인을 흙수저라고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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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가난」 – 부자들이 가난을 흉내내고 있다, 박완서 작가의 날카로움과 통찰력이 빛나는 작품 │6분 안에 듣는 고전문학 [6분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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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가난 – 문학광장 문장
인형 옷 만드는 집 아줌마가 어머니에게 자기 집에 와서 그 일이라도 거들어서 새끼들 굶기지는 않아야 할 것 아니냐고 몇 번이나 권하다 못해 나한테 너라도 와보지 않으련 했다. 내가 하는 것을 며칠 지켜보던 아줌마는 한 달에 만원씩 주마고 했다. 식구 중 제일 어린 내가 만원을 벌 수 있으니 식구가 다 발 벗고, 체면치레도 벗고 나서면 제가끔 만원씩이야 못 벌어들일까 싶어, 나는 열심히 식구들을 부추겼다. 그러나 어머니는 오냐 우리가 너한테 기댈까봐, 안 기댄다 안 기대 두고 보렴 하더니 그 다음날 내가 공장에서 돌아왔을 때, 우리 식구는 죽어 있었다.
내가 상훈이를 만난 것은 오원짜리 풀빵을 굽는 포장 친 구루마 앞에서였다. 상훈이는 풀빵을 맨손으로 잡지 않고 냅킨으로 싸서 집어먹고, 다 먹고 나서는 입 언저리를 꾹꾹 눌러 닦았다. 정신 없이 풀빵을 먹고 있는 나에게, 너 그렇게 먹고도 목메지 않니. 어디서 차나 한잔 사줄까 하고 그가 수작을 붙였다. 차츰 나는 이 얼간이가 마음에 들었고, 혼자 산다고 하기에 나처럼 고아려니 했고, 그래서 같이 살자고 내 쪽에서 먼저 꼬드겼고―이것이 내가 상훈이를 알게 되고 같이 살게 된 전부였다.
나는 돈을 받아 그의 얼굴에 내동댕이치고 그를 내쫓았다. 나는 그를 쫓아보내고 내가 얼마나 떳떳하고 용감하게 내 가난을 지켰나를 스스로 뽐내며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 방은 좀 전까지의 내 방이 아니었다. 내 가난을 구성했던 내 살림살이들이 무의미하고 더러운 잡동사니가 되어 거기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내 방에는 이미 가난조차 없었다. 나는 상훈이가 가난을 훔쳐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도둑맞은 가난. Posted on 2005-05-02 웹관리자Posted in 현대문학. 상훈이가 오늘 또 좀 아니꼽게 굴었다. 찌개 냄비 안의 멸치 눈깔이 징그럽다고 대가리는 좀 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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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가난ㅣ박완서ㅣ책 읽어주는 남자ㅣ오디오북ㅣ잠잘때 듣는 ASMRㅣ빗소리ㅣ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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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가난 – 문학광장 문장
상훈이가 오늘 또 좀 아니꼽게 굴었다. 찌개 냄비 안의 멸치 눈깔이 징그럽다고 대가리는 좀 따고 넣으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멸치가 아무리 커도 멸치는 멸친데 그까짓 파리 똥만한 눈깔 따위에 신경을 쓰는 상훈이가 나는 아니꼽기도 하거니와 막연히 불안하기도 했다.
“어때, 여자하고 같이 사니까 좋지?”
“응, 그렇지만 방이 너무 좁아서 불편하지 않아?”
나는 이 동네선 이만한 방에 대여섯 식구씩은 다 산다며, 저하고 나하고 같이 살게 된 후 절약되는 돈 액수를 또 한번 조목조목 따져 들어갔다. 수도 값, 전기 값, 오물세까지 따지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일부러 빼먹었다. 서로 좋아한다는 것, 그 말에 부끄럼을 타기도 했지만, 그 말만은 상훈이가 하게 하고 싶었다.
도시락을 싸서 상훈이를 먼저 내보내고 나는 서둘러 서름 질을 했다. 상훈이는 멕기 공장에 다녔다.
집 주인이 셋방에 부엌을 만들어준답시고 추녀 끝에서 블록 담까지 사이의 무명 폭 만한 하늘을 아예 슬레이트와 루핑 조각으로 막아버려 명색이 부엌인 이 속은 침침하고 환기도 안 된다. 늘 연탄가스와 음식 냄새로 숨이 막힐 것 같다. 매캐하고 짜고 고리타분하고 시척지근한 냄새가 밖에서 갓 들어서면 눈이 실 만큼 독했다.
그러나 나는 이 냄새를 부끄러워하거나 싫어하면 안 된다.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와 오빠가 이 냄새를 맡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어느 날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못난 부모의 동기에 복수하는 뜻에서도 이 냄새에 길들여져야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겨울 아침의 산동네 골목골목은 살아 있는 것처럼 힘차게 꿈틀거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마치 여름 아침의 억센 푸성귀처럼 청청한 생기에 넘쳐있다. 어머니는 이게 싫어 아버지와 아들을 꼬여서 죽어버렸던 것이다.
그들이 죽기를 무릅쓰고 거부한 가난을 내가 지금 얼마나 친근하게 동반하고 있냐에 나는 뭉클하니 뜨거운 쾌감을 느꼈다.
공장이라 부를 것도 없는 서너 칸 정도의 온돌방에는 쏙닥거려 놓은 헝겊 조각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창가엔 세 대의 미싱이 놓여 있다. 나는 미싱을 돌리며 언제고 양재를 배울 것을 꿈꿀 때가 제일 즐거웠다.
그러나 주인아줌마는 남의 속도 모르고 즐겁고 훈훈한 공상에 구정물을 끼얹는 것 같은 소리를 했다. 밑도 끝도 없이 푸듯이
“쯧쯧, 네 에미 년은 죽일 년이다. 죽일 년이고말고.”
아줌마는 아버지 회사가 망하고 퇴직금 한 푼 못 받고 실직했을 때, 저축 한 푼 없이 살았던 어머니에게 너 앞으로 고생 좀 해도 싸다며 방이나 한 칸 전세나 주어서 식료품가게나 내보라고 일러주셨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줌마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어머니는 수억대를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 아버지에게 사업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회사는 망하고 집까지 내쫓겼다. 그래도 그 친구는 네 자식들이 불쌍해서 베푸는 동정이라며 전세방을 하나 얻어주었다.
어머니는 전세방에 나앉은 후에도 어디 가서 한 푼이라도 벌 궁리는 안 하고 전셋돈으로 자식들 공부를 시키다가, 기어이 보증금도 없이 월세만 사천 원인 산동네까지 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인형 옷 만드는 집 아줌마가 어머니에게 자기 집에 와서 그 일이라도 거들어서 새끼들 굶기지는 않아야 할 것 아니냐고 몇 번이나 권하다 못해 나한테 너라도 와보지 않으련 했다. 내가 하는 것을 며칠 지켜보던 아줌마는 한 달에 만원씩 주마고 했다. 식구 중 제일 어린 내가 만원을 벌 수 있으니 식구가 다 발 벗고, 체면치레도 벗고 나서면 제가끔 만원씩이야 못 벌어들일까 싶어, 나는 열심히 식구들을 부추겼다. 그러나 어머니는 오냐 우리가 너한테 기댈까봐, 안 기댄다 안 기대 두고 보렴 하더니 그 다음날 내가 공장에서 돌아왔을 때, 우리 식구는 죽어 있었다.
공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무리 늦어도 시장에 들르는 게 내가 상훈이하고 함께 살게 된 후 새로 생긴 버릇이었다. 나는 짜게 절인 고등어를 한 손 샀다. 상훈이는 먼저 와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안 해놓고 벌렁 누워 있었다.
“너 정말 이러기야. 네가 날 부려먹으려면, 네가 날 먹여 살려얄 게 아냐. 안 그래? 누가 누구 덕보려고 같이 사는 거 아니잖아.”
“오늘은 좀 내버려 둬 줘.”
“왜 공장에서 무슨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어?”
“만식이, 그치가 별안간 각혈을 하고 정신을 못 차리고 쓰러지니까 주인은 송장 치우게 될까 봐 겁이 나는지 빨리 집에 업어다 주라고 괜히 우리들만 갖고 호통을 치잖아. 그래서 업어다 주고 주인이 준 돈도 전해주고 그러고 왔지 뭐.”
나는 없는 사람끼리 그러면 못쓴다고 돈을 추렴해 가지고 문병 가서 가족을 위로하고 특히 본인에겐 곧 나을 테니 걱정말고 몸조리나 잘하라고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아침에 나는 우리 공동의 예금통장을 상훈이한테 주면서 얼마간이라도 걷히는 대로 빨리 갖다 주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공장에 나와서도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로 온종일 마음이 흐뭇했다.
그러나 밤에 집에 돌아온 나는 기절을 할 만큼 놀랄밖에 없었다. 예금통장에 잔고가 한 푼도 남아 있지를 않았다.
“미안하게 됐어. 그렇지만 말야, 네가 몰라서 그렇지 누구한테 돈을 걷니? 다 말도 못 하게 지독한 가난뱅이들뿐인걸.”
“뭐라구. 모구 가난뱅이들뿐이라구? 그럼 우린 뭐니? 우린 부자니 응? 우린 부자야?”
그는 삼만여 원 중, 반이 넘는 돈이 자기 돈인데도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그 폐병쟁이를 뼈아프게 동정했던 것도 아니란 걸 나는 안다. 나는 제풀에 지쳤다. 나는 기진맥진 지칠 대로 지쳤는데도 좀처럼 잠들지 못했는데 그는 곧 잠들었다.
내가 상훈이를 만난 것은 오원짜리 풀빵을 굽는 포장 친 구루마 앞에서였다. 상훈이는 풀빵을 맨손으로 잡지 않고 냅킨으로 싸서 집어먹고, 다 먹고 나서는 입 언저리를 꾹꾹 눌러 닦았다. 정신 없이 풀빵을 먹고 있는 나에게, 너 그렇게 먹고도 목메지 않니. 어디서 차나 한잔 사줄까 하고 그가 수작을 붙였다. 차츰 나는 이 얼간이가 마음에 들었고, 혼자 산다고 하기에 나처럼 고아려니 했고, 그래서 같이 살자고 내 쪽에서 먼저 꼬드겼고―이것이 내가 상훈이를 알게 되고 같이 살게 된 전부였다.
폐병쟁이 사건이 있은 후도 우리는 같이 살았지만, 나는 가끔가끔 그에게 발작적으로 신경질을 부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밥벌이를 위해서도 공장에는 나가야 했지만 공장에 나가 있는 동안 그가 꼭 돌아와 있을 것만 같은 확신으로 하루를 보내고, 산동네의 비탈길을 미친 듯이 달음질치는 뜨겁고 부푼 기대의 시간을 위해서 공장을 나가는 거였다.
어느 날, 상훈이가 돌아와 있었다. 그는 좋은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깨끗했다. 문득 그의 옷깃에서 빛나는 대학 배지가 눈에 띄었고, 숱이 두꺼운 책까지 눈에 띄었다. 나는 겁먹은 소리로 악을 썼다.
“너 미쳤니? 너 기어코 도둑질을 했구나. 해도 왕창. 그리고 가짜 대학생 짓까지. 너 정말 미쳤니?
“여 봐, 이러지 말고 이제부터 내가 하는 소리를 정신 차리고 똑똑히 들어. 나는 부잣집 도련님이고 보시는 바와 같이 대학생이야. 아버지가 좀 별난 분이실 뿐이야. 방학동안에 어디 가서 고생 좀 실컷 하고, 돈 귀한 줄도 좀 알고 오라고 무일푼으로 나를 내쫓으셨던 거야. 알아듣겠어.”
부자들이 제 돈 갖고 무슨 짓을 하든 아랑곳할 바 아니지만 가난을 희롱하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지 않은가. 가난을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가난 그 자체를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내 가난은 그게 어떤 가난이라고. 내 가난은 나에게 있어서 소명(召命)이다. 거기다 맙소사. 이제부터 부자들 사회에선 가난장난이 유행할 거란다.
나는 돈을 받아 그의 얼굴에 내동댕이치고 그를 내쫓았다. 나는 그를 쫓아보내고 내가 얼마나 떳떳하고 용감하게 내 가난을 지켰나를 스스로 뽐내며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 방은 좀 전까지의 내 방이 아니었다. 내 가난을 구성했던 내 살림살이들이 무의미하고 더러운 잡동사니가 되어 거기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내 방에는 이미 가난조차 없었다. 나는 상훈이가 가난을 훔쳐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들은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도둑맞은 가난 – 덕성여대신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보면 마음 한구석 어딘가 선득하다. 곧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장학금을 주겠다며 불러서 내게 한 말이 떠오른다. “너희 집, 불우하잖아. 맞지?”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기에 답을 망설이던 나에게, 그는 몇 번을 더 물어 기어이 수긍의 끄덕임을 받아냈다. 그때 나는 장학금을 받으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교무실을 나왔다. 하지만 등록금을 낼 때나 자취 대신 택한 왕복 4시간 통학길 지하철에서 문득 깨닫는다. 그 말이 내 마음에 남아 있음을. 그것을 이따금 곱씹다가 어쩌면 그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가난의 실상은 그리 ‘힙’하지 않다.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가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내는지’로 흘러가면 늘 허탈해진다. 부모가 등록금을 내주는 주변인들 가운데 일부는 ‘내가 학비를 내줬으니까 이렇게 해’라는 말을 들을 필요가 없는, 학자금 대출을 받는 나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들이 부러워하는 나는, 부담과 불가능의 차이를 모르는 그들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종래에 친구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나를 발견했을 때의 자괴감을 지울 수가 없다.
박완서의 단편소설 ‘도둑맞은 가난’ 속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에 안 차 가난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7 thg 9, 2020 — 부모님 연봉이 얼마인데, 이 정도면 가난한 거 아니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보면 마음 한구석 어딘가 선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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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흙수저 !! 빼앗긴 가난 !! 흙수저까지 탐내는 세상에서 생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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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가난
“부모님 연봉이 얼마인데, 이 정도면 가난한 거 아니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보면 마음 한구석 어딘가 선득하다. 곧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장학금을 주겠다며 불러서 내게 한 말이 떠오른다. “너희 집, 불우하잖아. 맞지?”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기에 답을 망설이던 나에게, 그는 몇 번을 더 물어 기어이 수긍의 끄덕임을 받아냈다. 그때 나는 장학금을 받으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교무실을 나왔다. 하지만 등록금을 낼 때나 자취 대신 택한 왕복 4시간 통학길 지하철에서 문득 깨닫는다. 그 말이 내 마음에 남아 있음을. 그것을 이따금 곱씹다가 어쩌면 그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한다.
‘아무튼, 주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0.63%가 “나는 가난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중엔 연봉 6000만 원 이상이 11.35%, 1억 원 이상도 1.81%나 됐다. 집을 가진 사람이 51.85%, 차를 가진 사람도 59.15%였다. 너도나도 가난을 자처한다.
부자들은 이제 가난마저 탐나나 보다. 그렇게 가난은 ‘힙’함으로 둔갑했다. 더럽고 때 탄, 누더기 같은 모습으로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골든구스의 유행이 단적으로 이를 보여준다.
부자들이 훔쳐 간 것은 가난의 겉모습만이 아니다. 큰 결의를 보이는 삭발을, 걸 수 있는 게 목숨밖에 없기에 시작한 단식을 빼앗았다. 그뿐인가, 삶의 터전 역시 마찬가지다. 노인들이 일제 강점기에 지은 한옥에서 금속 공장과 한복집을 하며 모여 살던 익선동은 어느새 힙스터들의 무대가 됐다.
하지만 가난의 실상은 그리 ‘힙’하지 않다.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가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내는지’로 흘러가면 늘 허탈해진다. 부모가 등록금을 내주는 주변인들 가운데 일부는 ‘내가 학비를 내줬으니까 이렇게 해’라는 말을 들을 필요가 없는, 학자금 대출을 받는 나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들이 부러워하는 나는, 부담과 불가능의 차이를 모르는 그들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종래에 친구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나를 발견했을 때의 자괴감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여전히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장학재단이 명백하게 수치로 제시한 나의 상황이 끊임없이 나를 갉아먹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선택의 순간마다 기회비용을 계산하느라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곤 한다.
박완서의 단편소설 ‘도둑맞은 가난’ 속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에 안 차 가난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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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맞은 가난 – 박완서 – Google Books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군 출생.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대표작으로 『도시의 흉년』, 『도둑맞은 가난』, 『그해 겨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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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도둑맞은 가난 by 박완서 – Books on Google 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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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첫 소설, 그리고 박완서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 「나목」 ‘나목’의 화가 박수근을 모델로 쓴 「나목」 외 「도둑맞은 가난」 등 초기 대표작 7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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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가난(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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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프로그램들/신군부에 도둑맞은’…가난'(TV탐구) – 한겨레
작가가70년대중반 발표한같은 제목의단편을 각색한이 드라마는부잣집 대학생상훈(이문환 분)이외아들을 단련시키려는아버지의 뜻에따라 겨울방학동안 서울구로공단의공원으로 취업하는것으로부터 시작된다.그는 동료여자공원 순임(권기선분)을만나동거까지 했으나끝내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벽을깨지 못하고파국을 맞는다.둘이서애써 모은5만원을 직업병으로사망한 동료의장례비용으로 써버린뒤 어디선가전셋방값을구해와 내놓고떠나는 상훈의뒤통수에 돈다발을던지고 마는순임의모습은단지 가진것이 없다는이유로 자존심까지빼앗겨야 하는그 시대서민들의 아픔을대변한것이었다.
그러나2달뒤 신군부가권력을 장악하면서상황은 돌변했다.청와대와 중앙정보부에서녹화테이프를수거해 간직후 작가최경식씨가 탈영병이라는엉터리 죄목으로삼청교육대에끌려가 모진고초를 겪은것이다. 헌병대의심문에서 뒤늦게밝혀진 진짜죄목은가리봉동 일대의벌집생활 장면이나계층 갈등을조장하는 내용이북한을 이롭게했다는”용공의올가미”였다. 연출가김재현(한국방송공사 드라마제작국부주간) 프로듀서역시”정화” 대상에올랐으나 당시최세경 사장등 방송사사람들의 노력으로간신히끌려가는 대열에서벗어났다.
텔레비전의 영향력이날로 커지고있다. 그에비례해 방송의이면세계에 대한일반인들의관심도 높아지고있다. “TV탐구”는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의일방적인 수용에그치지않고방송의 속성을올바로 이해하는데 보탬이될 수있는 화면뒤의 이야기를발굴해전하는 열린공간이다. 첫번째로권위주의 시대권력이나 특정세력의금기에도전했다가 왜곡된채 방영되거나아예 결방된방송 프로그램의수난사를 추적한”금지된프로그램들”을 싣는다.
80년신군부의집권이 몰고온방송의 암흑기를예고한 첫번째희생양은 그해3월12일한국방송공사 <문예극장>에서방영한 드라마<도둑맞은 가난>(원작박완서, 극본최경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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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프로그램들/신군부에 도둑맞은‘…가난’(TV탐구)
텔레비전의 영향력이날로 커지고있다. 그에비례해 방송의이면세계에 대한일반인들의관심도 높아지고있다. “TV탐구”는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의일방적인 수용에그치지않고방송의 속성을올바로 이해하는데 보탬이될 수있는 화면뒤의 이야기를발굴해전하는 열린공간이다. 첫번째로권위주의 시대권력이나 특정세력의금기에도전했다가 왜곡된채 방영되거나아예 결방된방송 프로그램의수난사를 추적한”금지된프로그램들”을 싣는다.
80년신군부의집권이 몰고온방송의 암흑기를예고한 첫번째희생양은 그해3월12일한국방송공사 에서방영한 드라마(원작박완서, 극본최경식,연출 김재현)이었다.
작가가70년대중반 발표한같은 제목의단편을 각색한이 드라마는부잣집 대학생상훈(이문환 분)이외아들을 단련시키려는아버지의 뜻에따라 겨울방학동안 서울구로공단의공원으로 취업하는것으로부터 시작된다.그는 동료여자공원 순임(권기선분)을만나동거까지 했으나끝내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벽을깨지 못하고파국을 맞는다.둘이서애써 모은5만원을 직업병으로사망한 동료의장례비용으로 써버린뒤 어디선가전셋방값을구해와 내놓고떠나는 상훈의뒤통수에 돈다발을던지고 마는순임의모습은단지 가진것이 없다는이유로 자존심까지빼앗겨야 하는그 시대서민들의 아픔을대변한것이었다.
드라마가 나가자시청자들은 물론방송사 내부에서도수많은 격려와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2달뒤 신군부가권력을 장악하면서상황은 돌변했다.청와대와 중앙정보부에서녹화테이프를수거해 간직후 작가최경식씨가 탈영병이라는엉터리 죄목으로삼청교육대에끌려가 모진고초를 겪은것이다. 헌병대의심문에서 뒤늦게밝혀진 진짜죄목은가리봉동 일대의벌집생활 장면이나계층 갈등을조장하는 내용이북한을 이롭게했다는”용공의올가미”였다. 연출가김재현(한국방송공사 드라마제작국부주간) 프로듀서역시”정화” 대상에올랐으나 당시최세경 사장등 방송사사람들의 노력으로간신히끌려가는 대열에서벗어났다.
수난은계속됐다. 지난88년 7월작가 최씨가자신의 삼청교육대경험을 토대로집필한(연출 이현석)이방송공사의 에서방영될 예정이었으나”잔혹하고비인간적인 내용을지나치게 상세하게묘사해 시청자에게불안감과 충격을줄 우려가있다”는내부 심의에걸려 끝내결방될다.
이사태는 공사쪽이사회성이 강한 시리즈자체를 방영10회 만에폐지시키고마는 빌미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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