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1542 서울 1964 년 겨울 새로운 업데이트 84 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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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 – 나무위키

16 thg 11, 2022 — 김승옥의 단편 소설. 제10회 동인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사상계’ 1965년 6월호에 처음으로 발표되고서, 현재는 다양한 출판사에서 출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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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 – YES24

김승옥의 소설은 크게 두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기소설은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이 현실을 압도하는바, 낭만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띤다. 「환상수첩」, 「확인해 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생명연습」 등의 초기소설은 환각이나 환상을 쫓는 삶 혹은 현실을 초월한 삶에 대한 강렬한 동경이 두드러진다. 「무진기행」 이후 현실의 엄정한 법칙성을 인정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하며, 그의 후기소설은 초기의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 대신에 꿈이나 환상을 잃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환멸과 허무의지로 가득 찬다.

김승옥은 대학 재학 때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환상수첩」(1962), 「건」(1962),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1963) 등의 단편을 동인지에 발표했다. 이후 「역사(力士)」(1964), 「무진기행」(1964), 「서울, 1964년 겨울」(1967) 등의 단편을 1960년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서울의 달빛 0장」(1977),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1979) 등을 간헐적으로 발표하면서 절필하기 전까지 20여 편의 소설을 남겼다.

그러므로 김승옥의 작품 속 인물들은 반짝이는 빛의 내면과 동시에 속된 일상의 외관을 동시에 지닌 역설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은 빛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일상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타락한 윤리와 무책임성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1960년대만 유효할 수 있을 뿐이다. 197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왜곡된 근대화의 모순 그리고 이에 대한 응전 방식으로 발화하는 새로운 엄숙주의 앞에서는 무력하게 좌초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20 thg 9, 2019 —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김승옥 중단편선 『서울 1964년 겨울』’감수성의 혁명’ ‘한글 세대 작가의 선두 주자’ ‘한국 현대문학 1백 년을 통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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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전체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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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하고, 1945년 귀국하여 전라남도 순천에서 성장하였다. 순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였다. 4·19혁명이 일어나던 해인 1960년에 대학에 입학해서 4·19세대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1962년 단편 「생명연습」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같은 해 김현, 최하림 등과 더불어 동인지 『산문시대』를 창간하고, 이 동인지에 「건」, 「환상수첩」 등을 …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하고, 1945년 귀국하여 전라남도 순천에서 성장하였다. 순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였다. 4·19혁명이 일어나던 해인 1960년에 대학에 입학해서 4·19세대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1962년 단편 「생명연습」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같은 해 김현, 최하림 등과 더불어 동인지 『산문시대』를 창간하고, 이 동인지에 「건」, 「환상수첩」 등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시작하였다.

김승옥은 대학 재학 때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환상수첩」(1962), 「건」(1962),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1963) 등의 단편을 동인지에 발표했다. 이후 「역사(力士)」(1964), 「무진기행」(1964), 「서울, 1964년 겨울」(1967) 등의 단편을 1960년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서울의 달빛 0장」(1977),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1979) 등을 간헐적으로 발표하면서 절필하기 전까지 20여 편의 소설을 남겼다.

1980년 [동아일보]에 장편 「먼지의 방」을 연재하다가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에 창작 의욕을 상실하고 절필했다. 1999년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부임했지만, 2003년 오랜 친구인 소설가 이문구의 부고를 듣고 뇌졸중으로 교수직을 사임했다.

6·25전쟁이 끝난 후 나타난 문학의 무기력증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받으며 1960년대적인 특징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김승옥의 작품에 대해 “감수성의 혁명이다. 그는 우리의 모국어에 새로운 활기와 가능성에의 신뢰를 불어넣었다.”고 평했다. 그는 「서울, 1964년 겨울」로 제10회 동인문학상을,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제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승옥의 소설은 대체로 개인의 꿈과 낭만을 용인하지 않는 관념체계, 사회조직, 일상성, 질서 등에 대한 비판의식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성의 관념체계, 허구화된 제도, 내용 없는 윤리감각이라는 일상적인 질서로부터 일탈하려는 열망, 곧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이 김승옥 소설의 중심적이고 일관된 내용이다.

김승옥의 소설은 크게 두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기소설은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이 현실을 압도하는바, 낭만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띤다. 「환상수첩」, 「확인해 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생명연습」 등의 초기소설은 환각이나 환상을 쫓는 삶 혹은 현실을 초월한 삶에 대한 강렬한 동경이 두드러진다. 「무진기행」 이후 현실의 엄정한 법칙성을 인정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하며, 그의 후기소설은 초기의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 대신에 꿈이나 환상을 잃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환멸과 허무의지로 가득 찬다.

「서울 1964년 겨울」, 「야행」, 「차나 한잔」, 「염소는 힘이 세다」, 「1960년대식」 「서울 달빛 0장」 등 김승옥의 후기소설은 산업사회의 한 기호로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상실감을 주로 형상화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로스적 열정으로 기성의 질서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의도를 담은 「보통여자」, 「강변부인」 등에서는 김승옥 소설이 지녔던 문제적인 성격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므로 김승옥의 작품 속 인물들은 반짝이는 빛의 내면과 동시에 속된 일상의 외관을 동시에 지닌 역설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은 빛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일상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타락한 윤리와 무책임성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1960년대만 유효할 수 있을 뿐이다. 197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왜곡된 근대화의 모순 그리고 이에 대한 응전 방식으로 발화하는 새로운 엄숙주의 앞에서는 무력하게 좌초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승옥 소설은 감각적인 문체, 언어의 조응력, 배경과 인물의 적절한 배치, 소설적 완결성 등 소설의 구성원리 면에서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4·19혁명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문학적 언어로 환치시키면서 전후세대문학의 무기력증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에는 순천문학관에 그의 생애와 문학 사상을 기리기 위한 김승옥관이 마련되기도 했다.

서울 1964년 겨울 – YES24

김승옥의 소설은 크게 두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기소설은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이 현실을 압도하는바, 낭만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띤다. 「환상수첩」, 「확인해 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생명연습」 등의 초기소설은 환각이나 환상을 쫓는 삶 혹은 현실을 초월한 삶에 대한 강렬한 동경이 두드러진다. 「무진기행」 이후 현실의 엄정한 법칙성을 인정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하며, 그의 후기소설은 초기의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 대신에 꿈이나 환상을 잃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환멸과 허무의지로 가득 찬다.

김승옥은 대학 재학 때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환상수첩」(1962), 「건」(1962),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1963) 등의 단편을 동인지에 발표했다. 이후 「역사(力士)」(1964), 「무진기행」(1964), 「서울, 1964년 겨울」(1967) 등의 단편을 1960년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서울의 달빛 0장」(1977),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1979) 등을 간헐적으로 발표하면서 절필하기 전까지 20여 편의 소설을 남겼다.

그러므로 김승옥의 작품 속 인물들은 반짝이는 빛의 내면과 동시에 속된 일상의 외관을 동시에 지닌 역설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은 빛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일상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타락한 윤리와 무책임성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1960년대만 유효할 수 있을 뿐이다. 197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왜곡된 근대화의 모순 그리고 이에 대한 응전 방식으로 발화하는 새로운 엄숙주의 앞에서는 무력하게 좌초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1964년의 어느 밤에 만난, 초면의 세 사내가 보고 들은 이야기.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개인주의의 심화`라는 화두를 당대의 사회에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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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 01 전체 줄거리 및 핵심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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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하고, 1945년 귀국하여 전라남도 순천에서 성장하였다. 순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였다. 4·19혁명이 일어나던 해인 1960년에 대학에 입학해서 4·19세대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1962년 단편 「생명연습」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같은 해 김현, 최하림 등과 더불어 동인지 『산문시대』를 창간하고, 이 동인지에 「건」, 「환상수첩」 등을 …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하고, 1945년 귀국하여 전라남도 순천에서 성장하였다. 순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였다. 4·19혁명이 일어나던 해인 1960년에 대학에 입학해서 4·19세대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1962년 단편 「생명연습」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같은 해 김현, 최하림 등과 더불어 동인지 『산문시대』를 창간하고, 이 동인지에 「건」, 「환상수첩」 등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시작하였다.

김승옥은 대학 재학 때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환상수첩」(1962), 「건」(1962),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1963) 등의 단편을 동인지에 발표했다. 이후 「역사(力士)」(1964), 「무진기행」(1964), 「서울, 1964년 겨울」(1967) 등의 단편을 1960년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서울의 달빛 0장」(1977),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1979) 등을 간헐적으로 발표하면서 절필하기 전까지 20여 편의 소설을 남겼다.

1980년 [동아일보]에 장편 「먼지의 방」을 연재하다가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에 창작 의욕을 상실하고 절필했다. 1999년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부임했지만, 2003년 오랜 친구인 소설가 이문구의 부고를 듣고 뇌졸중으로 교수직을 사임했다.

6·25전쟁이 끝난 후 나타난 문학의 무기력증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받으며 1960년대적인 특징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김승옥의 작품에 대해 “감수성의 혁명이다. 그는 우리의 모국어에 새로운 활기와 가능성에의 신뢰를 불어넣었다.”고 평했다. 그는 「서울, 1964년 겨울」로 제10회 동인문학상을,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제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승옥의 소설은 대체로 개인의 꿈과 낭만을 용인하지 않는 관념체계, 사회조직, 일상성, 질서 등에 대한 비판의식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성의 관념체계, 허구화된 제도, 내용 없는 윤리감각이라는 일상적인 질서로부터 일탈하려는 열망, 곧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이 김승옥 소설의 중심적이고 일관된 내용이다.

김승옥의 소설은 크게 두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기소설은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이 현실을 압도하는바, 낭만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띤다. 「환상수첩」, 「확인해 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생명연습」 등의 초기소설은 환각이나 환상을 쫓는 삶 혹은 현실을 초월한 삶에 대한 강렬한 동경이 두드러진다. 「무진기행」 이후 현실의 엄정한 법칙성을 인정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하며, 그의 후기소설은 초기의 아웃사이더를 향한 열정 대신에 꿈이나 환상을 잃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환멸과 허무의지로 가득 찬다.

「서울 1964년 겨울」, 「야행」, 「차나 한잔」, 「염소는 힘이 세다」, 「1960년대식」 「서울 달빛 0장」 등 김승옥의 후기소설은 산업사회의 한 기호로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상실감을 주로 형상화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로스적 열정으로 기성의 질서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의도를 담은 「보통여자」, 「강변부인」 등에서는 김승옥 소설이 지녔던 문제적인 성격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므로 김승옥의 작품 속 인물들은 반짝이는 빛의 내면과 동시에 속된 일상의 외관을 동시에 지닌 역설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은 빛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일상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타락한 윤리와 무책임성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1960년대만 유효할 수 있을 뿐이다. 197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왜곡된 근대화의 모순 그리고 이에 대한 응전 방식으로 발화하는 새로운 엄숙주의 앞에서는 무력하게 좌초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승옥 소설은 감각적인 문체, 언어의 조응력, 배경과 인물의 적절한 배치, 소설적 완결성 등 소설의 구성원리 면에서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4·19혁명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문학적 언어로 환치시키면서 전후세대문학의 무기력증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에는 순천문학관에 그의 생애와 문학 사상을 기리기 위한 김승옥관이 마련되기도 했다.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 네이버 블로그

“고맙습니다.” / 하고 그 사내는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하면서 우리를 따라왔다. 안은 일이 좀 이상하게 되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다. 술좌석에서 알게 된 사람끼리는 의외로 재미있게 놀게 되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이렇게 힘없는 목소리로 끼어드는 양반은 없었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어들어야만 일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속에서는 이쁜 여자가 ‘춥지만 할 수 있느냐’는 듯한 쓸쓸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어떤 빌딩의 옥상에서는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이 열심히 명멸하고 있었고, 소주 광고 곁에서는 약 광고의 네온사인이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는 듯이 황급히 꺼졌다간 다시 켜져서 오랫동안 빛나고 있었고, 이젠 완전히 얼어붙은 길 위에는 거지가 돌덩이처럼 여기저기 엎드려 있었고, 그 돌덩이 앞을 사람들은 힘껏 웅크리고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안은 일이 좀 이상하게 되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다. 술좌석에서 알게 된 사람끼리는 의외로 재미있게 놀게 되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이렇게 힘없는 목소리로 끼어드는 양반은 없었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어들어야만 일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속에서는 예쁜 여자가 ‘춥지만 할 수 있느냐’는 듯한 쓸쓸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어떤 빌딩의 옥상에서는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이 열심히 명멸하고 있었고, 소주 광고 곁에서는 약 광고의 네온사인이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는 듯이 황급히 꺼졌다간 다시 켜져서 오랫동안 빛나고 있었고, 이젠 완전히 얼어붙은 길 위에는 거지가 돌덩이처럼 여기저기 엎

1964년 겨울, 서울의 어느 포장마차 선술집에서 ‘안’이라는 성을 가진 대학원생과 ‘나’가 우연히 만난다. 두 사람은 서로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다 완전히 자신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사람이 술집에서 나오려 할 때, 가난뱅이 냄새가 나는 서른 대여섯 살짜리 사내가 우리 쪽을 향해 말을 걸어와 두 사람과 함께 어울리기를 간청한다. 힘없어 보이는 그 사내는 저녁을 사겠다고 하며 근처의 중국 요릿집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자신의 아내가 급성 뇌막염으로 죽었고 장례비용이 없어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모두 써 버리고 싶다며, 두 사람에게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기를 간청한다.

30 thg 9, 2016 — 이 소설은 도시에서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 단절감을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우연히 만나게 된 세 사람의 무의미한 대화와 행동을 통해 전망 없는 세계에 처한 삶의 부조리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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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 별선생 -서울1964년겨울, 김승옥 오디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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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일곡동 고1 고2 내신 수능국어

문은주국어학원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해설 문제

❏ 핵심 요약

[감상]

이 소설은 도시에서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 단절감을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우연히 만나게 된 세 사람의 무의미한 대화와 행동을 통해 전망 없는 세계에 처한 삶의 부조리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칭송을 들은 김승옥의 대표작답게 감각적이면서도 유희적인 문체를 통해 인간관계의 단절상을 극적으로 잘 보여준다. 만남은 있지만 인간적인 소통과 공감이 사라진 현대 사회의 어두운 뒷모습을 ‘의도된 어색함의 상황’에 담아 ’우리‘가 될 수 없는 개인들의 쓸쓸하고 우울한 풍경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주제]

사회 구성원들 간의 연대 의식 상실

파편적인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

[3사람의 인물]

사회 구성원들 간의 연대 의식 상실

파편화된 삶

인간 소외

인간관계의 단절

인간적인 소통과 공감이 사라진 현대 사회의 어두운 뒷모습

개인주의적인 삶의 모습

진실한 인간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각자 고립된 개인

’우리‘가 될 수 없는 개인들의 쓸쓸하고 우울한 풍경

[서술상의 특징]

• 세 사람이 밤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여관에 들어온 때로부터 다음날 아침 ‘나’와 ‘안’이 죽은 사내를 뒤로 한 채 여관을 떠나 헤어질 때까지의 이야기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 작중 인물인 ‘나’의 입을 통해 사건이 전달되고 있다.

• ‘나’가 서술자의 역할을 하면서 ‘나’의 내면 심리가 직접 서술되고 있다.

• 간결한 대화체를 주로 구사하고 있으며, ‘스물다섯 살이죠?’, ‘두려워집니다.’ 등 문장 그 자체에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장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 주로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다.

• 대화를 통해 한 인물(‘사내’)이 겪은 사건이 제시되고 있다.

• 감각적 심상을 통해 인물(사내)의 외양을 제시하고 있다

(제법 깨끗한 코트를 입고 있었고 머리엔 기름도 얌전하게 발라서 카바이드등의 불꽃이 너풀댈 때마다 머리칼의 하이라이트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 ‘사내’가 ‘나’와 ‘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사내’가 살아온 내력이 요약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아내와 나는 참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아내가 어린애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은 몽땅 우리 두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돈은 넉넉하진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돈이 생기면 우리는 어디든지 같이 다니면서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딸기 철엔 수원(水原)에도 가고, 포도 철엔 안양(安養)에도 가고, 여름이면 대천(大川)에도 가고, 가을엔 경주(慶州)에도 가 보고, 밤엔 함께 영화 구경, 쇼 구경하러 열심히 극장에 쫓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무슨 병환이셨던가요?” / 하고 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급성 뇌막염이라고 의사가 그랬습니다. 아내는 옛날에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급성 폐렴을 앓은 적도 있다

고 했습니다만 모두 괜찮았었는데 이번의 급성엔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 죽고 말았습니다.”)

•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어떤 빌딩 옥상의 소주 광고 네온사인, 얼어붙은 길 위의 거지 등

➝인물의 시각에 포착된 거리 풍경의 묘사를 통해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가 드러나고 있다.

[배경, 소재]

•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여관에 든 3사람이 각자 따로 방에 들어가는 것

➝연대감을 잃어버린 개인, 개별화된 인간, 파편화된 삶, 이기주의적 삶.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지금 아주 피곤합니다.” ‘안’이 말했다.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에요.” ‘안’이 말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서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

• ‘어두운 골목길’, ‘찬 바람이 세차게’ 부는’적막한 거리’,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싸락눈’, ‘앙상한 가로수’ 등 다양한 배경 요소들의 인물이 지나가는 공간에 대한 묘사를 통해 고독하고 쓸쓸한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배경의 기능

작품의 분위기 조성과 작중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줌.

•’찬 바람’, ‘싸락눈’,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눈’과 같이 쓸쓸한 겨울 분위기를 활용하여 인물들의 황량한 내면심리를 보여줌.

➝소재의 기능

인물의 내면심리 암시

[줄거리]

1964년 겨울, 서울의 어느 포장마차 선술집에서 ‘안’이라는 성을 가진 대학원생과 ‘나’가 우연히 만난다. 두 사람은 서로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다 완전히 자신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사람이 술집에서 나오려 할 때, 가난뱅이 냄새가 나는 서른 대여섯 살짜리 사내가 우리 쪽을 향해 말을 걸어와 두 사람과 함께 어울리기를 간청한다. 힘없어 보이는 그 사내는 저녁을 사겠다고 하며 근처의 중국 요릿집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자신의 아내가 급성 뇌막염으로 죽었고 장례비용이 없어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모두 써 버리고 싶다며, 두 사람에게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기를 간청한다.

중국 요릿집에서 나와 세 사람은 양품점 안으로 들어가서 알록달록한 넥타이를 하나씩 사고 귤도 산다. 돈의 일부를 써 버렸지만 아직도 얼마의 돈이 남아 있다. 그때 그들 앞에 소방차 두 대가 지나갔고, 사내는 소방차 뒤를 따라가길 원한다. 그런데 갑자기 사내가 불을 보고 아내라고 소리친다. 그러고는 남은 돈과 돌을 손수건에 싸서 불 속에 던져 버린다. 결국 그 돈은 다 쓴 셈이 되었고 그들은 약속한 대로 가려 했지만 사내는 두 사람을 붙잡는다. 혼자 있기가 무섭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 밤만 같이 지내길 부탁하며 여관비를 구하기 위해 근처에 함께 들르길 요청한다. 사내는 남영동 한 가정집 대문 앞에 멈춰 벨을 누른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리며 월부 책값을 요구하다 거절당한다.

그들은 거리로 나와 여관을 잡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다음 날 아침 사내는 죽어 있다. ‘안’과 ‘나’는 성급히 거리로 나온다. ‘안’은 그 사내가 죽을 줄 미리 알았다며, 그래서 일부러 혼자 놓아 둔 것이라고 말한다.

세 사람의 우연한 만남과 헤어짐은 새로운 삶의 세계를 추구하지 못하고, 개인의 폐쇄적인 사고 속에 갇혀 있는 단절된 인간관계 및 사회생활만을 보여 준다.

[포인트]

시대적 배경과 연결 등장인물의 성격 파악

문학 작품이 요구하는 사회적, 역사적 의식

➝1960년대는 본격적인 경제 성장이 시작된 시기로, 산업화, 근대화의 추진에 따른 대규모 이농 현상이 초래되어 대도시의 인구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었고, 이는 농촌 공동체의 붕괴를 가져왔다. 또한 도시에서는 급격히 불어난 인구로 인해 인간 소외 현상과 빈부의 격차가 발생했으며, 개인들은 개인주의적 삶에 익숙해져 공동체적 유대감을 상실한 채 단절된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2015인수B)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나는 그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 듯하기도 했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우리 다른 얘기합시다.” / 하고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심각한 얘기를 좋아하는 이 친구를 곯려 주기 위해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기의 음성을 자기가 들을 수 있는 취한 사람의 특권을 맛보고 싶어서 얘기를 시작했다.

“평화시장 앞에 줄지어 선 가로등들 중에서 동쪽으로부터 여덟 번째 등은 불이 켜 있지 않습니다.” / 나는 그가 좀 어리둥절해하는 것을 보자 ㉠더욱 신이 나서 얘기를 계속했다.

“…… 그리고 화신백화점 육 층의 창들 중에서는 그중 세 개에서만 불빛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해질 사태가 벌어졌다. 안의 얼굴에 놀라운 기쁨이 빛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가 빠른 말씨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서대문 버스 정거장에는 사람이 서른두 명 있는데 그중 여자가 열일곱 명이었고, 어린 애는 다섯 명, 젊은이는 스물한 명, 노인이 여섯 명입니다.”

“그건 언제 일이지요?”

“오늘 저녁 일곱 시 십오 분 현재입니다.”

“아.” / 하고 나는 잠깐 절망적인 기분이었다가 그 반작용인 듯 굉장히 기분이 좋아져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단성사 옆 골목의 첫 번째 쓰레기통에는 초콜릿 포장지가 두 장 있습니다.”

“그건 언제?”

“지난 십사일 저녁 아홉 시 현재입니다.”

“적십자병원 정문 앞에 있는 호두나무의 가지 하나는 부러져 있습니다.”

<중략>

“미안하지만 제가 함께 가도 괜찮을까요? 제게 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이라고 그 사내는 ㉡힘없는 음성 으로 말했다.

그 힘없는 음성으로 봐서는 꼭 끼워 달라는 건 아니라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것 같기도 했다. 나와 안은 ㉢잠깐 얼굴을 마주 보고 나서

“아저씨 술값만 있다면……” / 이라고 내가 말했다. “함께 가시죠.” / 라고 안도 내 말을 이었다.

“고맙습니다.” / 하고 그 사내는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하면서 우리를 따라왔다. 안은 일이 좀 이상하게 되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다. 술좌석에서 알게 된 사람끼리는 의외로 재미있게 놀게 되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이렇게 힘없는 목소리로 끼어드는 양반은 없었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어들어야만 일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속에서는 이쁜 여자가 ‘춥지만 할 수 있느냐’는 듯한 쓸쓸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어떤 빌딩의 옥상에서는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이 열심히 명멸하고 있었고, 소주 광고 곁에서는 약 광고의 네온사인이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는 듯이 황급히 꺼졌다간 다시 켜져서 오랫동안 빛나고 있었고, 이젠 완전히 얼어붙은 길 위에는 거지가 돌덩이처럼 여기저기 엎드려 있었고, 그 돌덩이 앞을 사람들은 힘껏 웅크리고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중략 부분의 줄거리] ‘아저씨’는 ‘나’와 ‘안’을 이끌고 중국 요릿집에 들어가, 비싼 음식을 시키라고 권유하며 오늘 돈을 모두 써 버리기로 결심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말하기 시작했다.

“들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 오늘 낮에 제 아내가 죽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그는 이젠 슬프지도 않다는 얼굴로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네에에.” / “그거 안 되셨군요.” / 라고 안과 나는 각각 조의를 표했다.

“아내와 나는 참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아내가 어린애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은 몽땅 우리 두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돈은 넉넉하진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돈이 생기면 우리는 어디든지 같이 다니면서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딸기 철엔 수원(水原)에도 가고, 포도 철엔 안양(安養)에도 가고, 여름이면 대천(大川)에도 가고, 가을엔 경주(慶州)에도 가 보고, 밤엔 함께 영화 구경, 쇼 구경하러 열심히 극장에 쫓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무슨 병환이셨던가요?” / 하고 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급성 뇌막염이라고 의사가 그랬습니다. 아내는 옛날에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급성 폐렴을 앓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만 모두 괜찮았었는데 이번의 급성엔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 죽고 말았습니다.”

사내는 고개를 떨구고 한참 동안 무언지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안이 손가락으로 내 무릎을 찌르며 우리는 꺼지는 게 어떻겠느냐는 눈짓을 보냈다. 나 역시 동감이었지만 그때 사내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계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눌러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대화를 통해 한 인물이 겪은 사건이 제시되고 있다.

② 일인칭의 시점을 통해 서술자의 내면 심리가 직접 서술되고 있다.

③ 빈번하게 전환되는 장면을 통해 인물의 내적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④ 한 인물이 겪은 비극적인 사건이 주변 인물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⑤ 인물의 시선에 포착되는 풍경의 묘사를 통해 시대적인 분위기가 제시되고 있다.

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안’이 반응하는 것을 보고 ‘나’가 갖게 된 정서적 반응이다.

② ㉡: ‘나’가 ‘사내’의 속마음을 추리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③ ㉢: ‘나’와 ‘안’이 서로의 의향을 살피기 위해 취한 행동이다.

④ ㉣: ‘나’와 일행이 분명한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⑤ ㉤: 삶의 의욕을 회복한 인물이 새로운 결심을 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1960년대에는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었고, 그 중심에는 서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김승옥은 이러한 상황을 「서울, 1964년 겨울」에서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인물들은 서로 단절감을 느끼지만 진정한 의미의 소통과 공감을 위해서는 노력하지 않는다. 타인의 삶이 ‘나’의 삶에 유용성을 갖지 않을 경우 ‘우리’는 이들에게 결코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습은 진실한 인간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각자 고립된 개인으로 존재해야 하는 근대화된 도시의 삶을 잘 드러낸다.

① 무의미한 말들로 대화를 이어 가는 ‘나’와 ‘안’의 대화 장면에서, 이들이 진정한 인간관계를 추구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군.

② ‘나’가 ‘그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 듯하기도 했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고 한 것에서,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배제된 대화의 양상을 엿볼 수 있군.

③ ‘사내’가 ‘나’와 ‘안’에게 ‘제게 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하고 말한 것에서, 돈이 ‘우리’의 관계 형성에 유용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내’의 생각을 알 수 있군.

④ 얼어붙은 길 위에 돌덩이처럼 엎드려 있는 거지의 모습을 보고 있는 ‘나’의 모습에서, 고립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인물의 바람을 엿볼 수 있군.

⑤ 오늘 아내가 죽었다는 ‘사내’의 말을 듣고 얼른 ‘사내’ 곁을 떠나고 싶어 하는 ‘나’와 ‘안’의 태도에서,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으려는 비정한 태도를 엿볼 수 있군.

(2014수완A)

(40~4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우리는 각기 계산하기 위해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때 한 사내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우리 곁에서 술잔을 받아 놓고 연탄불에 손을 쬐고 있던 사내였는데, 술을 마시기 위해서 거기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불이 쬐고 싶어서 잠깐 들렀다는 꼴을 하고 있었다. ㉠ 제법 깨끗한 코트를 입고 있었고 머리엔 기름도 얌전하게 발라서 카바이드등의 불꽃이 너풀댈 때마다 머리칼의 하이라이트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 그러나 어디선지는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가난뱅이 냄새가 나는 서른대여섯 살짜리 사내였다. 아마 빈약하게 생긴 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유난히 새빨간 눈시울 때문이었을까. 그 사내가 ‘나’나 ‘안’ 중의 어느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그냥 우리 쪽을 향하여 말을 걸어온 것이다.

“미안하지만 제가 함께 가도 괜찮을까요? 제게 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이라고 그 사내는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 힘없는 음성으로 봐서는 꼭 끼워 달라는 건 아니라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것 같기도 했다. 나와 안은 잠깐 얼굴을 마주 보고 나서

“아저씨 술값만 있다면 ….”이라고 내가 말했다.

“함께 가시죠.”라고 안도 내 말을 이었다.

㉡ “고맙습니다.” 하고 그 사내는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하면서 우리를 따라왔다 .

안은 일이 좀 이상하게 되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다. 술좌석에서 알게 된 사람끼리는 의외로 재미있게 놀게 되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이렇게 힘없는 목소리로 끼어드는 양반은 없었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어들어야만 일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속에서는 예쁜 여자가 ‘춥지만 할 수 있느냐’는 듯한 쓸쓸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어떤 빌딩의 옥상에서는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이 열심히 명멸하고 있었고, 소주 광고 곁에서는 약 광고의 네온사인이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는 듯이 황급히 꺼졌다간 다시 켜져서 오랫동안 빛나고 있었고, 이젠 완전히 얼어붙은 길 위에는 거지가 돌덩이처럼 여기저기 엎

드려 있었고, 그 돌덩이 앞을 사람들은 힘껏 웅크리고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중략)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말하기 시작했다.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오늘 낮에 제 아내가 죽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

그는 이젠 슬프지도 않다는 얼굴로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네에에.” “그거 안되셨군요.”라고 안과 나는 각각 조의를 표했다. “아내와 나는 참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아내가 어린애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은 몽땅 우리 두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돈은 넉넉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돈이 생기면 우리는 어디든지 같이 다니면서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딸기철엔 수원에도 가고, 포도철엔 안양에도 가고, 여름이면 대천에도 가고, 가을엔 경주에도가 보고, 밤엔 함께 영화 구경, 쇼 구경하러 열심히 극장에 쫓아다니기도 했습니다 ….”

“무슨 병환이셨던가요?” 하고 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급성 뇌막염이라고 의사가 그랬습니다. 아내는 옛날에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급성 폐렴을 앓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만 모두 괜찮았었는데 이번의 급성엔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 죽고 말았습니다.”

사내는 고개를 떨구고 한참 동안 무언지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안이 손가락으로 내 무릎을 찌르며 우리는 꺼지는 게 어떻겠느냐는 눈짓을 보냈다. 나 역시 동감이었지만 그때 사내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계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눌러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A][“아내와는 재작년에 결혼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친정이 대구 근처에 있다는 얘기만 했지 한 번도 친정과는 내왕이 없었습니다. 난 처갓집이 어딘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었어요.”]

㉢ 그는 다시 고개를 떨구고 입을 우물거렸다 .

“뭘 할 수 없었다는 말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내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그러나 한참 후에 다시 고개를 들고 마치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 난 서적 월부 판매 외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 돈 사천 원을 주더군요. 난 두 분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도 세브란스병원 울타리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내가 누워 있을 시체실이 있는 건물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만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울타리 곁에 앉아서 병원의 큰 굴뚝에서 나오는 희끄무레한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이 해부 실습하느라고 톱으로 머리를 가르고 칼로 배를 찢고 한다는데 정말 그러겠지요?”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환이 다꾸앙과 파가 담긴 접시를 갖다 놓고 나갔다.

“기분 나쁜 얘길 해서 미안합니다. 다만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한 가지만 의논해 보고 싶은데,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오늘 저녁에 다 써 버리고 싶은데요.”

“쓰십시오.” 안이 얼른 대답했다.

㉤ “ 이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시겠어요 ?”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함께 있어 주십시오.”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승낙했다.

“멋있게 한번 써 봅시다.”라고 사내는 우리와 만난 후 처음으로 웃으면서 그러나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40.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빈번한 장면 전환을 통해 사건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② 대화를 통해 인물이 살아온 내력을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③ 방언과 토속적 어휘를 사용하여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려 내고 있다.

④ 상반된 가치관을 지닌 인물들을 등장시켜 인물 간의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과장된 묘사를 통해 비극적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41. ‘사내’와 관련하여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감각적 심상을 통해 사내의 외양을 제시하고 있다.

② ㉡: 진술되는 말과 상반된 분위기의 음성을 통해 사내의 위선적 면모를 표출하고 있다.

③ ㉢: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사내의 모습을 통해 사내의 복잡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④ ㉣: 자신의 결정에 대한 사내의 자조적(自嘲的) 변명이 나타나 있다.

⑤ ㉤: ‘우리’와의 동행을 요청하는 사내의 모습을 통해 사내의 외로움과 불안한 심리가 제시되고 있다.

42. 보기를 바탕으로 위 작품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우리 사회의 1960년대는 산업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계층이 존재하는 한편 인간성 상실, 개인주의의 만연 등의 병폐가 조금씩 표면으로 드러난 시대였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의 우울한 풍경 속에서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한 채 피상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① 사내가 자신의 아내와 수원, 안양, 대천, 경주 등을 여행한 것은 자신의 경제적 무능을 아내에게 숨기기 위한 진실하지 못한 행동이라 할 수 있어.

② 자신의 아내가 죽자 그 시신을 병원에 파는 사내의 선택에는 ‘서적 월부 판매 외교원’으로 생활하는 경제적 빈곤함이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어.

③ 아내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사내를 두고 가려 하는 ‘안’과 ‘나’의 모습에서 인간성 상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④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과 길 위의 거지를 나란히 병치시켜 자본주의 사회의 우울한 풍경을 그려 내고 있어.

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어들어야만 일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서 ‘나’가 즐거움을 좇으며 피상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43. [A]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심정과 가장 어울리는 한자 성어는?

① 감탄고토(甘呑苦吐)

② 맥수지탄(麥秀之嘆)

③ 수구초심(首丘初心)

④ 자포자기(自暴自棄)

⑤ 절차탁마(切磋琢磨)

[정답] (2015인수B)

1. ③ 2. ⑤ 3. ④

1. 서술상 특징 파악

장면이 빈번하게 전환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그로 인해 인물의 내적 갈등이 노출되지도 않는다.

① ‘사내’가 ‘나’와 ‘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사내’가 살아온 내력이 요약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② ‘나’가 서술자의 역할을 하면서 ‘나’의 내면 심리가 직접 서술되고 있다. ④ ‘사내’가 겪은 비극적 사건이 ‘나’와 ‘안’의 행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⑤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어떤 빌딩 옥상의 소주 광고 네온사인, 얼어붙은 길 위의 거지 등 인물의 시각에 포착된 거리 풍경의 묘사를 통해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가 드러나고 있다.

2. 구절의 의미 파악

㉤은 슬픔에 지친 ‘사내’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그가 삶의 의욕을 회복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① ㉠은 ‘안’이 어리둥절해 하는 것을 보고 ‘나’가 보인 정서적 반응이다. ② ‘나’는 ㉡을 통해 사내가 꼭 끼워달라는 건 아니라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것 같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③ ㉢은 함께 가도 되겠냐는 ‘사내’의 제안에 대한 서로의 의향을 알아보기 위해 ‘나’와 ‘안’이 취한 행동이다. ④ ㉣은 우리가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걷고 있는 모습이다.

3. 외적 준거에 따른 감상

‘거지가 돌덩이처럼 여기저기 엎드려’ 있는 모습은 그 앞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비를 통해 인정이 메마른 도시의 풍경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다. 거지의 모습을 보고 ‘나’가 고립된 개인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 것은 아니다.

① ‘나’와 ‘안’의 대화는 무의미한 말들로 채워져 진정한 인간관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② ‘안’이 하고 있는 말을 ‘나’가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③ ‘사내’는 자신에게 돈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우리와 동행하고 싶다는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⑤ ‘나’와 ‘안’은 ‘사내’의 슬픔에 공감하기보다 자신들이 겪을 마음의 불편함을 먼저 생각하며 ‘사내’를 떠나고 싶어 한다.

[정답] (2014수완A)

40. ② 41. ② 42. ① 43. ④

(2002.10 고3)

[51~5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 부분의 줄거리> 나는 술집에서 ‘안’이라는 성씨의 대학원생과 30대 중반의 아저씨를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다. 아저씨는 자신의 사정과 처지를 하소연하며 함께 있어주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서 거리로 나왔다. 적막한 거리에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몹시 춥군요.”

라고 사내는 우리를 염려한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 “추운데요. 빨리 여관으로 갑시다.” 안이 말했다.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여관에 들어갔을 때 안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게 좋겠지요?” “모두 한 방에 드는 게 좋겠어요.” 라고 나는 아저씨를 생각해서 말했다. 아저씨는 그저 우리 처분만 바란다는 듯한 태도로, 또는 지금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태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북스럽기만 했다.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리에게 더 좁았던 셈이었다.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아주 피곤합니다.” / 안이 말했다.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 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안이 말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 “화투라도 사다가 놉시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지만,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 하고 안은 말하고 나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말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나서 사환이 가져다 놓은 자리끼를 마시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안이 나를 깨웠다.

“그 양반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예?”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버렸다.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역시…….”

나는 말했다.

“ⓐ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

“아직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선 빨리 도망해 버리는 게 시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이지요?”

“물론 그렇겠죠.”

나는 급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 개미 한 마리가 방바닥을 내 발이 있는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그 개미가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

는 얼른 자리를 옮겨 디디었다.

밖의 이른 아침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빠른 걸음으로 여관에서 떨어져 갔다.

“난 그 사람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안이 말했다.

“난 짐작도 못했습니다.”

라고 나는 사실대로 얘기했다.

“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코트의 깃을 세우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 그렇지요. 할 수 없지요. 난 짐작도 못했는데…… .”

내가 말했다.

“짐작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가 내게 물었다.

“씨팔것, 어떻게 합니까? 그 양반 우리더러 어떡하라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 혼자 놓아두면 죽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게 내가 생각해 본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

“난 그 양반이 죽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다니까요. 씨팔것, ⓓ 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모양이군요 .”

안은 눈을 맞고 있는 어느 앙상한 가로수 밑에서 멈췄다. 나도 그를 따라서 멈췄다. 그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김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두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기웃했다.

“두려워집니다.” / “뭐가요?”

내가 물었다.

“ⓔ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린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입니다.”

나는 말했다.

“하여튼…….”

하고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여기서 헤어집시다. 재미 많이 보세요.”

하고 나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51.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작중 인물이 서술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②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③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④ 인물의 대화와 행동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⑤ 상징적 배경 묘사를 통해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52. 다음은 윗글에 관한 발표 수업 내용이다. [ ] 안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선생님 : 자, 이 글에서 ‘현대 사회의 인간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부분들을 찾아 그 의미에 관해 발표해 봅시다.

▶ [ ]

① 병헌 : 세 사람이 결국 방을 따로 쓴 것은 정신적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상실한 세태를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② 민수 : 등장 인물의 이름이 ‘안’, ‘나’, ‘아저씨’ 등 익명으로 설정된 것은,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인간 관계를 상징합니다.

③ 준호 : 세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관으로 발길을 돌린 것은,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④ 유진 : ‘나’가 숙박계에 인적 사항을 거짓으로 기록한 것은,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를 꺼리는 폐쇄적 사고 방식입니다.

⑤ 수희 : ‘아저씨’가 죽자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안’과 ‘나’의 모습에서,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인정이 메마른 세태를 엿볼 수 있습니다.

5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나’는 ‘아저씨’의 죽음에 연루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② ⓑ – ‘나’는 도의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③ ⓒ – ‘안’은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다.

④ ⓓ – ‘아저씨’가 큰 병을 앓아 왔음을 알 수 있다.

⑤ ⓔ – ‘안’이 심리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음을 암시한다.

54. 윗글을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의논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여관은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릴 수 있도록 허름한 곳으로 정하는 게 좋을 거야.

② 화투는 사건의 극적 반전을 암시하는 중요한 소품이니까 잊지 말고 잘 준비해 두어야 해.

③ 여관방 내부의 모습은 세 사람의 역할과 성격이 분명히 드러날 수 있도록 꾸밀 필요가 있겠지?

④ 첫 장면의 밤거리 모습은 조명을 아주 밝게 해서 어두운 골목길과 대조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게 좋겠어.

⑤ 마지막 장면에서 ‘나’와 ‘안’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애틋한 표정과 목소리 연기로 이별의 아쉬움이 잘 드러나도록 하자.

55. ㉮ 부분의 대화에 드러난 인물간의 심리적 태도를 도식화하려 한다. (a), (b)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아저씨

(a) ↙↗우호 의존↘↖(b)

나 ←냉담 안

우호→

(a) (b) (a) (b)

① 의존 냉담 ② 냉담 우호

③ 우호 의존 ④ 의존 우호

⑤ 우호 냉담

[해설] (2002.10 고3)

51. 제시된 장면은 세 사람이 밤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여관에 들어온 때로부터 다음날 아침 ‘나’와 ‘안’이 죽은 사내를 뒤로 한 채 여관을 떠나 헤어질 때까지의 이야기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정답] 3

52. 이 글에서 조명하고 있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연대 의식 상실과 인간 소외, 그리고 개인주의적인 삶의 모습’이다. / 그러나 ③과 같이, 세 사람이 여관에 들어간 것을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본문에서는 찾을 수 없다. [정답] 3

53.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것’이라는 ‘안’의 진술을 통해, 약의 용도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살’을 위해 준비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정답] 4

54. 작품의 분위기는 인물이나 사건, 배경 등의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되는 것이다. 인물들 간의 대화 내용이나 아저씨의 죽음이라는 사건 등을 고려할 때,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하고 쓸쓸함’이다. 여관은 사건을 둘러싼 공간적 배경이므로, 이러한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허름한 곳’으로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정답] 1

55. ㉮에서, ‘아저씨’는 “혼자 있기 싫습니다.”라고 하면서 ‘나’와 ‘안’에게 의존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반면에, ‘안’은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아저씨’와 ‘나’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있다. [정답] 1

(2004.5 고2 경기도 학업성취도평가)

[15~1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구청 병사계 직원인 ‘나’는 선술집에서 대학원생 ‘안’과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눈다. 자리를 옮기려고 일어섰을 때, 한 사내가 다가와 오늘 아내가 죽었다고 한다.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난 서적 외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돈 사천 원을 주더군요. 난 두 분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도 세브란스 병원 울타리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내가 누워 있을 시체실이 있는 건물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만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울타리 곁에 앉아서 병원의 큰 굴뚝에서 나오는 희끄무레한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이 해부 실습하느라고 톱으로 머리를 가르고 칼로 배를 째고 한다는데 정말 그러겠지요?”.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환이 단무지와 양파가 담긴 접시를 갖다 놓고 나갔다.

“기분 나쁜 얘길 해서 미안합니다. 다만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한 가지만 의논해 보고 싶은데,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오늘 저녁에 다 써버리고 싶은데요.”

“쓰십시오.” 안이 얼른 대답했다.

“이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시겠어요?”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함께 있어 주십시오.”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승낙했다.

“멋있게 한 번 써 봅시다.”라고 사내는 우리와 만난 후 처음으로 웃으면서, 그러나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중국집에서 거리로 나왔을 때는 우리는 모두 취해 있었고, 돈은 천 원이 없어졌고, ㉠사내는 한쪽 눈으로는 울고 다른 쪽 눈으로는 웃고 있었고, 안은 도망갈 궁리를 하기에도 지쳐 버렸다고 내게 말하고 있었고, 나는 “악센트 찍는 문제를 모두 틀려 버렸단 말야, 악센트 말야”라고 중얼거리고 있었고, 거리는 영화에서 본 식민지의 거리처럼 춥고 한산했고, 그러나 여전히 소주 광고는 부지런히, 약 광고는 게으름을 피우며 반짝이고 있었고 , 전봇대의 아가씨는 ‘그저 그래요’라고 웃고 있었다.

[A]< “이제 어디로 갈까?” 하고 아저씨가 말했다. “어디로 갈까?” 안이 말하고, “어디로 갈까?”라고 나도 그들의 말을 흉내냈다. 아무데도 갈 데가 없었다. >

< 중 략 >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북스럽기만 했다.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리에게 더 좋았던 셈이었다 .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아주 피곤합니다.” 안이 말했다.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안이 말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

“화투라도 사다가 놉시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지만,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 하고 안은 말하고 나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말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나서 사환이 가져다 놓은 자리끼를 마시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안이 나를 깨웠다.

“그 양반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예?”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 버렸다.

㉤“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역시 ……” 나는 말했다 .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아직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선 빨리 도망해 버리는 게 시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이지요?”

“물론 그렇겠죠.”

나는 급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 개미 한 마리가 방바닥을 내 발이 있는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그 개미가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얼른 자리를 옮겨 디디었다.

밖의 이른 아침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15.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인물들의 성격을 대화와 행동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② 상징적인 상황을 설정하여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③ 사건을 체험한 사람이 직접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④ 현실에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인물의 성격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⑤ 특정한 시대적 배경을 제목으로 설정하여 내용의 사실성을 강화하고 있다.

16. 위 글의 인물간의 관계를 연대감을 중심으로 도식화하였다. 적절한 것은?

① ② ③ ④ ⑤

<그림 생략>

17. [A]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순수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② 물질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드러내고 있어.

③ 삶의 지향점을 잃은 현대인의 심리를 엿볼 수 있어.

④ 부정적 현실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⑤ 현실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18.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공통적인 화제가 없이 자신의 상황에만 몰입된 인간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② ㉡ : 함께 걸을 수 있었던 거리가 여관보다는 의사 소통이 원활한 곳이었음을 나타낸다.

③ ㉢ : 다른 사람과 운명을 함께 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④ ㉣ : 자신의 실체를 감추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익명성(匿名性)을 보여주고 있다.

⑤ ㉤ : 사내의 죽음을 예감했으면서도 이를 외면하는 현대인의 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 <보기>는 위 작품의 수업을 위해 배부한 그림 자료이다. 위 글과 관련지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 ⓒ ⓓ ⓔ

<그림 자료 생략>

① ⓐ는 ‘사내’가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고 의사에게 돈을 받고 있는 장면입니다.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에서 사내는 그 돈을 매우 부담스러워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② ⓑ는 등장 인물들이 중국집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장면입니다. 음식을 먹는 모습에서 우연히 만난 도시인들이 인간적인 교류를 모색하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③ ⓒ는 등장 인물들이 거리를 걷고 있는 장면입니다. 함께 거리를 걷고 있지만 여전히 개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④ ⓓ는 등장 인물들이 각각 다른 방에서 쉬고 있는 장면입니다. 벽으로 단절된 공간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파편화된 도시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⑤ ⓔ는 여관방에서 ‘나’가 개미를 피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것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낌과 동시에, 사내의 자살 사건에 연루되기 싫어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해설] (2004.5 고2 경기도 성취도)

15. 이 소설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뚜렷한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방황과 연대감 상실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자가 작품 속에 등장하여 자신이 체험한 이야기를 직접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③), 인물들의 성격을 대화와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①). 또한 여관방이라는 상징적인 상황을 설정하여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으며(②), <서울, 1964년 겨울>이라는 특정한 공간적․시대적 배경을 제목으로 설정하여 소설의 구체성을 높이고 있다(⑤). 그러나 ④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인물들이 작품 안에서 성격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정답] 4

16.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나 행동을 통해 인물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문제이다. ‘나’와 ‘안’은 동년배이지만 유대감이나 연대 의식이 전혀 없이 사내의 절망이나 죽음을 방치하고 있다. 또한 ‘안’은 ‘나’의 제의를 모두 거절하고 있으며, ‘나’와 ‘안’은 사내의 제의를 모두 묵살한다. 그러므로 인물간의 파편화를 나타낸 도식은 ②이다. [정답] 2

17. 세 사람이 모두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하면서 결정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이 장면은, ‘삶의 방향을 상실한 당대 젊은이들의 처한 모습과 심리’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정답] 3

18. 문맥에 나타난 인물들의 모습과 행동을 통해 심리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문제이다. ㉢은 ‘아저씨’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나’와 ‘안’과 함께 잠시라도 더 있고 싶어 하는 심정을 나타낸 말이지 그들과 ‘운명을 함께 하고자 한 말’은 아니다. [정답] 3

19. 이 작품은 현대인들의 비인간적인 면과 현대인들이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소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시된 그림들은 이러한 소설 속의 장면을 그림으로 나타낸 장면들이다. ⓑ의 자장면을 함께 먹는 장면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같은 공간에서 자장면을 먹으면서도 여전히 그들에게서 연대감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개인화된 상황 속에서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모색하려는 시도’라고 한 ②는 잘못된 진술이다. [정답] 2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1964년 겨울밤, 시골 출신으로 육사 시험에 실패하고 구청 병사계에 근무하는 스물다섯 살의 ‘나’는, 우연히 선술집에서 ‘안’을 만난다.

‘안’은 부잣집 대학원생으로 ‘나’와 동갑내기이다. 두 사람은 파리, 꿈틀거리는 것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우리 다른 얘기합시다.” 하고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심각한 얘기를 좋아하는 이 친구를 골려 주기 위해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기의 음성을 자기가 들을 수 있는 취한 사람의 특권을 맛보고 싶어서 얘기를 시작했다. “평화 시장 앞에 줄지어 선 가로등들 중에서 동쪽으로부터 여덟 번째 등은 불이 켜 있지 않습니다…….” 나는 그가 좀 어리둥절해하는 것을 보자 더욱 신이 나서 얘기를 계속했다.

“…… 그리고 화신 백화점 육 층의 창들 중에서는 그중 세 개에서만 불빛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해질 사태가 벌어졌다. 안의 얼굴에 놀라운 기쁨이 빛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가 빠른 말씨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서대문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이 서른두 명 있는데 그중 여자가 열일곱 명이었고, 어린애는 다섯 명, 젊은이는 스물한 명, 노인이 여섯 명입니다.”

“그건 언제 일이지요?”

“오늘 저녁 일곱 시 십오 분 현재입니다.”

“아.” 하고 나는 잠깐 절망적인 기분이었다가 그 반작용인 듯 굉장히 기분이 좋아져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단성사 옆 골목의 첫 번째 쓰레기통에는 초콜릿 포장지가 두 장 있습니다.”

“그건 언제?”

“지난 십사 일 저녁 아홉 시 현재입니다.”

“적십자 병원 정문 앞에 있는 호두나무의 가지 하나는 부러져 있습니다.”<중략>

“안 형은 오늘 저녁엔 서대문 근처에서 살고 있었군요.” “예, 서대문 근처에서 살고 있었어요.”

“난 종로 2가 쪽입니다. 영보 빌딩 안에 있는 변소 문의 손잡이 조금 밑에는 약 이 센티미터가량의 손톱자국이 있습니다.”<중략>

“의미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난 무슨 의미가 있기 때문에 종로 2가에 있는 빌딩들의 벽돌 수를 헤아리는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렇죠? 무의미한 겁니다. 아니 사실은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난 아직 그걸 모릅니다. 김 형도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 한번 함께 그거나 찾아볼까요. 일부러 만들어 붙이지는 말고요.”

“좀 어리둥절하군요. 그게 안 형의 대답입니까? 난 좀 어리둥절한데요. 갑자기 의미라는 말이 나오니까.” “아, 참, 미안합니다. 내 대답은 아마 이렇게 될 것 같군요. 그냥 뭔가 뿌듯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밤거리로 나온다고.”

그는 이번엔 목소리를 낮추어서 말했다.

“김 형과 나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서 같은 지점에 온 것 같습니다. 만일 이 지점이 잘못된 지점이라고 해도 우리 탓은 아닐 거예요.”<중략>

아무튼 그 사내가 나나 안 중의 어느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그냥 우리 쪽을 향하여 말을 걸어온 것이다. “미안하지만 제가 함께 가도 괜찮을까요? 제게 돈은 얼마 있습니다만…….”

이라고 그 사내는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 힘없는 음성으로 봐서는 꼭 끼어 달라는 건 아니라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것 같기도 했다. 나와 안은 잠깐 얼굴을 마주 보고 나서,

“아저씨 술값만 있다면…….

이라고 내가 말했다. “함께 가시죠.”

라고 안도 내 말을 이었다. “고맙습니다.”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역순행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② 장황한 해설을 통해 작가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③ 서술의 초점을 한 인물에 맞추어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④ 인물들 사이의 대립 구도를 통해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⑤ 우리 사회의 전형성을 지닌 인물들을 통해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2. 이 글에 나타나는 인물 간 대화의 특징으로 적절한 것은?

①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나타나 있다.

②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나타나 있다.

③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서로의 공감대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④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상징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⑤ 자신의 의견에 대한 근거를 함께 제시하여 상대방을 설득하고 있다.

3. 작가가 등장인물을 ‘김’, ‘안’, ‘사내’로 표현한 이유를 쓰시오.

4. 이 글을 <보기>의 밑줄 친 부분에 중심을 두고 감상하고 있는 사람은?

​<보기>

문학 작품의 해석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관여하는데 크게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으로 나눌 수 있다. 내재적 관점은 구성 요소나 표현 방식 등 작품 내적인 요소에 중심을 두고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외재적 관점은 작품과 관련된 시대적 현실 , 작가, 독자 등 작품 외적인 요소에 중심을 두고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① 철수: 이 글에는 감각적이고 섬세한 문체가 나타나 있어.

② 정수: 이 글에 나타난 냉소적 어조는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어.

③ 영수: 이 글은 1960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간의고립과 소외를 드러내고 있어.

④ 종수: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고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아.

⑤ 민수: 이 글을 쓴 작가의 후기 소설에서는 꿈이나 환상을 잃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주로 다루었다고 했는데, 이 글에서도 그러한 삶의 모습이 나타나 있어.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말하기 시작했다.

“들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오늘 낮에 제 아내가 죽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그는 이젠 슬프지도 않다는 얼굴로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네에에.”, “그거 안되셨군요.”라고 안과 나는 각각 조의를 표했다.

<중략>

사내는 고개를 떨구고 한참 동안 무언지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안이 손가락으로 내 무릎을 찌르며 우리는 꺼지는 게 어떻겠느냐는 눈짓을 보냈다. 나 역시 동감이었지만 그때 사내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계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눌러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는 재작년에 결혼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친정이 대구(大邱) 근처에 있다는 얘기만 했지 한 번도 친정과는 내왕이 없었습니다. 난 처갓집이 어딘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었어요.”

그는 다시 고개를 떨구고 입을 우물거렸다.

“뭘 할 수 없었다는 말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내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그러나 한참 후에 다시 고개를 들고 마치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난 서적 월부 판매 외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돈 사천 원을 주더군요. 난 두 분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도 세브란스 병원 울타리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내가 누워 있을 시체실이 있는 건물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만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울타리 곁에 앉아서 병원의 큰 굴뚝에서 나오는 희끄무레한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이 해부 실습하느라고 톱으로 머리를 자르고 칼로 배를 찢고 한다는데 정말 그러겠지요?”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환이 다꾸앙과 파가 담긴 접시를 갖다 놓고 나갔다.

“기분 나쁜 얘길 해서 미안합니다. 다만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한 가지만 의논해 보고 싶은데,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오늘 저녁에 다 써 버리고 싶은데요.”

“쓰십시오.”

안이 얼른 대답했다.

“이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시겠어요?”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함께 있어 주십시오.”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승낙했다.

“멋있게 한번 써 봅시다.”

라고 사내는 우리와 만난 후 처음으로 웃으면서 그러나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A]<중국집에서 거리로 나왔을 때는 우리는 모두 취해 있었고, 돈은 천 원이 없어졌고 사내는 한쪽 눈으로는 울고 다른 쪽 눈으로는 웃고 있었으며, 안은 도망갈 궁리를 하기에도 지쳐 버렸다고 내게 말하고 있었고, 나는 “악센트 찍는 문제를 모두 틀려 버렸단 말야, 악센트 말야.”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고, 거리는 영화에서 본 식민지의 거리처럼 춥고 한산했고, 그러나 여전히 소주 광고는 부지런히, 약 광고는 게으름을 피우며 반짝이고 있었고, 전봇대의 아가씨는 ‘그저 그래요.’라고 웃고 있었다.>

[B]<“이제 어디로 갈까?” 하고 아저씨가 말했다. “어디로 갈까?” 안이 말하고, “어디로 갈까?” 라고 나도 그들의 말을 흉내 냈다. 아무 데도 갈 데가 없었다.>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5. 이 글의 서술상의 특징으로 적절한 것은?

① 인물 사이의 갈등과 해소가 중심 구조를 이루고 있다.

② 빠른 장면 전환을 통해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③ 등장인물의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다.

④ 현재형 어미를 사용하여 일상적 삶의 모습을 부각하고 있다.

⑤ 특별한 사건 없이, 단편적인 삽화들이 시간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6. ㉠의 이유로 적절한 것은?

①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②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③ ‘나’와 ‘안’에게 호의를 베풂으로써, 이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④ 자신의 호의에 대해 무관심을 드러내는 ‘나’와 ‘안’에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⑤ 아내의 시신을 팔았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오래 지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7. 작가가 [A]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바를 서술하시오.

​8. [B]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삶의 지향점을 상실한 현대인의 심리를 보여 주고 있군.

② 물질에 매몰된 현대인의 욕망을 강조하여 표현하고 있군.

③ 불안 심리를 떨쳐 버리려는 현대인의 의지를 반복을통해 보여 주고 있군.

④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려고 노력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나타나 있군.

⑤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보다는 권리를 소중히 생각하는 현대인의 사고방식이 나타나 있군.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중간 부분의 줄거리]

‘사내’는 ‘나’와 ‘안’에게 넥타이와 귤을 사 준다. 갈 데가 없는 세 사람은 소방차를 따라 화재 현장에 가서 불구경을 한다. 그곳에서 ‘나’와 ‘안’은 또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고, ‘사내’는 남은 돈을 불 속으로 던진다. ‘사내’에게 돈이 떨어지자 ‘나’와 ‘안’은 ‘사내’와 헤어지려고 하지만, 그는 혼자 있기가 무섭다며 하룻밤을 같이 지내기를 간청한다. ‘사내’는 여관비를 위해 월부 책값을 받으러 가지만 돈을 받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서 거리로 나왔다. 적막한 거리에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몹시 춥군요.”

라고 사내는 우리를 염려한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추운데요. 빨리 여관으로 갑시다.”

안이 말했다.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여관에 들어갔을 때 안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게 좋겠지요?”

“모두 한방에 드는 게 좋겠지요.”

라고 나는 아저씨를 생각해서 말했다.

아저씨는 그저 우리 처분만 바란다는 듯한 태도로 또는 지금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태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북스럽기만 했다 .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리에게는 더 좋았던 셈이었다 . 벽으로 나뉜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지금 아주 피곤합니다.”

안이 말했다.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

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

안이 말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서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

“화투라도 사다가 놉시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지만,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

라고 안은 말하고 나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말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나서 사환이 가져다 놓은 자리끼를 마시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9. ㉠~㉤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인물들이 더 이상 공유할 것이 없어서 어색해하고 있어.

② ㉡: 거리에서는 적어도 세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야.

③ ㉢: ‘나’는 ‘안’에 비해 어느 정도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④ ㉣: ‘사내’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어.

⑤ ㉤: ‘안’은 ‘나’와 ‘사내’가 불편해할까 봐 방을 따로 잡자고 말하고 있어.

​10. ⓐ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바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

②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현대인의 모습

③ 편안한 안식처가 되지 못하는 현대 가정의 모습

④ 주거 환경의 변화로 심리적 불편을 겪는 현대인의 모습

⑤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맺지 못하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현대인의 모습

11. 개인의 노출을 꺼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내는 ‘나’의 행동을 찾아 쓰시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다음 날 아침 일찍이 안이 나를 깨웠다.

“그 양반,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예?”/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 버렸다.“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역시…….”

나는 말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아직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린 빨리 도망해 버리는 게 시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살이지요?”

“물론 그것이겠죠.”

나는 급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 ⓐ개미 한 마리가 방바닥을 내 발이 있는 쪽으로 기어 오고 있었다. 그 개미가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얼른 자리를 옮겨 디디었다.

밖의 이른 아침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빠른 걸음으로 여관에서 떨어져 갔다.

“난 그 사람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안이 말했다.

“난 짐작도 못했습니다.”

라고 나는 사실대로 얘기했다.

“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코트의 깃을 세우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그렇지요. 할 수 없지요. 난 짐작도 못 했는데…….”

내가 말했다.

“짐작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가 내게 물었다.

“어떻게 합니까? 그 양반 우리더러 어떡하라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혼자 놓아두면 죽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게 내가 생각해 본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난 그 양반이 죽으리라고는 짐작도 못 했다니까요. 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모양이군요.”

안은 눈을 맞고 있는 어느 앙상한 가로수 밑에서 멈췄다. 나도 그를 따라서 멈췄다. 그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김 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두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기웃했다.

㉠“ 두려워집니다.”

“뭐가요?”

내가 물었다.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리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입니다.”

나는 말했다.

“하여튼…….”

하고 나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마침 버스가 막 도착한 길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버스에 올라서 창으로 내다보니 안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무언지 곰곰이 생각하고 서 있었다.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12. 다음 중, 이 글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기에 적합한 것은?

① 꽃이 / 피는 건 힘들어도 / 지는 건 잠깐이더군. /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 아주 잠깐이더군. -최영미, ‘선운사에서’

② 이 비 그치면 /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 푸르른 보리밭 길 / 맑은 하늘에 /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 이수복, ‘봄비’

③ 진주 장터 생물어전에는 /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진 어스름을, // 울엄매의 장사 끝에 암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 은전만큼 손안 닿는 한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 박재삼, ‘추억에서’

④ 하이얀 모색 속에 피어 있는 / 산협촌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 파아란 역등을 달은 마차가 한 대 잠기어 가고, / 바다를 향한 산마룻길에 /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위엔 /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 김광균, ‘외인촌’

⑤ 세상이 바람이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 사람이 사는 마을 / 가장 낮은 곳으로 /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 우리가 눈발이라면 /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 편지가 되고 /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 새살이 되자.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13. ‘안’이 ㉠과 같이 말한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다른 사람이 죽은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② 경제적으로 무능한 자신의 앞날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③ 자신도 사내와 같은 처지가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④ 죽은 사내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입게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⑤ 사내의 죽음을 계기로, 타인에게 방관자로 살아가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14. <보기>는 이 글에 대한 비평문이다. ⓐ~ⓔ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 “우리가 너무 늙어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라는 말은 도시적 인간관계에 대한 무감각과 관성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 자아를 향한 통과의례에서 살아 남은 주인공들은 이처럼 도시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시민 정신을 보여 준다. 반면 ⓒ 자살한 30대 익명의 남자는 도시의 잔혹함에 의해 철저하게 파멸해 간 희생양이다. ⓓ 고립된 인물들로 가득 찬 서울이라는 공간은 공동체가 해체되고 급속도로 개인화되어가는 현대 도시로 묘사될 뿐이다. 그리하여 독자는 소설의 인물을 따라 어둡고 긴 터널 같은 시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 불편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본질을 깨달을 때, 독자는 비로소 인물의 방황에 연민을 갖게 되는 것이다.

① ⓐ ② ⓑ ③ ⓒ ④ ⓓ ⑤ ⓔ

​15 이 글에서 ⓐ가 의미하는 바를 쓰시오.

​[해설]

1 ⑤ 2 ③ 3 예시 답안 참고 4 ③ 5 ⑤ 6 ⑤ 7 예시 답안 참고 8 ① 9 ⑤ 10 ⑤ 11 예시 답안 참고 12 ⑤ 13 ⑤ 14 ② 15 예시 답안 참고

1 이 글은 1960년대 당시 우리 사회의 전형성을 지닌 인물들을 통해 당시 시대가 당면한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2 ‘나’와 ‘안’은 각자 자신이 알고 있거나 느꼈던 것만을 주고받으며, 모호하고 불분명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서로의 공감대 없이 이루어지는 단절된 대화로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나’와 ‘안’이 벌이는 대화는 의사소통과 인간적 유대가 단절된 현대인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3 [예시 답안] 이 글의 등장인물을 실명이 아닌 ‘김’, ‘안’,‘ 사내’로 표현한 것은 군중 속에서 개성이 상실된 현대인의 익명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4 작품과 관련된 시대적 현실과 관련하여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것은 ③이다.

5 이 글은 특별한 사건 없이 단편적인 삽화들이 시간적으로 연결되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6 사내는 아내가 병으로 숨지자 어쩔 수 없이 그 시신을 병원에 팔지만, 사랑하는 아내의 시신을 팔았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지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7 [예시 답안]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을 보여 줌으로써 이들의 관계가 철저하게 단절된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8 ‘안’과 ‘나’와 ‘사내’의 대화는 서로의 말을 흉내 내는 무의미한 말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특별히 갈 곳도, 하고 싶은 일도 없기 때문에, 이들의 대화 또한 생각을 나누고 목적지를 결정할 수 있는 진실된 것이 아니다. 이 대화를 통해 이 인물들은 사회적 연대감을 잃고 뚜렷한 목적지 없이 방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 ‘안’이 방을 따로 잡자고 이야기한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만의 편의를 추구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통해 개인주의적인 안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10 벽을 사이에 두고 각각 다른 방에 들어가는 행위를 통해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맺지 못하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현대인의 인간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11 [예시 답안] 숙박계에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씀.

12 이 글은 현대 사회의 인간 고독과 소외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기에 적합한 것은 상처받고 소외된 이웃을 따뜻하게 감싸고자 하는 소망이 드러난 ⑤이다.

13 ‘안’은 사내의 죽음을 보고 난 후, 자신이 나이에 비해 타인에게 방관자로 살아가는 태도에 너무 익숙해졌음을 느끼고 이러한 자신의 태도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14 이 글의 ‘안’과 ‘김’은 ‘사내’의 죽음을 방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도시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시민 정신을 보여 준다고 볼 수 없다.

15 [예시 답안] 이 글에서 ‘개미’는 소외된 채 자살한 사내의 분신이자 ‘나’의 양심을 의미한다. ‘나’가 개미가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은 ‘사내’를 죽게 놓아 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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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등장하는 세 인물의 성격을 한가지로 말해보면 ? ⇒ 세 사람은 각 계층을 표상하는 인물들로서의 성격을 지니는데, 방향의 상실, 무관심, 허무주의에 빠진 도시인의 무중력 상태를 드러내며, 원자화해 버린 현대인의 소외된 삶의 태도를 함께 보여주는 인물들임. 2. 이 소설은 쓸데없는 대화가 주를 이룬다. 그것이 의도하는 바는 ? ⇒ 현대인의 의미없는 만남과 삶의 파편성, 소외의식을 드러내고자 함. 3. 외판원 아저씨의 자살과 그것을 본 두 사람의 반응을 통해 작가가 제시하려는 주제의식은 무엇인가? ⇒ 외판원 아저씨의 자살은, 남의 문제가 바로 자신 가까이에 다가오는 계기가 된다. 스물 다섯 살의 청년인 두 주인공은 하룻밤 새 성큼 자란 자신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삶의 황폐성의 극단인 죽음 앞에서 그들은 삶의 엄숙한 의미를 일순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그 죽음을 외면하고 만다. 시체를 두고 거리로 나온 두 사람은 그저 방향없는 길을 향해 갈라서는 것이다. 죽음에 임하여서도 결코 합치할 수 없는 현대인의 고독하고 파편적인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떠나는 길에는 ‘도시의, 눈을 맞고 서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쓸쓸히 서 있다. 그들은 바로 눈을 맞고 서 있는 나뭇가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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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서울 생활 모습 희귀사진 과거로 보내드림 (Life in Seoul in 1964 Rare picture sent to the past) #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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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1965-김승옥) 줄거리 및 핵심내용 요약 정리 QQQ

[줄거리]

월부 외판원인 ‘그’는 우연히 알게 된 여자와 결혼한다. 처가집이 대구쪽에 있다고 하나 내왕은 전혀 없다. 비록 가난하지만 그들은 돈이 생기면 여기저기 함께 다니면서 재미있게 산다. 아내는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급성 폐렴도 앓은 적이 있다. 그런데 급성 뇌막염으로 오늘 아내가 세브란스 병원에서 죽었다. 연락을 취할 길이 없는 그는 아내의 시체를 사천 원을 받고 병원에 판다. 포장마차에서 대학원 학생인 ‘안’과 구청 병사계에 근무하는 ‘나’, 이렇게 세 사람이 만난다. 자기 소개를 끝낸 우리는 술만 마신다. 그러다가 나는 불쑥 ‘안’에게 파리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그가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느냐고 묻자 나는 그렇다고 응답한다. 나는 ‘안’과 평화시장 앞의 가로등과 화신백화점의 유리등과 같은 무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한다. 계산하기 위해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곁에서 술잔을 받아놓고서 연탄불에 손을 쬐고 있던 ‘그’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는 오늘밤 자신이 술을 사겠다고 함께 가 줄 것을 애원한다.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근처의 중국 요리집으로 들어간다. 그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돈을 써 버리기로 작정했다고 말한다. 나는 그에게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 것만 같아서 불안했지만 통닭과 술을 시켜달란다. 옆방의 다급해져 가는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우리는 어색한 침묵에 휩싸인다. 우리가 입을 다물고 있자 그는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아내의 이야기를 꺼낸다. 나와 안은 조의를 표한다. 그는 실험용인 아내의 머리를 톱으로 가르고 배를 칼로 째는 장면을 연상하면서 괴로워한다. 거리로 나온 우리는 중국집 옆의 양품점으로 들어가서 알록달록한 넥타이를 하나씩 골라잡는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중도에서 내린 우리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소방차를 뒤따른다. 사내가 호주머니를 뒤져서 돈을 모두 안에게 준다. 안과 나는 돈을 세어보고 다시 돈을 돌려준다. 화재가 난 곳에 도착한 우리는 페인트통에 앉아서 불구경을 한다. 이때 그가 깡통으로부터 힘차게 일어나 소리치면서 돈을 흰보자기에 싸서 불속으로 던진다. 안과 나는 그에게 잘 있으라고 하고 돌아선다. 그는 혼자 있기 무서우니 같이 있자고 하소연한다. 자신이 여관비를 내겠다면서 어느 집의 벨을 누르고 월부책값을 요구한다. 통금시간이 다 되어서야 여관으로 들어간 우리는 혼자 있기가 싫다고 중얼거리는 그와 다른방으로 들어 간다. 다음날 아침 그가 죽었다면서 안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그가 자살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서둘러서 여관을 나선다. 그가 죽을 것을 알았던 안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하다.

[인물의 성격]

● 그(사내) → 30대의 가난한 월부판매 외판원으로, 1960년대 방향을 상실한 하층민을 대표한다. 아내가 죽자 시신을 병원에 팔아먹고 자책감에 괴로워하다가 자살하는 인물 (삶에 절망한 자) ● 안(安) → 25세의 부잣집 아들이며 대학원생으로, 1960년대의 지식인을 대표하는 전형적 인물이다. 극도의 염세적 태도를 지닌 니힐리스트로, 과장된 절망에 빠져 있으며, 당대 지식인의 부정적 측면을 드러냄. (회의주의자) ● 나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사를 떨어진 뒤에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하는 인물로, 도시 소시민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현실에서 소외되어 심한 고독감을 느끼지만 거기에 닳아질 대로 닳아진 사람이다.(냉소적이고 무중심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

[구성 단계]

● 발 단 : ‘나’와 ‘안’이라는 대학원생이 포장마차에서 만나 무의미한 대화를 즐김. ● 전 개 : 30대 중반의 낯선 사내가 말을 걸어오며 자신의 불행을 말하고 동행해도 좋으냐고 간청함. ● 위 기 : 선술집에서 만난 세 사람은 자기들의 신분을 이야기하고,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면서 부질없이 거리를 방황하다가 부질없는 불구경을 나선다. 화재가 난 곳에서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불 속에 던지고는 불안에 빠짐. ● 절 정 : 세 사람은 여관에 들기로 한다. ‘사내’는 같은 방에 들자고 했으나 ‘안’의 거절로 각기 다른 방에 투숙한다. ● 결 말 : 다음날 아침, 사내의 자살이 밝혀지고, ‘나’와 ‘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곳에서 헤어졌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나’와 ‘안’과 ‘그’라는 새로운 인물 유형이다. 선술집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이십오 세의 동갑내기인 이들은 결코 그들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알고 있는 것, 느꼈던 것만을 주고받는다. 이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우리는 도시적 삶의 파편화, 곧 개인주의의 심화를 읽어 낼 수 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나’, ‘안’, ‘사내’ 등으로 익명화되어 있다. 현대 도시인의 삶이 그 속성으로 지니고 있는 자기 중심주의, 언어 불소통을 암시하는 문학적 의도이다. 또한 그들의 신원만 단편적으로 제시될 뿐 개개인의 개성이 서술되지 않은 것도 소외의식을 심화시키는 문체적 특징일 것이다. 이들의 만남은 이름으로 대표되는 인격끼리의 만남이 아니고, 단순히 기호적 위상으로만 상대를 인식하는 무덤덤한 만남이 되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이렇게 인식하는 그들의 내면은 결국 사회화의 단계를 밟지 않은 미숙한 것이거나, 아니면 사회화를 포기한 태도라고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쓸데없는 말의 유희”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언어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의사소통과 감정의 교류라는 측면을 생각해 볼 때, 세 사람의 대화는 그러한 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는, 표피적이고 본질에서 벗어난 헛된 이야기이다. 포장마차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한 수단으로써 말을 하고 있거나, 말을 장난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언어적 진실을 통한 관계맺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쓸데없는 말 장난에 불과하다. 이 작품의 공간(포장마차, 여관)이 지니는 상징성 또한 작품의 주제의식을 강화하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포장마차는 서민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며,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아드는 곳이다. 허무주의자인 안과 속물적 사고의 나, 생활고에 지친 외판원 아저씨는 모두 서울의 쓸쓸한 군상들이다. 여관은 나그네가 깃들이는 곳이다. 그들에게 여관은 안식의 터전이 아니라, 나그네라는 의식만 더 강화시켜 주는 공간이며, 파편화된 단독자임을 확인시켜 주는 공간에 불과하다.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순수소설, 도시소설 ● 배경 : 공간적 – 허무의지로 가득찬 서울 시간적 – 1964년 겨울 사상적 – 실존주의와 초현실주의, 허무의지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표현상 특징 ① 상징적(象徵的)인 언어의 사용 → 설명적 언어가 아닌 상징적, 비유적 언어를 사용하여 입체적인 문장을 만들고 있다. 이것은 독자들에게 상상력과 사고력을 동원하여 책을 읽게한다. ② 인상(印象)적 언어의 사용 → 상투어를 쓰지 않고 참신하고 인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비관습적인 문체를 만들고 있다. ③ 전형적인 인물의 행동과 대화를 통한 시대상의 제시 ● 주제 ⇒ 뚜렷한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적 방황과 인간적 연대감의 상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세 사람의 소외된 삶과 허무의지

[생각해 볼 문제]

1. 등장하는 세 인물의 성격을 한가지로 말해보면 ? ⇒ 세 사람은 각 계층을 표상하는 인물들로서의 성격을 지니는데, 방향의 상실, 무관심, 허무주의에 빠진 도시인의 무중력 상태를 드러내며, 원자화해 버린 현대인의 소외된 삶의 태도를 함께 보여주는 인물들임. 2. 이 소설은 쓸데없는 대화가 주를 이룬다. 그것이 의도하는 바는 ? ⇒ 현대인의 의미없는 만남과 삶의 파편성, 소외의식을 드러내고자 함. 3. 외판원 아저씨의 자살과 그것을 본 두 사람의 반응을 통해 작가가 제시하려는 주제의식은 무엇인가? ⇒ 외판원 아저씨의 자살은, 남의 문제가 바로 자신 가까이에 다가오는 계기가 된다. 스물 다섯 살의 청년인 두 주인공은 하룻밤 새 성큼 자란 자신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삶의 황폐성의 극단인 죽음 앞에서 그들은 삶의 엄숙한 의미를 일순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그 죽음을 외면하고 만다. 시체를 두고 거리로 나온 두 사람은 그저 방향없는 길을 향해 갈라서는 것이다. 죽음에 임하여서도 결코 합치할 수 없는 현대인의 고독하고 파편적인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떠나는 길에는 ‘도시의, 눈을 맞고 서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쓸쓸히 서 있다. 그들은 바로 눈을 맞고 서 있는 나뭇가지인 셈이다.

[더 읽을거리]

서울, 1964년 겨울 < 예술지식백과 < 문화지식 < 문화포털

개요 1965년 6월 <사상계>에 발표된 김승옥의 단편소설. 제1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작품은 구청 병사계 직원인 ‘나’와 대학원생 ‘안’과 아내의 죽음을 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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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scription Website: 개요 1965년 6월 <사상계>에 발표된 김승옥의 단편소설. 제1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작품은 구청 병사계 직원인 ‘나’와 대학원생 ‘안’과 아내의 죽음을 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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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02 서울,1964년 겨울 분석,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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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 브런치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과 일본이 최초로 협정을 맺었던 1964년. 독도의 영유권을 제 3 자에게 맡기고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자에 대한 개인 배상을 포기하고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자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포기하는 한일협정을 체결했던 그 해 1964년, 그 한일협정에 분노하며 반대하는 10만여명이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 앞까지 진격했던 1964년, 이승만 대통령을 탄핵시켰던 1960년 4-19 혁명이 있은지 겨우 4년 밖에 지나지 않은, 그래서 분명히 저들에게 다시 419 혁명을 떠올리게 하며 대통령 탄핵이라는 공포에 떨게 했을 1964년, 그래서 한일협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1964년, 계엄령 선포로 박정희 정부의 허락 없이는 어떠한 공동체의 문제나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말하고, 글쓰고, 모이고, 의견을 내는 것이 전부 거부된 1964년, 그럼에도 자신들에게 향하는 비판이 두려워 인혁당 간첩 사건을 조작하고 처벌했던 1964년, 그리하여 공동체의 문제나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말하고, 글쓰고, 모이고, 의견을 내는 이는 모두 구속되고, 고문 당하며, 처벌 받았던, 무엇보다 그로 인하여 공동체의 문제나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말하고, 글쓰고, 모이고, 의견을 내는 이는 모두 북괴의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간첩으로, 배신자로 의심받고 비난받고 핍박받고 조롱받게 만든 그 해 1964년.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은 일본과 일제강점,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하여 당대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당대에 너무도 당연했던 분노와 정의, 감정과 논리가 모두 거부된 시대, 우리를 우리이게 만드는, 공동체를 공동체라 부를 수 있게 하는 공동의 분노와 정의, 공동의 감정과 논리가 모두 거부된 시대. 정치, 경제, 공동체의 의제나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말하고, 글쓰고, 모이고, 의견을 내는 것이,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모두 완전히 금지된 시대- 서울의 1964년에 관한 소설이며 앞으로 다가올 시대- 서울의 기나긴 겨울에 관한 소설이므로, 1964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 소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소설은 10개 중 1개만 이야기하고 나머지 9개를 독자가 찾아내야 한다. 대단한 경험과 열정, 애정과 공부 없이는 제대로 즐기기가 어렵다. 1964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시작부터 이 소설에 다가가기 어렵고, 그냥 읽어서는 도저히 그 은유와 상징을 찾아낼 수 없으며, 찾았다 해도, 그 은유와 상징이 이끄는 맥락을 따라가기 어렵고 그 맥락이 품고 있는 두려움과 슬픔과 괴로움과 비관에 대해 이 작품이 이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울분과 우울에 대해 거의, 전혀, 공감을 하기가 정말, 어렵다.

8 thg 6, 2022 — 서울 1964년 겨울. 소설을 거부하는 시대에 태어난 소설의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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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책방/김승옥/서울 1964년 겨울/서울은 욕망의 집결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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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지식이란 대답의 나열이 아니라 질문과 대답의 연쇄이다.

먼저 정확하게 묻고, 정확하게 답하려 애쓴 후에야

우리는 비판하고 공감하며 상상할 자격을 얻는다.

먼저 정확하게 이해하려 애쓴 후에야

내가 당신을 사랑할 자격을 얻듯이.

가.

“모르겠습니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깨끗한 음성을 지어서 대답했다.

– 김승옥, [ 서울, 1964년, 겨울] 중에서…

문제는 이 부분이었다. ‘할 수 있는 한 깨끗한 음성’이라니. 대체 왜 그는 ‘할 수 있는 한’, 그러니까 ‘있는 힘을 다해서’, ‘깨끗한 음성’을 지어낸 것일까?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다. 우리에게 모름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말 문제는 있는 힘을 다하는 그의 노력이다. ‘자신은 정말 모른다’는 신뢰를 얻어내기 위한 그의 노력. 대체 그는 왜 그렇게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가?

이 질문의 답은 그를 대답하게 한 먼저의 질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로부터 ‘모르겠습니다’라는 대답을 이끌어 낸 질문, 그로부터 할 수 있는 한 깨끗한 음성을 짓게 만든 그 질문, 그것은 무엇일까?

“데모가? 데모를? 그러니까 데모…”

– 김승옥, [ 서울, 1964년, 겨울] 중에서…

데모… 그러니까 진짜 문제는 바로 ‘데모’였다. 그가 할 수 있는 한, 있는 힘을 다해서, 깨끗한 음성으로, 자신은 전혀 모른다고 말하게 한 그 질문은 ‘데모’였던 것이다. 대체 그 데모는 무엇이었기에, 그는 ‘데모’에 대해 그토록 무지해 보이려 애를 썼던 걸까?

이 부분에 대해서 소설은 더 이상 말해 주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당대의 사람들에게 당연한 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것은 1965년. 당대의 사람들이 당연하도록 깊이 ‘공감’하고 있는 데모, 당대의 사람들이 당연하도록 깊이 ‘두려워’하고 있는 데모, 그 ‘데모’는 대체 무엇일까?

그래서 알아본 1964년 대한민국 서울의 데모. 놀라운 사실들이 쏟아졌다.

지금도 한국과 일본의 가장 첨예한 외교적 현안이자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거대한 분노와 공감을 불러오는 사건- 일본군 성노예와 일본군 강제징용 피해자. 1964년은 그들의 이야기가 최초로 공론화 된 해였다.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과 일본이 최초로 협정을 맺었던 1964년. 독도의 영유권을 제 3 자에게 맡기고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자에 대한 개인 배상을 포기하고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자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포기하는 한일협정을 체결했던 그 해 1964년, 그 한일협정에 분노하며 반대하는 10만여명이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 앞까지 진격했던 1964년, 이승만 대통령을 탄핵시켰던 1960년 4-19 혁명이 있은지 겨우 4년 밖에 지나지 않은, 그래서 분명히 저들에게 다시 419 혁명을 떠올리게 하며 대통령 탄핵이라는 공포에 떨게 했을 1964년, 그래서 한일협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1964년, 계엄령 선포로 박정희 정부의 허락 없이는 어떠한 공동체의 문제나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말하고, 글쓰고, 모이고, 의견을 내는 것이 전부 거부된 1964년, 그럼에도 자신들에게 향하는 비판이 두려워 인혁당 간첩 사건을 조작하고 처벌했던 1964년, 그리하여 공동체의 문제나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말하고, 글쓰고, 모이고, 의견을 내는 이는 모두 구속되고, 고문 당하며, 처벌 받았던, 무엇보다 그로 인하여 공동체의 문제나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말하고, 글쓰고, 모이고, 의견을 내는 이는 모두 북괴의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간첩으로, 배신자로 의심받고 비난받고 핍박받고 조롱받게 만든 그 해 1964년.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은 일본과 일제강점,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하여 당대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당대에 너무도 당연했던 분노와 정의, 감정과 논리가 모두 거부된 시대, 우리를 우리이게 만드는, 공동체를 공동체라 부를 수 있게 하는 공동의 분노와 정의, 공동의 감정과 논리가 모두 거부된 시대. 정치, 경제, 공동체의 의제나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말하고, 글쓰고, 모이고, 의견을 내는 것이,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모두 완전히 금지된 시대- 서울의 1964년에 관한 소설이며 앞으로 다가올 시대- 서울의 기나긴 겨울에 관한 소설이므로, 1964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 소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시작은 먼저, 1964년이어야 할 것이다.

나.

1. 파리

김에게 파리는 날 수 있으며 동시에 잡힐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니까 김에게 파리는 자유로운 존재이면서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존재, 그러므로 김에게 파리는 김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이다. 권력이란 상대의 자유를 허락하며 동시에 박탈할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김이 파리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이것은 충분히 논쟁적이다. 권력은 곧 사랑이라는 전제 없이는 불가능한 표현. 그러나 이러한 논의 전에 주목해야 할 것은 김이 사랑하는 대상이, 김이 권력을 행사하는 대상이 고작 ‘파리’라는 것이다. ‘파리’라니..

그러나 이에 대하여 안은 긴장한다. 그는 김의 ‘파리’ 이야기를 듣고 섣불리 동의하는 대신, 김을 관찰한다. 겉으로는 사소해 보이는 김의 말들, 그러나 그 말의 이면에는 자유와 통제와 권력이 있다. 김의 파리 이야기에 동참한다면, 자유와 통제와 권력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위험하다.

지금 이곳은 서울-1964년-겨울, 박정희 정부의 허락 없이 공동체의 문제나 타인의 고통에 대해 말하고 글쓰고 모이고 의견을 내면, 그러니까 자유와 통제와 권력에 대해 말하고 글쓰고 모이고 의견을 내면, 그 자체로 구속/ 고문/ 처벌의 이유가 되며 간첩이며 배신자로 핍박받고 조롱받을 수 있는 지금 이곳은 서울, 1964년, 겨울.

위험하다. 여기에서 대화를 멈춰야 한다. 그러나 안은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다. 아직 ‘소통’에 대한 그리움이 안에게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었을까? 어떻게 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안은 김을 더 관찰한다. 그리고 신중하게 멈춘다. 그가 멈춘 곳은 ‘모른 척’. 나의 은유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모른 척’, 더 이상 상대의 은유를 파고들지 않는 ‘모른 척’으로 그는 김과 대화를 멈추고, 동시에 이어간다. 모든 이야기를 시작하기에는 안은 아직 김을 믿을 수 없다.

그래서 안이 꺼낸 주제는 꿈틀거림. 김의 반응이 뜨겁다. 김에게 꿈틀거림이란 추억이다. 추억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다. 그것이 슬픈 것이던 기쁜 것이던… 그러나 즐겁게 이어가던 그들의 대화는 결국 부서진다. 할 수 있는 한 깨끗한 음성으로 연기된 김의 완강한 거부감에 부딪혀… 꿈틀거림을 꺼내며 안이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 김이 결국 피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것은 데모, 결국 그것은 데모였기 때문이다.

안은 서울의 1964년 여름을 가득 채웠던 데모에 대한 이야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김은 거부했다. 그것은 한 때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하던 김에게 더 위험한 이야기였을테다. 이젠 떠나야 할 때였다. 김은 이미 몇 번이나 겪은 일이었다. 그러나 김도, 대화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소통’에 대한 그리움이 김에게도 남아 있었을까?

그래서 그가 던진 대화. 안이 놀라고 반색하며 함께 했던 대화. 자유나 통제나 권력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으면서도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대화. 공동체의 문제나 타인의 고통, 그러니까 정치라던가 경제, 정의나 윤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는 대화. 개인적이며 개별적이어서 ‘사실’에 바탕하며 ‘거짓이 아닌’ 대화. 우리에게 중요한 진실은 아니지만 개인에게 중요한 사실에 근거한 대화. 이를테면 이런 대화들…

“평화 시장 앞에서 줄지어 선 가로등 중에서 동쪽으로부터 여덟 번째 등은 불이 켜져 있지 않습니다…….” 나는 그가 좀 어리둥절해 하는 것을 보자 더욱 신이 나서 얘기를 계속했다. “…… 그리고 화신 백화점 육 층의 창들 중에서는 그 중 세 개에서만 불빛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해질 사태가 벌어졌다. 안의 얼굴에 놀라운 기쁨이 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가 빠른 말씨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서대문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이 서른두 명 있는데 그 중 여자가 열일곱 명이고 어린애는 다섯 명, 젊은이는 스물한 명, 노인이 여섯 명입니다.”

“그건 언제 일이지요?”

“오늘 저녁 일곱 시 십오 분 현재입니다.”

“아” 하고 나는 잠깐 절망적인 기분이었다. 그 반작용인 듯 굉장히 기분이 좋아져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단성사 옆골목의 첫번째 쓰레기통에는 초콜릿 포장지가 두 장있습니다.”

“그건 언제?”

“지난 십사일 저녁 아홉 시 현재입니다.”

“적십자 병원 정문 앞에 있는 호도나무의 가지 하나는 부러져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실에 근거한(-거짓이 아닌) 소통을 나눌 수 없다는 마음을, 이렇게라도 해야 사실에 근거한(-거짓이 아닌) 소통을 나눌 수 있다는 마음을

그들은 공감했던 것이 아닐까.

진실한 소통에 대한 그리움과 소통에 대한 탄압의 공포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그 공감만으로도, 이 어이 없고 이어지지 않는 대화가 가능하게 했던 것은 아닐까.

다.

난데 없이 안과 김 앞에 나타난 사내. 그는 난데 없이 자신의 고통을 쏟아냈다. 겨우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비켜가며 겨우 사실에 근거한 대화를 성공시켜 즐거웠던 이들 앞에 완전한 개인으로서 완벽히 개별적인 대화를 성공시켰던 이들 앞에 그가 난데 없이 나타나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는 아내를 팔았다. 아니 정확히, 아내의 시체를 팔았다. 사랑했던 아내였다. 아내가 죽기 전에 돈은 아내를 위한 도구였다. 수원, 안산, 서울을 다니며 온갖 영화와 쇼를 보았다. 아내의 죽음이후, 아내는 돈을 위한 도구가 되었다.

사내는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이들이, 가난에 찌든 인간이 결국 어떤 결말에 이르는지를 보여주었다. 아내의 시체를 팔아 얻은 돈은 4000원. 지금으로치면 40만원 정도의 이 돈을 받았으나 문제는 갈 데가 없다는 것.

어디로 갈까?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어디로 갈까?

넥타이를 사고 귤까지 까 먹었는데,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지 모르는 그들은 먹고 마시는 욕망을 해소했던 장소 – 중국집으로부터

스무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채 다시 묻는다. 어디로 갈까?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이에게, 기껏해야 먹고 마시는 욕망을 해소하는 게 전부인 이들에게는 그것이 해소되고 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겨우 찾아낸 곳은 불구경. 타인의 불행을 보기라도 해야 나의 불행을 잊을 수 있는 것일까? 먹고 마시는 것이라도 해 내는 이 삶에 대해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매일 저녁 8시 먹고 마시고 난 후 우리가 둘러 앉아 함께 텔레비젼 뉴스를 보는 일이란 여기 이곳에서 그들이 하는 불구경 같은 일은 아닌가?)

그러나 사내에게 나타난 것은 아내의 환영이었다. 일렁이는 불꽃 사이에 나타난 아내, 그곳에 남은 돈 20여만원을 던지는 사내. 그러니까, 아내의 시체를 팔아 생긴 돈을 아내의 환영이 보인 곳에 던진 것이다. 물론 환상이지만 그의 환상 안에서 그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아내에게 돌려준 셈이다. 괴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죄책감을 덜어내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월부책값을 받으러 갔을 때 그렇게 감정이 폭발한 것도 아내의 시체를 팔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를 다시 확인한 것 때문이 아닐까. 아내의 시체를 팔아버린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다시 확인한 것 때문이 아닐까.

그리하여 그들은 마침내 이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여관에 도착한다.

안과 나의 대화는 여관방을 결정하는 평범한 대화이지만, 각 방을 쓰자는 안과 함께 한 방에 들자는 나의 대화를 개인과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치환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안: 개인주의로 삽시다

나: 걱정이 되는데… 공동체로 살아 봐요

안: 나는 공동체가 피곤해요. 개인으로 살 거요.

사내: 나는 개인주의가 무서워요.

안: 이게 다 개인을 위한 거에요. 개인주의로 살겠소.

나: 아니, 그러지 말고, 화투를 치는 거라도, 공동체로 살아 봅시다.

안: 나는 정말 피곤해요. 개인주의로 살겠소.

나: 나도 공동체가 피곤해요. 개인주의로 살죠.

=> 거짓 이름, 거짓 나이, 거짓 주소….

=> 그러므로 완벽한 개인주의를 완성하는 것은…’거짓’.

그렇게 하여 그들의 공동체는 부서졌다.

결국 그들은 개인화 된 것이다.

그들의 개인화를 시작하게 한 것은 ‘피로’였으나

그들의 개인화를 완성한 것은 ‘거짓’이었다.

그러니까 인간의 개인화를 완성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거짓’인 것이다.

오늘 아침 눈을 뜬 순간부터 늦은 밤 잠들기까지 오늘 하루를 완벽하게 아무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오로지 개인으로 남고 싶다면 그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당신은 하루 종일 ‘거짓’을 말하면 된다. 당신의 모든 생각, 모든 감정, 모든 논리, 모든 기록 그 모든 것들에 대하여 거짓으로 대하기. 그럴수만 있다면 당신은 오늘 하루, 완벽한 ‘개인’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나와 안이 원한 것은 ‘개인화’가 아니었다. 그것 또한 변명이었을 뿐… 그들이 진심으로 바란 것은 타인의 고통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완전하게 분리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도저히 어떠한 일에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었다.

사내의 죽음이라는 사건에 대해 그들이 보인 태도가 그러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으나 알고 있었다고 말한 안은 사내를 개인으로 남겨둔 것이 최선이었다고 말하고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으나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한 나는 사내의 죽음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말만 되뇌일 뿐이다.

변명이고, 변명이며, 변명이다. 그들은 단지 사내의 죽음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완벽하게 도망가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 없는 것은, 소설 속의 지금 이곳이 다름 아닌 서울, 1964년 겨울이기 때문이다.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지 않아야 하는 시대, 공동체의 의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야 하는 시대, 자본화와 개인화를 강요받는 시대에 결국 그 자본화와 개인화를 내면화 해 버린, 자본화와 개인화로 내면화 당해버린, 그리하여 강제로 늙어져 버린, 그렇게 젊음을 빼앗겨 버린 서울, 1964년 겨울을 살아가던 이들의 내면에 대한 소설인 것인데…

그럼에도 그들의 늙음을 준엄히 조롱하고 그들의 무기력과 무반응을 비판하는 것은 결국 젊음의 몫일 것이다.

라.

‘서울 1964년 겨울’의 은유와 상징은 논리적이며 단계적이고 대단히 촘촘하다. 어느 문장 하나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기지와 처절함이 함께 보이는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마지막에 손에 잡히는 문장들이 있다.

그것은 묘사다.

배경묘사와 인물묘사가 나오는데, 이 소설을 여러번 읽고 나니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필연적이라 할 만큼 이 소설의 상황과 인물을 잘 그려 놓았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배경묘사…

1 우리는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2 이쁜 여자가 ‘춥지만 할 수 있느냐’라는 듯한 쓸쓸한 미소를 띠고

3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이 열심히 명멸하고

4 약 광고의 네온사인이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는 듯이 꺼졌다가 켜지고

5 돌덩이처럼 거지가 여기저기 엎드려 있었고

6 그 돌덩이 앞을 사람들은 힘껏 웅크리고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이를 은유로 전제하고, 이 소설의 맥락에 따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1 우리는 갑자기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사람들처럼

2 이러한 시대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씁쓸함을 느끼며

3 술로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4 약으로 가끔 고장난 몸을 고치면서

5 다른 이의 아픔이란 이제 돌덩이같은 사물과 다를 바 없고

6 다른 이의 아픔에 대한 공감 없이 다들 외면하며 지나치고 있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인물묘사도 그러하다.

1 사내는 한쪽 눈으로는 울고 다른 쪽 눈으로는 웃고 있었고,

2 안은 도망갈 궁리를 하기에도 지쳐 버렸다

3 나는 악센트 찍는 문제를 모두 틀려 버렸단 말야

이를 은유로 전제하고, 이 소설의 맥락에 따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1 사내는 아내를 사랑했으나 아내의 시신을 팔아버렸는데,

이는 사람과 돈이라는 가치관의 대결이고

사내 안에서 이 모순된 가치관은 여전히 싸우는 중이고

이 모순된 선택은 사내에게 슬프며 기쁜 모순된 감정을 불러왔다.

2 안은 사물, 곧 권력, 질서, 구조의 틈에서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했고

사물의 관찰자로서 자유롭고 싶다고 했으나

안은 결국 공동체나 개인에 대해 흥미가 없다고 고백했으므로

사물의 관찰자가 되고 싶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단지 그는 도망치고 있을 뿐이다.

타인의 고통으로부터,

공동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3 나는 안이 ‘데모’에 대해 말할 때 모른 척 했고

손톱자국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좋음’에서 ‘혐오’로 바꿔 버렸고

사내를 받아들이지만 사내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으며

사내를 걱정하지만 사내의 죽음을 모른 척 한다.

무언가 관계가 깊어질 만한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는 결정적으로 어긋난 선택을 했다.

마.

훌륭한 소설이다.

그러나 교과서에서 뺐으면 한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지나치게 훌륭하기 때문이다.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이 훌륭하다고 한 이유는 1.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하였고 2. 당대의 인물상을 반영하였으며 3. 개인화와 자본화가 가져올 개인의 미래를 그려 놓았고 4. 이를통해 공포, 외면, 두려움, 소통, 사실, 자유, 통제, 공감, 돈, 사랑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하기 때문이다. 버릴 문장을 하나 찾기가 어려울 만큼 효율적이고 일상에서 철학을 길어 올리는 사유의 깊이가 대단하며 하나하나 꼼꼼하게 나눌 이야기가 참 많은 소설이다. 한마디로, 명작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교과서에서 뺐으면 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어렵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은유와 상징은 도저히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접근하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섬세하며 깊고 냉소적이고 폭력적이다.

일반계의 고등학교 1학년 수준에서 추론에 정말 익숙하지 않은 (혹은 추론’수업’에 정말 관심을 잃은) 학생들은 대개 9개의 근거를 마련해 주어야 남은 1개의 근거를 찾아 결론을 하나 만들고 추론에 익숙한 학생들도 대개 5개의 근거를 마련해 주어야 남은 5개의 근거를 찾아 결론을 만든다.

그래서 학생들이 직접 질문과 해답을 만들고, 서로 묻고 답하며 즐겁게 몰입하는 소설은 대개 5개 내외의 상황과 설명을 작품에 직접 제시하고 나머지 5개 정도를 맥락과 상황 속에 제시하는 소설들이었다. 최소한 3개는 필요하다. 3개의 정보는 직접 전해 주어야 나머지를 탐구할 여력이라도 얻는다. 그 이상은 불가능.

그런데 이 소설은 10개 중 1개만 이야기하고 나머지 9개를 독자가 찾아내야 한다. 대단한 경험과 열정, 애정과 공부 없이는 제대로 즐기기가 어렵다. 1964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시작부터 이 소설에 다가가기 어렵고, 그냥 읽어서는 도저히 그 은유와 상징을 찾아낼 수 없으며, 찾았다 해도, 그 은유와 상징이 이끄는 맥락을 따라가기 어렵고 그 맥락이 품고 있는 두려움과 슬픔과 괴로움과 비관에 대해 이 작품이 이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울분과 우울에 대해 거의, 전혀, 공감을 하기가 정말, 어렵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이 소설이 태어난 해는 다름 아닌 1965년. 이 소설은 소통을 억압하는 시대, 소통을 거부해야만 살아남는 시대, 그러니까 이야기를 금지한 시대에 태어났다. 이 소설은 소설을 거부하는 시대에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란 결국 타인과 공동체를 향하는 것. 그러므로 소설은 결국 금지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이 금지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선택한 것은 은유와 상징이었다. 그러나 은유와 상징으로 이야기를 전하면서 은유와 상징을 드러내지 않아야 했다. 은유와 상징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은유와 상징을 지켜야 하는 소설. 소설을 거부하는 시대에 태어난 이 소설의 대화법.

전혀 은유와 상징이 아닌 것처럼 보이면서 은유와 상징으로나마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정말이지 불가능할 것 같은 이 미션을 김승옥 작가는 정말이지 보란 듯이 훌륭하게 해냈다. 그 어려운 일을 해 냈다. 김승옥 작가님께 경외감을 느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국어교사로서, 15년 동안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난 경험으로 돌아보건데…나는 아쉬운 마음으로, 이 소설을 교과서에 싣고 싶지 않다.

이 소설은, 대한민국의 국문학 혹은 국어교육학 학부생들이 꼭 읽고 함께 나누며 즐겼으면 하는 소설이다. 작품의 시대적 가치는 물론이고, 그 은유와 상징의 건축이 너무도 섬세하고 대담해서 정말이지 소름이 끼칠만큼 멋지다. 그 기괴한 아름다움이 정말 매력적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학부생들에 한해서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일단 내 생각은 그렇다.

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 산업화 도시화의 부정 영향

안은 일이 좀 이상하게 되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다. 술좌석에서 알게 된 사람끼리는 의외로 재미있게 놀게 되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이렇게 힘없는 목소리로 끼여드는 양반은 없었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여들어야만 일아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속에서는 예쁜 여자가 춥지만 할 수 있느냐는 듯한 쓸쓸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어떤 빌딩의 옥상에서는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이 열심히 명멸하고 있었고, 소주 광고 곁에서는 약 광고의 네온사인이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는 듯이 황급히 꺼졌다간 다시 켜져서 오랫동안 빛나고 있었고, 이젠 완전히 얼어붙은 길 위에는 거지가 돌덩이처럼 여기저기 엎드려 있었고, 그 돌덩이 앞을 사람들이 힘껏 웅크리고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종이 한 장이 바람에 쉭 날리어 거리의 저쪽에서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 종잇조각은 내 발밑에 떨어졌다. 나는 그 종잇조각을 집어들었는데 그것은 ‘미희(美姬) 서비스, 특별 염가(特別廉價)’라는 것을 강조한 어느 비어 홀의 광고지였다.

“사관학교 시험에서 미역국을 먹고 나서도 얼마 동안, 나는 나처럼 대학 입학 시험에 실패한 친구 하나와 미아리에 하숙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은 그때가 처음이었죠, 장교가 된다는 꿈이 깨어져서 나는 퍽 실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영영 실의해 버린 느낌입니다. 아시겠지만 꿈이 크면 클수록 실패가 주는 절망감도 대단한 힘을 발휘하더군요. 그 무렵 재미를 붙인 게 아침의 만원된 버스간이었습니다. 함께 있는 친구와 나는 하숙집의 아침 밥상을 밀어 놓기가 바쁘게 미아리 고개 위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갑니다. 개처럼 숨을 헐떡거리면서 말입니다. 시골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올라온 청년들의 눈에 가장 부럽고 신기하게 비치는 게 무언지 아십니까? 부러운 건 뭐니뭐니 해도, 밤이 되면 빌딩들의 창에 켜지는 불빛, 아니 그 불빛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고, 신기한 건 버스간 속에서 일 센티미터도 안 되는 간격을 두고 자기 곁에 예쁜 아가씨가 서 있다는 사실입니다. 때로는 아가씨들과 팔목의 살을 대고 있기도 하고 허벅다리를 비비고서 있을 수도 있어서 그것 때문에 나는 하루 종일 시내 버스를 이것저것 갈아 타면서 보낸 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날 밤에는 너무 피로해서 토했습니다만…….”

17 thg 6, 2020 — 공간은 서울(1964년은 군사독재가 시작된 해이자,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도된 해이기도 하다. 이때 겨울밤은 독재와 산업화에 따른 억압적인 분위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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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전 대한제국 서울 1900년 전후의 모습ㅣSeoul 120 years ago in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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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 산업화 도시화의 부정 영향

요점 정리

– 지은이 : 김승옥

– 갈래 : 단편 소설. 본격 소설. 감성 소설, 모더니즘 소설

– 배경 : 시간은 1964년 어느 겨울밤. 공간은 서울(1964년은 군사독재가 시작된 해이자,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도된 해이기도 하다. 이때 겨울밤은 독재와 산업화에 따른 억압적인 분위기를 상징한다. 이와 함께 선술집이나 여관은 정착지가 아닌 떠도는 곳으로서 모두가 고립된 상황을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구성 :

발단 – ‘나’와 ‘안’이라는 대학원생이 포장마차에서 만나 무의미한 대화를 나눔

전개 – 낯선 사내가 말을 걸어오며 자신의 불행을 말하고 동행해도 좋으냐고 간청하고 ‘나’와 ‘안’은 승낙하고 같이 술을 마신다.

위기 – 택시를 타고 가던 세 사람은 화재가 난 곳에서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불 속에 던지고는 불안에 빠지고, 돌아가려는 ‘나’와 ‘안’에게 혼자 있기가 무섭다며 같이 있어 달라고 애원함.

절정 – 여관에 도착한 세 사람은 ‘나’는 같은 방에 들어가기를 제안하고 사내 역시 같은 방에 들어가자고 하나 ‘안’의 주장으로 각각 다른 방에 투숙함

결말 – 다음날 아침, 사내의 자살이 밝혀지고 그 일에 관련되기 싫다고 ‘나’와 ‘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 곳에서 헤어진다.

– 성격 : 현실 고발적, 사실적, 객관적, 상징적, 암시적(60년대 우리 사회의 전형성을 지닌 인물의 제시를 통해 시대의 문제를 극명하게 제시함)

– 제재 : 연대성이 없는 세 사내가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함께 지낸 이야기

– 주제 : 현대 도시인들의 심리적 방황과 인간적 연대감의 상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여 느끼는 삶의 공동성(空洞性)과 파편적 개인성, 사회적 연대감과 동질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소외. 주체성 없는 현대인의 삶의 현실의 부적응으로 인한 삶의 허무 인간의 거짓 희망과 과장된 절망에 대한 진지한 응시, 현대 사회에서 제기되는 인간의 고독과 소외의 문제를 감각적이고 독특한 문체로 형상화한 작품

– 인물 : 파편화되고 개인주의화된 인물 유형들이 익명화되어 제시되고 있다. 이는 인간적인 만남이 아니라 익명적인 존재끼리의 비개성적이고도 무덤덤한 만남을 뜻하는데, 이는 현대 사회에서 보편화된 인간 관계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 : 작중 화자(話者)로서 25세로 육사 시험에 실패하고 구청 병사계에 근무함. 확실한 주관이 없는 회색적인 인물. 시골 출신으로 소외감과 고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현대 젊은이들의 표상, 아저씨와 안의 중간적 존재

‘안(安)’ : ‘나’와 동갑내기로 25세인 부잣집 장남이며 대학원생. 삶을 냉소하면서 자기 구원을 시도하는 지식인으로 염세주의적이며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인물로 당대 지식인의 부정적 측면을 드러냄

사내(아저씨) : 서른 대여섯 살의 가난한 사내, 죽은 아내의 시체를 팔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가난에 찌든 서적 외판원으로 마누라 시체를 병원에 판 죄책감에 빠져 괴로워하다가 여관방에서 자살한다. 도시인의 소외와 고독을 상징하는 인물 / 타인에게 인간적 유대감을 요구하지만 거절 당하는 인물

줄거리 :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하는 ‘나’는 선술집에서 대학원생인 ‘안(安)’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새까맣게 구운 참새를 입에 넣고 씹으며 날개를 연상했던지, 날지 못하고 잡혀서 죽는 파리에 자신들을 비유한다. ‘나’는 이미 삶의 현실에서 좌절을 맛본 후였기 때문에 감각이 다소 둔해진 상태다. 부잣집 아들인 ‘안(安)’ 역시 밤거리에 나온 이유는 ‘나’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저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미소를 짓는 예쁜 여자가 아니면 명멸(明滅)하는 네온사인들에 도취해 보기 위해서이다.

자리를 옮기려고 일어섰을 때, 기운 없어 보이는 삼십대 사내가 동행을 간청한다. 중국집에 들어가 음식을 사면서, 자신은 서적 판매원이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으나 오늘 아내가 죽었다는 것, 그리고 그 시체를 병원에 해부용으로 팔았지만 아무래도 그 돈을 오늘 안으로 다 써 버려야 하겠는데 같이 있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셋은 음식점을 나온다.

그 때 소방차가 지나간다. 셋은 택시를 타고 그 뒤를 따라 불 구경에 나선다. 사내는 불길을 보더니 불 속에서 아내가 타고 있는 듯한 환각에 사로잡힌다. 갑자기 ‘아내’라고 소리치며 쓰다 남은 돈을 손수건에 싸서 불 속에 던져 버린다. ‘나’와 ‘안(安)’은 돌아가려 했지만 사내는 혼자 있기가 무섭다고 애걸한다.

셋은 여관에 들기로 한다. 사내는 같은 방에 들자고 했지만 ‘안(安)’의 고집으로 각기 다른 방에 투숙한다. 다음날 아침 사내는 죽어 있었고, ‘안(安)’과 ‘나’는 서둘러 여관을 나온다. ‘안(安)’은 사내가 죽을 것이라 짐작했지만 도리가 없었노라고, 그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혼자 두는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말한다. ‘나’와 ‘안(安)’은 “우리는 스물 다섯 살짜리지만 이제 너무 많이 늙었다.”는 말에 동의하면서 헤어진다. ‘나’는 ‘안(安)’과 헤어져 버스에 오른다.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차창 밖으로 보인다.

표현 : 무의미한 대화의 연속으로 독자들에게 오히려 역설적인 충격을 준다. 의미가 사라진 채 기호만 남은 이러한 대화는, 언어적인 진실이 사라져 버린 현대인의 언어 습관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특징 : 등장 인물은 ‘나’, ‘안’, ‘사내’로 익명화 되어 있는데, 이것은 현대 도시인의 속성인 자기 중심주의의 언어 불소통을 암시하는 문학적 의도인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문체적 특징 : 모든 사람이 쓰는 상투어를 쓰지 않고 참신하고 인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비관습적인 문체인 인상주의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설명적인 언어가 아닌 상징적, 비유적 언어를 사용하여 입체적인 문장을 만들어 독자가 책을 읽으며 상상력을 발휘하고 사고력을 동원하여 생각하게 만드는 상징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홑문장과 겹문장의 교차는 이 소설의 비판적 어조에 기여한다.

내용 연구

1964년[군부 정권 아래 사회 분위기가 경직되고 산업화가 한창 이루어지던 때] 겨울(시간적· 공간적 배경 / 암울하고 황량한 사회)을 서울[산업화에 따른 물질화와 인간 소외 현상이 이루어지던 공간]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밤이 되면 거리에 나타나는 선술집(형식적이고 일시적인 인간 관계가 이루어지는 공간) — 오뎅과 군 참새와 세 가지 종류의 술 등을 팔고 있고, 얼어붙은 거리를 휩쓸며 부는 차가운 바람이 펄럭거리게 하는 포장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이드[카바이드(carbide). 탄화물(炭化物). ‘탄화칼슘’을 달리 이르는 말]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염색한 군용(軍用) 잠바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가 술을 따르고 안주를 구워 주고 있는 그러한 선술집에서, 그 날 밤, 우리(1인칭 시점) 세 사람은 우연히 만났다[이 소설이 1964년의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을 선술집이란 구체적 풍물을 통해 암시하고 있다. 또 이 문장은 7개의 구절이 겹쳐진 겹문장이다. 이 작품은 이렇게 긴 문장을 작품 서두에 위치시킴으로써 암울하고 답답한 1964년의 한국 사회의 절망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또한 작자는 그가 처한 상황을 ‘서울의 한 겨울’로 설정하고 있다. 이런 배경은 작자가 처한 상황이 고통스러움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얼어붙은 서울의 선술집은 피곤하고 우울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황량한 내면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인물의 요약적 제시가 이루어져 있다. 다시 말해서 인물들이 등장하고 서술의 시점도 밝히고 있다. 인물의 등장, 해후(邂逅)를 뜻함] 우리 세 사람이란 나와 도수 높은 안경을 쓴 안(安)이라는 대학원 학생과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요컨대 가난뱅이라는 것만은 분명하여 그의 정체를 꼭 알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나지 않는 서른 대여섯 살짜리 사내(소원하게 되어 버린 인간 관계를 말하고 별의미없는 관계임을 말함)를 말한다[우리 세 사람이란 – 사내를 말한다 : 인물의 요약적 제시].

먼저 말을 주고받게 된 것은 나와 대학원생이었는데, 뭐 그렇고 그런(현실적이고 무의미한) 자기 소개가 끝났을 때는 나는 그가 안씨(익명화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명명법)라는 성을 가진 스물 다섯 살짜리 대한민국 청년, 대학 구경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상상이 되지 않는 전공(專攻)을 가진 대학원생, 부잣집 장남이라는 걸 알았고, 그는 내가 스물 다섯 살짜리 시골 출신, 고등학교는 나오고 육군 사관학교를 지원했다가 실패하고 나서 군대에 갔다가 임질[(淋疾) : 임균의 감염에 의하여 일어나는 성병의 한 가지]에 한 번 걸려 본 적이 있고, 지금은 구청 병사계(兵事係 : 병사(兵事)에 관한 행정을 맡는 하급 행정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 알았을 것이다.[먼저 말을 주고받게 – 아마 알았을 것이다 : 구청 병사계에서 일하고 있는 서술자 자신과 대학원생 그리고 월부 판매원에 대한 서술자 자신의 직접적인 인물 제시 부분이다]

자기 소개는 끝났지만, 그러고 나서는 서로 할 얘기가 없었다[우연히 만난 그들인지라 대화의 소재가 특별히 없다는 뜻으로 현대인의 격절감(隔絶感)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무관심, 단절감, 목표 상실, 화제 빈곤이 담겨 있다. 자기 소개가 끝나고 할 얘기가 없었다는 것은 두 청년이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이며, 어떤 공감대를 가지지 못함을 말해 준다. 도시 사회의 ‘익명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문장이다. 그들은 아무런 의도도 없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말한다. 그래서 그 대화로 사건이 전개되거나 인물들끼리 관계가 맺어지지 못한다. 잠시 동안은 조용히 술만 마셨는데, 나는 새카맣게 구워진 참새를 집을 때 할말이 생겼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군 참새에게 감사하고 나서 얘기를 시작했다.

“안 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아니오. 아직까진……” 그가 말했다. “김 형은 파리를 사랑하세요?”

“예.”라고 나는 대답했다. “날 수 있으니까요. 아닙니다. 날 수 있는 것으로서 동시에 내 손에 붙잡힐 수 있는 것이니까요. 날 수 있는 것으로서 손안에 잡아본 것이 있으세요?”

“가만 계셔 보세요.” 그는 안경 속에서 나를 멀거니 바라보며 잠시 동안 표정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없어요. 나도 파리밖에는……”

낮엔 이상스럽게도 날씨가 따뜻했기 때문에 길은 얼음이 녹아서 흙물로 가득했었는데 밤이 되면서부터 다시 기온이 내려가고 흙물은 우리의 발밑에서 다시 얼어붙기 시작했다. 쇠가죽으로 지어진 내 검정 구두는 얼고 있는 땅바닥에서 올라오고 있는 찬 기운을 충분히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술집이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한잔하고 싶은 생각이 든 사람이나 들어올 데지, 마시면서 곁에 선 사람과 무슨 얘기를 주고받을 데는 되지 못하는 곳이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그 안경쟁이가 때마침 나에게 기특한 질문을 했기 때문에 나는 ‘이 놈 그럴듯하다’고 생각되어 추위 때문에 저려 드는 내 발바닥에 조금만 참으라고 부탁했다.

“김 형,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십니까?” 하고 그가 내게 물었던 것이다.

“사랑하구 말구요.” 나는 갑자기 의기 양양해져서 대답했다. 추억이란 그것이 슬픈 것이든지 기쁜 것이든지 그것을 생각하는 사람을 의기 양양하게 한다. 슬픈 추억일 때는 고즈넉이 의기 양양해지고 기쁜 추억일 때는 소란스럽게 의기 양양해진다.

“사관학교 시험에서 미역국을 먹고 나서도 얼마 동안, 나는 나처럼 대학 입학 시험에 실패한 친구 하나와 미아리에 하숙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은 그때가 처음이었죠, 장교가 된다는 꿈이 깨어져서 나는 퍽 실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영영 실의해 버린 느낌입니다. 아시겠지만 꿈이 크면 클수록 실패가 주는 절망감도 대단한 힘을 발휘하더군요. 그 무렵 재미를 붙인 게 아침의 만원된 버스간이었습니다. 함께 있는 친구와 나는 하숙집의 아침 밥상을 밀어 놓기가 바쁘게 미아리 고개 위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갑니다. 개처럼 숨을 헐떡거리면서 말입니다. 시골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올라온 청년들의 눈에 가장 부럽고 신기하게 비치는 게 무언지 아십니까? 부러운 건 뭐니뭐니 해도, 밤이 되면 빌딩들의 창에 켜지는 불빛, 아니 그 불빛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고, 신기한 건 버스간 속에서 일 센티미터도 안 되는 간격을 두고 자기 곁에 예쁜 아가씨가 서 있다는 사실입니다. 때로는 아가씨들과 팔목의 살을 대고 있기도 하고 허벅다리를 비비고서 있을 수도 있어서 그것 때문에 나는 하루 종일 시내 버스를 이것저것 갈아 타면서 보낸 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날 밤에는 너무 피로해서 토했습니다만…….”

“잠깐, 무슨 얘기를 하시자는 겁니까?”[‘나’와 ‘안’의 대화의 의미는 이들의 대화에서 나타난 시간과 공간은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 두 사람은 이상한 말놀이만 하고, 그들에게 시간은 단절되어 있다. 시간은 다른 시간과 이어지지 못하고, 다른 사건을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 공간 역시 사건이나 문체에 의미를 주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이 단절되고 다른 타인과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할 때, 사람은 고독하게 된다. 현대인의 고독을 보여주고 있는 대화이다.]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한다는 얘기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들어보세요. 그 친구와 나는 출근 시간의 만원 버스 속을 스리꾼들처럼 안으로 비집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젊은 여자 앞에 섭니다. 나는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나서, 달려오느라고 좀 멍해진 머리를 올리고 있는 손에 기댑니다. 그리고 내 앞에 앉아 있는 여자의 아랫배 쪽으로 천천히 시선을 보냅니다. 그러면 처음엔 얼른 눈에 뜨이지 않지만 시간이 조금 가고 내 시선이 투명해지면서부터 나는 그 여자의 아랫배가 조용히 오르내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르내린다는 건……호흡 때문에 그러는 것이겠죠?”

“물론 입니다. 시체의 아랫배는 꿈쩍도 하지 않으니까요. 하여튼…… 나는 그 아침의 만원 버스간 속에서 보는 젊은 여자 아랫배의 조용한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왜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맑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 움직임을 지독하게 사랑합니다.”

“퍽 음탕한 얘기군요.”라고 안은 기묘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화가 났다. 그 얘기는, 내가 만일 라디오의 박사 게임 같은 데에 나가게 돼서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것은?’이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을 때, 남들은 상추니 오월의 새벽이니 천사의 이마니 하고 대답하겠지만 나는 그 움직임이 가장 신선한 것이라고 대답하려니 하고 일부러 기억해 두었던 것이었다.

“아니 음탕한 얘기가 아닙니다.” 나는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그 얘기는 정말입니다.”

“음탕하지 않다는 것과 정말이라는 것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죠?”

“모르겠습니다. 관계 같은 것은 난 모릅니다. 요컨대……”

“그렇지만 고 동작은 ‘오르내린다’는 것이지 꿈틀거린다는 것은 아니군요. 김 형은 아직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지 않으시구먼.”

우리는 다시 침묵 속으로 떨어져서 술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개새끼, 그게 꿈틀거리는 게 아니라고 해도 괜찮다,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에 그가 말했다.

“난 지금 생각해 봤는데, 김 형의 그 오르내림도 역시 꿈틀거림의 일종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렇죠?” 나는 즐거워졌다. “그것은 틀림없는 꿈틀거림입니다. 난 여자의 아랫배를 가장 사랑합니다. 안 형은 어떤 꿈틀거림을 사랑합니까?”

“어떤 꿈틀거림이 아닙니다. 그냥 꿈틀거리는 거죠. 그냥 말입니다. 예를 들면 ……데모도 …….”

“데모가? 데모를? 그러니까 데모…….”

“서울은 모든 욕망의 집결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라고 나는 할 수 있는 한 깨끗한 음성을 지어서 대답했다.

그 때 우리의 대화는 또 끊어졌다. 이번엔 침묵이 오래 계속되었다. 나는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내가 잔을 비우고 났을 때 그도 잔을 입에 대고 눈을 감고 마시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이젠 자리를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다소 서글픈 기분으로 생각했다. 결국 그렇고 그렇다. 또 한 번 확인된 것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자 그럼 다음에 또……’라고 말할까 ‘재미있었습니다’라고 말할까, 궁리하고 있는데 술잔을 비운 안이 갑자기 한 손으로 내 한쪽 손을 살며시 잡으면서 말했다.

“우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아니오.” 나는 좀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안 형은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한 얘기는 정말이었습니다.”

“난 우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는 붉어진 눈두덩을 안경 속에서 두어 번 끔벅거리고 나서 말했다. “난 우리 또래의 친구를 새로 알게 되면 꼭 꿈틀거림[현실에 부대끼면서 살아 있음을 드러내는 일]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얘기를 합니다. 그렇지만 얘기는 오 분도 안 돼서 끝나 버립니다.[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어려운 암담한 현실][난 우리 또래의 – 끝나 버립니다 : 안이 말한 꿈틀거림이란 겨울밤으로 상징된 기만적이고 억압적인 현실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드러내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러나 안이 ‘꿈틀거림’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상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현실의 억압이 강력했다는 것을 알려 준다.]”

나는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듯하기도 했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우리 다른 얘기합시다.”하고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심각한 얘기를 좋아하는 이 친구를 골려 주기 위해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기의 음성을 자기가 들을 수 있는 취한 사람의 특권을 맛보고 싶어서 얘기를 시작했다.

“평화 시장 앞에서 줄지어 선 가로등 중에서 동쪽으로부터 여덟 번째 등은 불이 켜져 있지 않습니다…….” 나는 그가 좀 어리둥절해 하는 것을 보자 더욱 신이 나서 얘기를 계속했다. “…… 그리고 화신 백화점 육 층의 창들 중에서는 그 중 세 개에서만 불빛이 나오고 있었습니다.…….”[인간간의 교류 수단인 언어의 본질적인 기능과는 거리가 먼, 개인만을 알 수 있는 단순한 숫자 놀음 – 단절, 고독, 소외]

그러자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해질 사태가 벌어졌다. 안의 얼굴에 놀라운 기쁨이 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그러자 이번엔 – 시작했기 때문이다. : 꿈틀거림 대신 ‘나만이 아는 사실’에 대해 말하자, 안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여기서 ‘나만이 아는 사실’이란 모든 것이 획일화되고 개인의 고유성이 사라져 버린 현대의 익명성 속에서 자신의 참된 존재 이유를 찾으려는 갈망이 역설적으로 표현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빠른 말씨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서대문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이 서른 두 명 있는데 그 중 여자가 열일곱 명이고 어린애는 다섯 명, 젊은이는 스물 한 명, 노인이 여섯 명입니다.” [언어의 기능은 의사 소통과 감정의 교류이며, 인간 사이의 진정한 만남은 언어에 의해 구축된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언어의 본질적인 기능과는 무관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몇 시 몇 분에 버스 정류장에 몇 사람이 있었는지를 아는 것은 개인만이 알 수 있는 사소한 일이다. 이러한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기투합하는 것은 이들이 사회와 단절된 고독하고, 소외된 존재임을 암시한다.]

“그건 언제 일이지요?”

“오늘 저녁 일곱 시 십오 분 현재입니다.”

“아” 하고 나는 잠깐 절망적인 기분이었다. 그 반작용인 듯 굉장히 기분이 좋아져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단성사 옆골목의 첫 번째 쓰레기통에는 초콜릿 포장지가 두 장있습니다.”

“그건 언제?”

“지난 십사일 저녁 아홉 시 현재입니다.”

“적십자 병원 정문 앞에 있는 호두 나무의 가지 하나는 부러져 있습니다.”

“을지로 삼가에 있는 간판 없는 한 술집에는 미자라는 이름을 가진 색시가 다섯 명 있는데, 그 집에 들어온 순서대로 큰 미자, 둘째 미자, 셋째 미자, 넷째 미자, 막내 미자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겠군요. 그 술집에 들어가 본 사람은 꼭 김 형 하나뿐이 아닐 테니까요.”

“아 참, 그렇군요. 난 미처 그걸 생각하지 못했는데. 난 그 중에 큰 미자와 하룻저녁 같이 잤는데 그 여자는 다음날 아침 일수(日收)로 물건을 파는 여자가 왔을 때 내게 팬티 하나를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저금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 되들이 빈 술병에는 돈이 백십 원 들어 있었습니다.”

“그건 얘기가 됩니다. 그 사실은 완전히 김 형의 소유입니다.”

우리의 말투는 점점 서로를 존중해 가고 있었다. “나는 ……”하고 우리는 동시에 말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럴 때는 번 갈아서 서로 양보했다.

“나는 ……” 이번에는 그가 말할 차례였다. “서대문 근처에서 서울역 쪽으로 가는 전차의 트롤리가 내 시야 곳에서 꼭 다섯 번 파란 불꽃을 튀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건 오늘 밤 일곱 시 십오분에 거길 지나가는 전차였습니다.”

“안 형은 오늘 저녁엔 서대문 근처에서 살고 있었군요.”

“예 서대문 근처에서만…….”

“난 종로 이가 쪽입니다. 영보 빌딩 안이 있는 변소 문의 손잡이 조금 밑에는 약 이 센티미터 가량의 손톱 자국이 있습니다.”

하하하하, 하고 그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건 김 형이 만들어 놓은 자국이겠지요?”

나는 무안했지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어떻게 아세요?” 하고 나는 그에게 물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요.”그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별로 기분 좋은 기억이 못 되더군요. 역시 우리는 그냥 바라보고 발견하고 비밀히 간직해 두는 편이 좋겠어요. 그런 짓을 하고 나서는 뒷맛이 좋지 않더군요.”

“난 그런 짓을 많이 했습니다만 오히려 기분이 좋았…….”좋았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내가 했던 모든 그것에 대한 혐오감이 치밀어서 나는 말을 그치고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고갯짓을 해버렸다.

그러나 그 때 나는 이상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약 삼십 분 전에 들은 말이 틀림없다면 지금 내 옆에서 안경을 번쩍이고 앉아 있는 친구는 틀림없는 부잣집 아들이고 높은 공부를 한 청년이다. 그런데 왜 그가 이래야만 되는가?

” 안 형이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은 사실이겠지요? 그리고 대학원 학생이라는 것도…….”내가 물었다.

“부동산만 해도 대략 삼천만 원쯤 되면 부자가 아닐까요? 물론 내 아버지 재산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대학원생이라는 건 여기 학생증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그는 호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지갑을 꺼냈다.

“학생증까진 필요 없습니다. 실은 좀 의심스러운 게 있어서요. 안형 같은 사람이 추운 밤에 싸구려 선술집에 앉아서 나 같은 친구나 간직할 만한 일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 이상스럽다는 생각이 방금 들었습니다.”

“그건 ……그건…….” 그는 좀 열띤 음성으로 말했다. “그건……그렇지만 먼저 물어 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김 형이 추운 밤에 밤거리를 다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습관은 아닙니다. 나 같은 가난뱅이는 호주머니에 돈이 좀 생겨야 밤거리에 나올 수 있으니까요.”

“글쎄 밤거리에 나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하숙방에 들어앉아서 벽이나 쳐다보고 있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밤거리에 나오면 뭔가 좀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뭐가요?”

“그 뭔가가. 그러니까 생(生)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김 형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내 대답은 이렇습니다. 밤이 됩니다. 난 집에서 거리로 나옵니다. 난 모든 것에서 해방된 것을 느낍니다. 아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느낀다는 말입니다. 김 형은 그렇게 안 느낍니까?”

“글쎄요.”

“나는 사물의 틈에 끼여서가 아니라 사물을 멀리 두고 바라보게 됩니다. 안 그렇습니까?”

“글쎄요. 좀…….”

“아니 어렵다고 말하지 마세요. 이를테면 낮엔 그저 스쳐 지나가던 모든 것이 밤이 되면 내 시선 앞에서 자기들의 벌거벗은 몸을 송두리째 드러내 놓고 쩔쩔맨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의미가 없는 일일까요? 그런, 사물을 바라보며 즐거워한다는 일이 말입니다.”

“의미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난 무슨 의미가 있기 때문에 종로 이가에 있는 빌딩들의 벽돌 수를 헤아리는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렇죠? 무의미한 겁니다. 아니 사실은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난 아직 그걸 모릅니다. 김 형도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 한번 함께 그거나 찾아볼까요. 일부러 만들어 붙이지는 말고요.”

“좀 어리둥절하군요. 그게 안 형의 대답입니까? 난 좀 어리둥절한데요. 갑자기 의미라는 말이 나오니까.”

“아 참, 미안합니다. 내 대답은 아마 이렇게 된 것 같군요. 그냥 뭔가 뿌듯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밤거리로 나온다고.”그는 이번엔 목소리를 낮추어서 말했다. “김 형과 나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서 같은 지점에 온 것 같습니다. 만일 이 지점이 잘못된 지점이라고 해도 우리 탓은 아닐 거예요.” 그는 이번엔 쾌활한 음성으로 말했다.

“자,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어디 따뜻한 데 가서 정식으로 한 잔씩하고 헤어집시다. 난 한 바퀴 돌고 여관으로 갑니다. 가끔 이렇게 밤거리를 쏘다니는 밤엔 꼭 여관에서 자고 갑니다. 여관엘 찾아든다는 프로(프로그램의 준말)가 내게는 최고죠.”

우리는 각기 계산하기 위해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때 한 사내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우리 곁에서 술잔을 받아 놓고 연탄불에 손을 쬐고 있던 사내였는데, 술을 마시기 위해서 거기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불이 쬐고 싶어서 잠깐 들렀다는 꼴을 하고 있었다. 제법 깨끗한 코트를 입고 있었고 머리엔 기름도 얌전하게 발라서 카바이드의 불꽃이 너풀댈 때마다 머리 위의 하이라이트[머릿기름으로 인해 불빛에 반사되는 머리칼의 결 모양을 이르는 말]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선지는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가난뱅이 냄새가 나는 서른 대여섯 살짜리 사내였다[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명명 방법이다. ‘나’와 ‘안’, 그리고 ‘사내’가 작중 인물들의 이름이다. 이러한 익명성은 현대 도시인들이 서로 유대를 갖고 살아가지 못한 채 소외되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이다.]. 아마 빈약하게 생긴 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유난히 새빨간 눈시울 때문이었을까. 그 사내가 나나 안(安) 중의 어느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그냥 우리 쪽을 향하여 말을 걸어 온 것이다.

“미안하지만 제가 함께 가도 괜찮을까요? 제게 돈은 얼마 있습니다만……”이라고 그 사내는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 힘없는 음성으로 봐서는 꼭 끼워 달라는 건 아니라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것 같기도 했다. 나와 안은 잠깐 얼굴을 마주 보고 나서,

“아저씨 술값만 있다면……”이라고 내가 말했다.

“함께 가시죠.”라고 안도 내 말을 이었다.

“고맙습니다”하고 그 사내는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하면서 우리를 따라왔다.

안은 일이 좀 이상하게 되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다. 술좌석에서 알게 된 사람끼리는 의외로 재미있게 놀게 되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이렇게 힘없는 목소리로 끼여드는 양반은 없었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여들어야만 일아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속에서는 예쁜 여자가 춥지만 할 수 있느냐는 듯한 쓸쓸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어떤 빌딩의 옥상에서는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이 열심히 명멸하고 있었고, 소주 광고 곁에서는 약 광고의 네온사인이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는 듯이 황급히 꺼졌다간 다시 켜져서 오랫동안 빛나고 있었고, 이젠 완전히 얼어붙은 길 위에는 거지가 돌덩이처럼 여기저기 엎드려 있었고, 그 돌덩이 앞을 사람들이 힘껏 웅크리고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종이 한 장이 바람에 쉭 날리어 거리의 저쪽에서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 종잇조각은 내 발밑에 떨어졌다. 나는 그 종잇조각을 집어들었는데 그것은 ‘미희(美姬) 서비스, 특별 염가(特別廉價)’라는 것을 강조한 어느 비어 홀의 광고지였다.

“지금 몇 시쯤 되었습니까?”하고 힘없는 아저씨가 안에게 물었다.

“아홉 시 십 분 전입니다.”라고 잠시 후에 안이 대답했다.

“저녁들은 하셨습니까? 난 아직 저녁을 안 했는데, 제가 살 테니까 같이 가시겠어요?”하고 힘없는 아저씨가 이번엔 나와 안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먹었습니다”하고 나와 안은 동시에 대답했다.

“혼자서 하시죠”라고 내가 말했다.

“그만 두겠습니다.” 힘없는 아저씨가 대답했다.

“하세요. 따라가 드릴 테니까요.”안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우리는 근처의 중국 요릿집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서 앉았을 때, 아저씨는 또 한 번 간곡하게 우리가 뭘 좀 들 것을 권했다. 우리는 또 한 번 사양했다. 그는 또 권했다.[그는 다 써 버림으로써 아내의 시체를 해부용으로 판 것에 대한 자책감과 불안감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아주 비싼 걸 시켜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나는 그의 권유를 철회시키기 위해서 말했다.

“네, 사양 마시고.” 그가 처음으로 힘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돈을 써 버리기로 결심했으니까요.”[자살을 생각하고 시체 판매 대금을 다 써버리겠다고 결심함]

나는 그 사내에게 어떤 꿍꿍이속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좀 불안했지만, 통닭과 술을 시켜 달라고 했다. 그는 자기가 주문한 것 외에 내가 말한 것도 사환에게 청했다. 안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나는 그때 마침 옆방에서 들려 오고 있는 여자의 불그레한 신음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이 형도 뭘 좀 드시죠?”라고 아저씨가 안에게 말했다.

“아니 전…….”안은 술이 다 깬다는 듯이 펄쩍 뛰고 사양했다.

우리는 조용히 옆방의 다급해져 가는 신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전차의 끽끽거리는 소리와 홍수 난 강물 소리 같은 자동차들의 달리는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 오고 있었고 가까운 곳에선 이따금 초인종 울리는 소리도 들렸다. 우리의 방은 어색한 침묵에 싸여 있었다.[단절된 인간 관계]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말하기 시작했다. “들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그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말벗이 절실히 필요함]오늘 낮에 제 아내가 죽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그는 이젠 슬프지도 않다는 얼굴로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네에에.” “그거 안되셨군요.”라고 안과 나는 각각 조의를 표했다. “아내와 나는 참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아내가 어린애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은 몽땅 우리 두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돈은 넉넉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돈이 생기면 우리는 어디든지 같이 다니면서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딸기 철엔 수원에도 가고, 포도 철에 안양에도 가고, 여름이면 대천에도 가고, 가을엔 경주에도 가보고, 밤엔 영화 구경, 쇼 구경하러 열심히 극장에 쫓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무슨 병환이셨던가요?”하고 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급성 뇌막염이라고 의사가 그랬습니다. 아내는 옛날에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급성 폐렴을 앓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만 모두 괜찮았는데 이번의 급성엔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죽고 말았습니다.”

사내는 고개를 떨구고 한참 동안 무언지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안이 손가락으로 내 무릎을 찌르며 우리는 꺼지는 게 어떻겠느냐는 눈짓을 보냈다. 나 역시 동감이었지만 그때 그 사내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계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눌러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는 재작년에 결혼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인간 관계의 우연성]. 친정이 대구 근처에 있다는 얘기만 했지 한 번도 친정과는 내왕이 없었습니다. 난 처갓집이 어딘지도 모릅니다.[부인과 2년을 살았음에도 부인의 신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서 타인에 대해 무감각하고 무관심한 현대인의 삶을 고발하고 있다.] 그래서 할 수 없었어요.”

그는 다시 고개를 떨구고 입을 우물거렸다.

“뭘 할 수 없었다는 말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내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그러나 한참 후에 다시 고개를 들고 마치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자신의 일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고 남에게 의탁하는 모습으로 나약한 성격임을 암시]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습니다[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다는 것은 시신이긴 하나 인신(人身)이 매매될 정도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사라진 현대인의 삶의 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난 서적 외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할 수 없었습니다. – 할 수 없었습니다 : 가난한 서적 외판원으로서 아내의 시체를 팔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한 사내의 변명] 돈 사천 원을 주더군요. 난 두 분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도 세브란스 병원 울타리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내가 누워 있을 시체실이 있는 건물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만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울타리 곁에 앉아서 병원의 큰 굴뚝에서 나오는 희끄무레한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이 해부 실습하느라고 톱으로 머리를 가르고 칼로 배를 째고 한다는데 정말 그러겠지요?”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환이 다쿠앙과 양파가 담긴 접시를 갖다 놓고 나갔다.

“기분 나쁜 얘길 해서 미안합니다. 다만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한 가지만 의논해 보고 싶은데,[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고 분담할 것을 ‘안’과 ‘나’에게 간청하고 있다.]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오늘 저녁에 다 써버리고 싶은데요.”

“쓰십시오.” 안이 얼른 대답했다.

“이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시겠어요?”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함께 있어 주십시오.”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승낙했다.

“멋있게 한번 써 봅시다.”라고 사내는 우리와 만나 후 처음으로 웃으면서, 그러나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중국집에서 거리로 나왔을 때는 우리는 모두 취해 있었고, 돈은 천 원이 없어졌고, 사내는 한쪽 눈으로는 울고 다른 쪽 눈으로는 웃고 있었고, 안은 도망갈 궁리를 하기에도 지쳐 버렸다고 내게 말하고 있었고, 나는 “악센트 찍는 문제를 모두 틀려 버렸단 말야, 악센트 말야”라고 중얼거리고 있었고, 거리는 영화에서 본 식민지의 거리처럼 춥고 한산했고, 그러나 여전히 소주 광고는 부지런히, 약 광고는 게으름을 피우며 반짝이고 있었고, 전봇대의 아가씨는 ‘그저 그래요’라고 웃고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갈까?”[목적지를 상실하고 획일화되어 가는 모습]하고 아저씨가 말했다.

“어디로 갈까?”안이 말하고,

“어디로 갈까?”라고 나도 그들의 말을 흉내냈다.

아무데도 갈 데가 없었다[갈 곳 없는 현대인들의 상황]. 방금 우리가 나온 중국집 곁에 양품점의 쇼윈도가 있었다. 사내가 그쪽을 가리키며 우리를 끌어 당겼다. 우리는 양품점 안으로 들어갔다.

“넥타이를 하나 골라 가져. 내 아내가 사주는 거야.” 사내가 호통을 쳤다.

우리는 알록달록한 넥타이를 하나씩 들었고, 돈은 육백 원이 없어져 버렸다. 우리는 양품점에서 나왔다.

“어디로 갈까?”라고 사내가 말했다.

갈 데는 계속해서 없었다. 양품점의 앞에는 귤장수가 있었다.

“아내는 귤을 좋아했다.”고 외치며 사내는 귤을 벌여 놓은 수레 앞으로 돌진했다. 돈 삼백 원이 없어졌다.

우리는 이빨로 귤껍질을 벗기면서 그 부근에서 서성거렸다.

“택시!”사내가 고함쳤다.

택시가 우리 앞에서 멎었다. 우리가 차에 오르자마자 사내는,

“세브란스로!”라고 말했다.

“안 됩니다. 소용없습니다.[사내의 불행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냉담한 태도]”안이 재빠르게 외쳤다.

“안 될까?” 사내는 중얼거렸다. “그럼 어디로?”[인물의 성격은 주로 인물간의 대화를 통해 제시되고 있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라고 운전수가 짜증난 음성으로 말했다. “갈 데가 없으면 빨리 내리쇼.”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결국 우리는 중국집에서 스무 발짝도 더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현대인의 방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구절]

거리의 저쪽 끝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나타나서 점점 가깝게 달려들었다. 소방차 두 대가 우리 앞을 빠르고 시끄럽게 지나쳐 갔다.

“택시!” 사내가 고함쳤다.

택시가 우리 앞에 멎었다. 우리가 차에 오르자마자 사내는,

“저 소방차[소멸의 이미지, 죽음을 암시함] 뒤를 따라갑시다.”라고 말했다.

나는 귤 껍질 세 개째를 벗기고 있었다.[‘사내’의 아픔을 나누지 못하는 ‘나’의 무관심 – 의사 소통이 단절된 현대인의 모습]

“지금 불구경하러 가고 있는 겁니까”라고 안이 아저씨에게 말했다. “안 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벌써 열 시 반인데요. 좀더 재미있게 지내야죠. 돈은 이제 얼마 남았습니까?”

아저씨는 호주머니를 뒤져서 돈을 모두 털어 냈다. 그리고 그것을 안에게 건네줬다. 안과 나는 세어 봤다. 천구백 원하고 동전이 몇 개, 십 원짜리가 몇 장이 있었다.

“됐습니다.” 안은 다시 돈을 돌려주면서 말했다. “세상엔 다행히 여자의 특징만 중점적으로 내보이는 여자들이 있습니다.”

“내 아내 얘깁니까?”라고 사내가 슬픈 음성으로 물었다. “내 아내의 특징은 잘 웃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닙니다. 종삼(鐘三)으로 가자는 얘기였습니다.” 안이 말했다.

사내는 안을 경멸하는 듯한 웃음을 띠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화재가 난 곳에 도착했다. 삼십 원이 없어졌다. 화재가 난 곳은 아래층인 페인트 상점이었는데 지금은 미용 학원 이층에서 불길이 창으로부터 뿜어 나오고 있었다. 경찰들의 호각 소기, 소방차들의 사이렌 소리, 불길 소에서 나는 탁탁 소리, 물줄기가 건물의 벽에 부딪쳐서 나는 소리. 그러나 사람들의 소리는 아무것도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불빛에 비쳐 무안 당한 사람들처럼 붉은 얼굴로 정물처럼 서 있었다.

우리는 발밑에 굴러 있는 페인트 통을 하나씩 궁둥이 밑에 깔고 웅크리고 앉아서 불 구경을 했다. 나는 불이 좀더 오래 타기를 바랐다. 미용 학원이라는 간판에 불이 붙고 있었다. ‘원’자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김 형, 우리 얘기나 합시다.”하고 안이 말했다. “화재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일 아침 신문에서 볼 것을 오늘밤에 미리 봤다는 차이밖에 없습니다. 저 화재는 김 형의 것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니고 이 아저씨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 화재엔 흥미가 없습니다. 김 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감입니다.”

물줄기 하나가 불타고 있는 ‘학’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물이 닿는 곳에선 회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힘없는 아저씨가 갑자기 힘차게 깡통으로부터 일어섰다.

“내 아냅니다.”하고 사내는 환한 불길 속을 손가락질하며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내 아내가 머리를 막 흔들고 있습니다. 골치가 깨질 듯이 아프다고 머리를 막 흔들고 있습니다. 여보…….”

“골치가 깨질 듯이 아픈 게 뇌막염의 증세입니다. 그렇지만 저건 바람에 휘날리는 불길입니다. 앉으세요. 불 속에 아주머님이 계실 리가 있습니까?”라고 안이 아저씨를 끌어 앉히며 말했다. 그러고 나서 안은 나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이 양반, 우릴 웃기는데요.”

나는 꺼졌다고 생각하고 있던 ‘학’에 다시 불이 붙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물줄기가 다시 그곳으로 뻗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물줄기는 겨냥을 잘 잡지 못하고 이러 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불은 날쌔게 ‘용’자를 핥고 있었다. 나는 ‘미’까지 어서 불붙기를 바라고 있었고 그리고 그 간판에 불이 붙은 과정을 그 많은 불 구경꾼들 중에서 나 혼자만 알고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때 문득 나는 불이 생명을 가진 것처럼 생각되어서, 내가 조금 전에 바라고 있던 것을 취소해 버렸다.

무언가 하얀 것이 우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곳에서 불타고 있는 건물 족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 비둘기는 불 속으로 떨어졌다.

“무언이 불 속으로 날아 들어갔지요?” 내가 안을 돌아다보며 물었다.

“예 뭐가 날아갔습니다.” 안은 나에게 대답하고 나서 이번엔 아저씨를 돌아다보며, “보셨어요?”하고 그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잠자코 앉아 있었다. 그때 순경 한 사람이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당신이다.”라고 순경은 아저씨를 한 손으로 붙잡으면서 말했다. “방금 무엇을 불 속에 던졌소?”

“아무것도 안 던졌습니다.”

“뭐라구요?” 순경은 때릴 듯한 시늉을 하며 아저씨에게 소리쳤다. “내가 던지는 걸 봤단 말요. 무얼 불 속에 던졌소?”

“돈입니다.”

“돈?”

“돈과 돌을 수건에 싸서 던졌습니다.”

“정말이오?” 순경은 우리에게 물었다.

“예, 돈이었습니다. 이 아저씨는 불난 곳에 돈을 던지면 장사가 잘 된다는 이상한 믿음을 가졌답니다. 말하자면 좀 돌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나쁜 짓을 결코 하지 않는 장사꾼입니다.” 안이 대답했다.

“돈은 얼마였소?”

“일 원짜리 동전 한 개였습니다.” 안이 다시 대답했다.

순경이 가고 났을 때 안이 사내에게 물었다.

“정말 돈을 던졌습니까?”

“예.”

우리는 꽤 오랫동안 불꽃이 튀는 탁탁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한참 후에 안이 사내에게 말했다.

“결국 그 돈은 다 쓴 셈이군요……자, 이젠 약속이 끝났으니 우린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안과 나는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사내가 우리를 쫓아와서 안과 나의 팔을 반쪽씩 붙잡았다.

“나 혼자 있기가 무섭습니다.” 그는 벌벌 떨며 말했다.

“곧 통행 금지 시간이 됩니다. 난 여관으로 가서 잘 작정입니다.” 안이 말했다.

“난 집으로 갈 겁니다.” 내가 말했다.

“함께 갈 수 없겠습니까? 오늘밤만 같이 지내 주십시오. 부탁합니다. 잠깐만 저를 따라와 주십시오.” 사내는 말하고 나서 나를 붙잡고 있는 자기의 팔을 부채질하듯이 흔들었다. 아마 안의 팔에 대해서도 그렇게 했으리라.

“어디로 가자는 겁니까?” 나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여관비를 구하러 잠깐 이 근처에 들렀다가 모두 함께 여관으로 갔으면 하는데요.”

“여관에요?” 나는 내 호주머니 속에 든 돈을 손가락으로 계산해 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폐를 끼쳐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잠깐만 절 따라와 주십시오.”

“돈을 빌리러 가는 겁니까?”

“아닙니다. 받아야 할 돈이 있습니다.”

“이 근처에요?”

“예, 여기가 남양동이라면.”

“아마 틀림없는 남영동인 것 같군요.” 내가 말했다.

사내가 앞장을 서고 안과 내가 그 뒤를 쫓아서 우리는 화재로부터 멀어져 갔다.

“빚 받으러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안이 사내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저는 받아야만 합니다.”

우리는 어느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의 모퉁이를 몇 개인가 돌고 난 뒤에 사내는 대문 앞에 전등이 켜져 있는 집 앞에서 멈췄다. 나와 안은 사내로부터 열 발짝쯤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사내가 벨을 눌렀다. 잠시 후에 대문이 열리고, 사내가 대문 앞에 선 사람과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 아저씨를 뵙고 싶은데요.”

“주무시는데요.”

“그럼 아주머니는?”

“주무시는데요.”

“꼭 뵈어야겠는데요.

“기다려 보세요.”

대문이 다시 닫혔다. 안이 달려가서 사내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냥 가시죠?”

“괜찮습니다. 받아야 할 돈이니까요.”

안이 다시 먼저 서 있던 곳으로 걸어왔다. 대문이 열렸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사내가 대문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누구시죠?” 대문은 잠에 취한 여자의 음성을 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너무 늦게 찾아와서 실은…….”

“누구시죠? 술 취하신 것 같은데…….”

“월부 책값 받으러 온 사람입니다.”

하고, 사내는 비명 같은 높은 소리로 외쳤다.

“월부 책값 받으러 온 사람입니다.” 이번엔 사내는 문기둥에 두 손을 짚고 앞으로 뻗은 자기 팔 위에 얼굴을 파묻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월부 책값 받으러 온 사람입니다. 월부 책값…….”사내는 계속해서 흐느꼈다.

“내일 낮에 오세요.”대문이 탕 닫혔다.[소통의 단절을 의미함]

사내는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사내는 가끔 ‘여보’라고 중얼거리며 오랫동안 울고 있었다[아내에 대한 죄책감]. 우리는 여전히 열 발짝쯤 떨어진 곳에서 그가 울음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후에 그가 우리 앞으로 비틀비틀 걸어왔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서 거리로 나왔다. 적막한 거리에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목적 의식이나 동기도 없이 선술집에서 만난 세 인물의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모습이 찬바람이 부는 거리의 분위기와 결부되어 방향 상실, 냉랭한 인간 관계, 허무 의식을 보여주는 대목]

“몹시 춥군요.”라고 사내는 우리를 염려한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추운데요. 빨리 여관[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유(浮遊)하는 현대인들의 정신 상태를 상징한다. 개별화되고 단절된 삶의 공간]으로 갑시다.” 안이 말했다.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여관에 들어갔을 때 안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게 좋겠지요?”

“모두 한방에 드는 게 좋겠어요.”라고 나는 아저씨를 생각해서 말했다.

아저씨는 그저 우리 처분만 바란다는 듯한 태도로, 또는 지금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태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어떤 소망이나 기대, 목표도 사라져 버린 현대인의 허무하고 고독한 일상적 심정을 표현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북스럽기만 했다.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리에게 더 좋았던 셈이었다.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개개인의 단절되고 파편화된 고독한 실존을 표상하는 이미지이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 그들이 따로 든 여관방을 가리키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 모두가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내면적으로는 고독과 소외에 개개인이 시달리고 있는 한국 사회를 상징하기도 한다]

“모두 같은 방에 들기고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아주 피곤합니다.[이기적인 인간상의 제시].” 안이 말했다.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아내를 잃은 허무감을 극복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사내의 심리 상태가 드러나 있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한 복선]”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안이 말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방을 따로 쓴다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 벽을 쌓고 서로에게 인간적인 정을 주지 않는 현대인의 단절된 소외와 고독감을 의미]

“화투라도 사다가 놉시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지만,

“난 아주 피곤합니다.[이기적인 인간상의 제시]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가난에 찌든 아저씨는 자기 아내를 해부 실험용으로 처분한 죄책감으로 괴로움에 떨며 잠시라도 이를 잊기 위해 나머지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기적인 대학원생 ‘안’의 거부로 각자 서로 다른 방을 쓰게 되고, 그 날 밤 아저씨는 여관방에서 자살을 하며 ‘안’과 ‘나’는 도망치듯 여관을 빠져 나오게 된다.]”하고 안은 말하고 나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이기적인 성격의 대학원생 안의 말을 빌려 그들의 단절감을 증폭시키고,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고 있는 대목이다.]”나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말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숙박계(여관 등의 숙박 업소에서 숙박인의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적은 서류나 장부)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나서[현대인의 허위 의식을 상징하는 행동] 사환이 가져다 놓은 자리끼(잠자리에서 마시려고 머리맡에 떠놓은 물)를 마시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안이 나를 깨웠다.

“그 양반(사내)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안’은 ‘사내’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사내’는 ‘나’와 ‘안’에게 같이 자자고 하였으나 ‘나’와 ‘안’은 같이 있기를 거절하였고, ‘사내’는 고독으로 인해 죽고 말았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사였다.

“예?”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 버렸다.

“방금 그 방[단절되고 파편화된 인간 관계]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고독으로 인한 죽음]”

“역시 ……[작중 인물인 ‘나’와 ‘안’은 아저씨의 죽음을 예감했었다. 사내는 자신의 심리에 두려움을 느끼고 혼자 있기 싫다고 하였으나, 두 사람은 그 사내를 돕기를 거부한다. 사내는 고독 속에서 쓸쓸히 죽어 간다. 이러한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이 소설 속 인물들의 내면 정황이다. 그것은 세계에 대한 무관심이며 자신에 대한 무관심이기도 하다.]” 나는 말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아직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선 빨리 도망해 버리는 게 시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현대인들의 회피, 무관심, 그리고 이기적 속성을 말함]

“사실이지요?”

“물론 그렇겠죠.”

나는 급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 개미[소외된 채 쓸쓸히 죽었던 사내를 상징] 한 마리가 방바닥을 내 발이 있는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그 개미가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얼른 자리를 옮겨 디디었다.[개미 한 마리가 – 얼른 자리를 옮겨 디디었다 : 여기서 ‘개미’는 도움을 청했지만 끝내 소외된 채 쓸쓸히 죽었던 사내를 상징하는 것이고 또한 자신의 양심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개미를 피하고, 그런 개미를 피한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의 양심의 소리조차도 거부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밖의 이른 아침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자연물을 통해 암울하고 싸늘한 분위기 암시. 여기서 싸락눈은 ‘싸라기눈’의 준말로 빗방울이 갑자기 찬바람을 만나 얼어 떨어지는 눈].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빠른 걸음으로[행동 묘사를 통해 회피, 무관심의 정도를 암시] 여관에서 멀어져 갔다.

“난 그가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안이 말했다.

“난 짐작도 못했습니다.”라고 나는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코트의 깃을 세우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그렇지요. 할 수 없지요. 난 짐작도 못 했는데…….” 내가 말했다.

“짐작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가 내게 물었다.

“씨팔것[비속어를 통해 인물의 심리 제시. 대상은 죽은 ‘사내’일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일 수도 있음], 어떻게 합니까? 그 양반 우리더러 어떡하라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혼자 놓아두면 죽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게 내가 생각해 본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혼자 놓아두면 – 방법이었습니다. : 사내를 죽게 놓아 둔 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임을 토로하고 있다. 타인과의 교류가 불가능해진 현대의 상황을 암시]

“난 그 양반이 죽으리라는 짐작도 못 했으니까요. 씨팔것, 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모양이군요.”

안은 눈을 맞고 있는 어느 앙상한 가로수 밑에서 멈췄다. 나도 그를 따라가서 멈췄다. 그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김 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 다섯 살짜리죠?”[‘안’은 새삼스럽게 나이를 확인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두 사내는 고독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모든 것과의 단절이 자신을 편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부분이다.]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도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번 기웃했다.

“두려워집니다.”

“뭐가요?” 내가 물었다.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안’은 사내의 죽음을 방치하고 그 죽음을 귀찮아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많은 세상사를 경험하고 어느 정도 타인의 일이나 세상사에 호기심이 없어지는 ‘늙음’에 다가서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우린 이제 겨우 스물 다섯 살입니다.” 나는 말했다. [‘안’은 스물다섯 살이라는 나이를 새삼스럽게 확인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일 것이다.]

“하여튼……”하고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여기서 헤어집시다. 재미 많이 보세요.”[세 사람이 우연히 만나서 인간적 유대감을 느끼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며 결국 헤어지면서도 재미 많이 보라고 압축하여 말함으로써 단절된 인간 관계를 드러낸다.] 하고 나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마침 버스가 막 도착한 길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버스에 올라서 창으로 내어다 보니 안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눈[고독하고 단절된 현대인들을 상징]을 맞으며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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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64년 겨울 – 알라딘

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 (지은이) 문학과지성사 2019-09-20. 정가. 15,000원. 판매가. 13,500원 (10% 할인) + 마일리지 75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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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겨울을 아시나요? 60년대 세상살이 Korean life in the 6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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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연구 – 한국학술지인용색인

이 글에서는 김승옥의 단편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을 상징론적 관점에서 해석해 보았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하룻밤 사이의 사건 속에서도 인간 정신의 보편성을 드러내는 신화적 원형상징 모티프들이 발견되는데, 이러한 모티프들을 고려하는 가운데 이 소설의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먼저, 이 소설의 시간과 공간적 배경이 담지하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해석해보았다. 이 소설의 시간과 공간적 의미의 핵심은 전망부재의 현실이다. 포장 밖의 어둠에 의해 정지되고 사방이 벽처럼 가로막힌 공간인 선술집은 서울이라는 거대 변화의 상징적 대상에 의해 소외됨으로써 감옥이나 무덤과 같은 시련의 장소가 된다. 이와 같이 이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서울의 이미지는 죽음, 병, 고립 등과 같은 신화의 부정적인 원형으로 나타남으로써 소외와 전망부재의 현실을 상징하는데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소외와 전망이 부재의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작중의 세 인물은 숙명적인 탐색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작중인물의 공간 이동을 하나의 이니시에이션 구조로 파악하고 그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즉, 인간이 행동하고 인지하는 공간으로서의 길이 소설에서 어떻게 나타나며, 이 길이 인물에게 어떤 방식으로 존재론적 전환을 일으키는가 하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맥으로 작용한다는 전제하에, 이러한 이니시에이션 구조가 「서울, 1964년 겨울」의 주요인물들의 공간 이동과 어떠한 관련을 맺고 상징성을 띠게 되는가를 살펴보았던 것이다. 현재의 삶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방황을 거듭하고 있는 ‘안’과 ‘김’, 그리고 죽은 아내의 시체를 해부실습용으로 팔아넘긴 자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죽음을 결행하는 월부책 장수 사내는 길의 공간이동을 통해 존재론적 전환을 시도하지만, 결국 이니시에이션의 연속선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The Study of Kim, Seung-og’s 「Winter 1964 Seoul」 Song, Jun-ho This study is symbolic work on Kim, Seung-og’s 「Winter 1964 Seoul」. A symbol is something which represents something else by analogy or association. And symbols exist by convention and tradition. Writers use these conventional symbols, but also they invent and create symbols of their own. A symbol may be seen as a species of metaphor in which the exact subject of the metaphor is not made explicit, and may even be mysterious. Novelists also commonly use symbols. The particular objects, scenes or episodes that come to stand for the major themes of the work may be repeated or mirrored in many different ways so as to give the work a symbolic structure, although this may be only delicately implied.

The Study of Kim, Seung-og’s 「Winter 1964 Seoul」 Song, Jun-ho This study is symbolic work on Kim, Seung-og’s 「Winter 1964 Seoul」. A symbol is something which represents something else by analogy or association. And symbols exist by convention and tradition. Writers use these conventional symbols, but also they invent and create symbols of their own. A symbol may be seen as a species of metaphor in which the exact subject of the metaphor is not made explicit, and may even be mysterious. Novelists also commonly use symbols. The particular objects, scenes or episodes that come to stand for the major themes of the work may be repeated or mirrored in many different ways so as to give the work a symbolic structure, although this may be only delicately implied.

Winter 1964 Seoul;conventional symbols;symbolic structure. … 이 글에서는 김승옥의 단편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을 상징론적 관점에서 해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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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서울 모습(Seoul in the 196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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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연구

이 글에서는 김승옥의 단편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을 상징론적 관점에서 해석해 보았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하룻밤 사이의 사건 속에서도 인간 정신의 보편성을 드러내는 신화적 원형상징 모티프들이 발견되는데, 이러한 모티프들을 고려하는 가운데 이 소설의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먼저, 이 소설의 시간과 공간적 배경이 담지하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해석해보았다. 이 소설의 시간과 공간적 의미의 핵심은 전망부재의 현실이다. 포장 밖의 어둠에 의해 정지되고 사방이 벽처럼 가로막힌 공간인 선술집은 서울이라는 거대 변화의 상징적 대상에 의해 소외됨으로써 감옥이나 무덤과 같은 시련의 장소가 된다. 이와 같이 이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서울의 이미지는 죽음, 병, 고립 등과 같은 신화의 부정적인 원형으로 나타남으로써 소외와 전망부재의 현실을 상징하는데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소외와 전망이 부재의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작중의 세 인물은 숙명적인 탐색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작중인물의 공간 이동을 하나의 이니시에이션 구조로 파악하고 그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즉, 인간이 행동하고 인지하는 공간으로서의 길이 소설에서 어떻게 나타나며, 이 길이 인물에게 어떤 방식으로 존재론적 전환을 일으키는가 하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맥으로 작용한다는 전제하에, 이러한 이니시에이션 구조가 「서울, 1964년 겨울」의 주요인물들의 공간 이동과 어떠한 관련을 맺고 상징성을 띠게 되는가를 살펴보았던 것이다. 현재의 삶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방황을 거듭하고 있는 ‘안’과 ‘김’, 그리고 죽은 아내의 시체를 해부실습용으로 팔아넘긴 자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죽음을 결행하는 월부책 장수 사내는 길의 공간이동을 통해 존재론적 전환을 시도하지만, 결국 이니시에이션의 연속선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The Study of Kim, Seung-og’s 「Winter 1964 Seoul」 Song, Jun-ho This study is symbolic work on Kim, Seung-og’s 「Winter 1964 Seoul」. A symbol is something which represents something else by analogy or association. And symbols exist by convention and tradition. Writers use these conventional symbols, but also they invent and create symbols of their own. A symbol may be seen as a species of metaphor in which the exact subject of the metaphor is not made explicit, and may even be mysterious. Novelists also commonly use symbols. The particular objects, scenes or episodes that come to stand for the major themes of the work may be repeated or mirrored in many different ways so as to give the work a symbolic structure, although this may be only delicately implied.

The Study of Kim, Seung-og’s 「Winter 1964 Seoul」 Song, Jun-ho This study is symbolic work on Kim, Seung-og’s 「Winter 1964 Seoul」. A symbol is something which represents something else by analogy or association. And symbols exist by convention and tradition. Writers use these conventional symbols, but also they invent and create symbols of their own. A symbol may be seen as a species of metaphor in which the exact subject of the metaphor is not made explicit, and may even be mysterious. Novelists also commonly use symbols. The particular objects, scenes or episodes that come to stand for the major themes of the work may be repeated or mirrored in many different ways so as to give the work a symbolic structure, although this may be only delicately implied.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 네이버 블로그

“고맙습니다.” / 하고 그 사내는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하면서 우리를 따라왔다. 안은 일이 좀 이상하게 되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다. 술좌석에서 알게 된 사람끼리는 의외로 재미있게 놀게 되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이렇게 힘없는 목소리로 끼어드는 양반은 없었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어들어야만 일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속에서는 이쁜 여자가 ‘춥지만 할 수 있느냐’는 듯한 쓸쓸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어떤 빌딩의 옥상에서는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이 열심히 명멸하고 있었고, 소주 광고 곁에서는 약 광고의 네온사인이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는 듯이 황급히 꺼졌다간 다시 켜져서 오랫동안 빛나고 있었고, 이젠 완전히 얼어붙은 길 위에는 거지가 돌덩이처럼 여기저기 엎드려 있었고, 그 돌덩이 앞을 사람들은 힘껏 웅크리고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안은 일이 좀 이상하게 되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다. 술좌석에서 알게 된 사람끼리는 의외로 재미있게 놀게 되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이렇게 힘없는 목소리로 끼어드는 양반은 없었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어들어야만 일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속에서는 예쁜 여자가 ‘춥지만 할 수 있느냐’는 듯한 쓸쓸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어떤 빌딩의 옥상에서는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이 열심히 명멸하고 있었고, 소주 광고 곁에서는 약 광고의 네온사인이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는 듯이 황급히 꺼졌다간 다시 켜져서 오랫동안 빛나고 있었고, 이젠 완전히 얼어붙은 길 위에는 거지가 돌덩이처럼 여기저기 엎

1964년 겨울, 서울의 어느 포장마차 선술집에서 ‘안’이라는 성을 가진 대학원생과 ‘나’가 우연히 만난다. 두 사람은 서로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다 완전히 자신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사람이 술집에서 나오려 할 때, 가난뱅이 냄새가 나는 서른 대여섯 살짜리 사내가 우리 쪽을 향해 말을 걸어와 두 사람과 함께 어울리기를 간청한다. 힘없어 보이는 그 사내는 저녁을 사겠다고 하며 근처의 중국 요릿집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자신의 아내가 급성 뇌막염으로 죽었고 장례비용이 없어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모두 써 버리고 싶다며, 두 사람에게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기를 간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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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붕밑(1961) 복원본 / Under the Sky of Seoul ( Seoul-ui Jibungmit ) Restoration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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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일곡동 고1 고2 내신 수능국어

문은주국어학원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해설 문제

❏ 핵심 요약

[감상]

이 소설은 도시에서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 단절감을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우연히 만나게 된 세 사람의 무의미한 대화와 행동을 통해 전망 없는 세계에 처한 삶의 부조리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칭송을 들은 김승옥의 대표작답게 감각적이면서도 유희적인 문체를 통해 인간관계의 단절상을 극적으로 잘 보여준다. 만남은 있지만 인간적인 소통과 공감이 사라진 현대 사회의 어두운 뒷모습을 ‘의도된 어색함의 상황’에 담아 ’우리‘가 될 수 없는 개인들의 쓸쓸하고 우울한 풍경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주제]

사회 구성원들 간의 연대 의식 상실

파편적인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

[3사람의 인물]

사회 구성원들 간의 연대 의식 상실

파편화된 삶

인간 소외

인간관계의 단절

인간적인 소통과 공감이 사라진 현대 사회의 어두운 뒷모습

개인주의적인 삶의 모습

진실한 인간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각자 고립된 개인

’우리‘가 될 수 없는 개인들의 쓸쓸하고 우울한 풍경

[서술상의 특징]

• 세 사람이 밤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여관에 들어온 때로부터 다음날 아침 ‘나’와 ‘안’이 죽은 사내를 뒤로 한 채 여관을 떠나 헤어질 때까지의 이야기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 작중 인물인 ‘나’의 입을 통해 사건이 전달되고 있다.

• ‘나’가 서술자의 역할을 하면서 ‘나’의 내면 심리가 직접 서술되고 있다.

• 간결한 대화체를 주로 구사하고 있으며, ‘스물다섯 살이죠?’, ‘두려워집니다.’ 등 문장 그 자체에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장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 주로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다.

• 대화를 통해 한 인물(‘사내’)이 겪은 사건이 제시되고 있다.

• 감각적 심상을 통해 인물(사내)의 외양을 제시하고 있다

(제법 깨끗한 코트를 입고 있었고 머리엔 기름도 얌전하게 발라서 카바이드등의 불꽃이 너풀댈 때마다 머리칼의 하이라이트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 ‘사내’가 ‘나’와 ‘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사내’가 살아온 내력이 요약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아내와 나는 참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아내가 어린애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은 몽땅 우리 두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돈은 넉넉하진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돈이 생기면 우리는 어디든지 같이 다니면서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딸기 철엔 수원(水原)에도 가고, 포도 철엔 안양(安養)에도 가고, 여름이면 대천(大川)에도 가고, 가을엔 경주(慶州)에도 가 보고, 밤엔 함께 영화 구경, 쇼 구경하러 열심히 극장에 쫓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무슨 병환이셨던가요?” / 하고 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급성 뇌막염이라고 의사가 그랬습니다. 아내는 옛날에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급성 폐렴을 앓은 적도 있다

고 했습니다만 모두 괜찮았었는데 이번의 급성엔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 죽고 말았습니다.”)

•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어떤 빌딩 옥상의 소주 광고 네온사인, 얼어붙은 길 위의 거지 등

➝인물의 시각에 포착된 거리 풍경의 묘사를 통해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가 드러나고 있다.

[배경, 소재]

•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여관에 든 3사람이 각자 따로 방에 들어가는 것

➝연대감을 잃어버린 개인, 개별화된 인간, 파편화된 삶, 이기주의적 삶.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지금 아주 피곤합니다.” ‘안’이 말했다.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에요.” ‘안’이 말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서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

• ‘어두운 골목길’, ‘찬 바람이 세차게’ 부는’적막한 거리’,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싸락눈’, ‘앙상한 가로수’ 등 다양한 배경 요소들의 인물이 지나가는 공간에 대한 묘사를 통해 고독하고 쓸쓸한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배경의 기능

작품의 분위기 조성과 작중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줌.

•’찬 바람’, ‘싸락눈’,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눈’과 같이 쓸쓸한 겨울 분위기를 활용하여 인물들의 황량한 내면심리를 보여줌.

➝소재의 기능

인물의 내면심리 암시

[줄거리]

1964년 겨울, 서울의 어느 포장마차 선술집에서 ‘안’이라는 성을 가진 대학원생과 ‘나’가 우연히 만난다. 두 사람은 서로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다 완전히 자신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사람이 술집에서 나오려 할 때, 가난뱅이 냄새가 나는 서른 대여섯 살짜리 사내가 우리 쪽을 향해 말을 걸어와 두 사람과 함께 어울리기를 간청한다. 힘없어 보이는 그 사내는 저녁을 사겠다고 하며 근처의 중국 요릿집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자신의 아내가 급성 뇌막염으로 죽었고 장례비용이 없어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모두 써 버리고 싶다며, 두 사람에게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기를 간청한다.

중국 요릿집에서 나와 세 사람은 양품점 안으로 들어가서 알록달록한 넥타이를 하나씩 사고 귤도 산다. 돈의 일부를 써 버렸지만 아직도 얼마의 돈이 남아 있다. 그때 그들 앞에 소방차 두 대가 지나갔고, 사내는 소방차 뒤를 따라가길 원한다. 그런데 갑자기 사내가 불을 보고 아내라고 소리친다. 그러고는 남은 돈과 돌을 손수건에 싸서 불 속에 던져 버린다. 결국 그 돈은 다 쓴 셈이 되었고 그들은 약속한 대로 가려 했지만 사내는 두 사람을 붙잡는다. 혼자 있기가 무섭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 밤만 같이 지내길 부탁하며 여관비를 구하기 위해 근처에 함께 들르길 요청한다. 사내는 남영동 한 가정집 대문 앞에 멈춰 벨을 누른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리며 월부 책값을 요구하다 거절당한다.

그들은 거리로 나와 여관을 잡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다음 날 아침 사내는 죽어 있다. ‘안’과 ‘나’는 성급히 거리로 나온다. ‘안’은 그 사내가 죽을 줄 미리 알았다며, 그래서 일부러 혼자 놓아 둔 것이라고 말한다.

세 사람의 우연한 만남과 헤어짐은 새로운 삶의 세계를 추구하지 못하고, 개인의 폐쇄적인 사고 속에 갇혀 있는 단절된 인간관계 및 사회생활만을 보여 준다.

[포인트]

시대적 배경과 연결 등장인물의 성격 파악

문학 작품이 요구하는 사회적, 역사적 의식

➝1960년대는 본격적인 경제 성장이 시작된 시기로, 산업화, 근대화의 추진에 따른 대규모 이농 현상이 초래되어 대도시의 인구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었고, 이는 농촌 공동체의 붕괴를 가져왔다. 또한 도시에서는 급격히 불어난 인구로 인해 인간 소외 현상과 빈부의 격차가 발생했으며, 개인들은 개인주의적 삶에 익숙해져 공동체적 유대감을 상실한 채 단절된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2015인수B)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나는 그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 듯하기도 했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우리 다른 얘기합시다.” / 하고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심각한 얘기를 좋아하는 이 친구를 곯려 주기 위해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기의 음성을 자기가 들을 수 있는 취한 사람의 특권을 맛보고 싶어서 얘기를 시작했다.

“평화시장 앞에 줄지어 선 가로등들 중에서 동쪽으로부터 여덟 번째 등은 불이 켜 있지 않습니다.” / 나는 그가 좀 어리둥절해하는 것을 보자 ㉠더욱 신이 나서 얘기를 계속했다.

“…… 그리고 화신백화점 육 층의 창들 중에서는 그중 세 개에서만 불빛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해질 사태가 벌어졌다. 안의 얼굴에 놀라운 기쁨이 빛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가 빠른 말씨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서대문 버스 정거장에는 사람이 서른두 명 있는데 그중 여자가 열일곱 명이었고, 어린 애는 다섯 명, 젊은이는 스물한 명, 노인이 여섯 명입니다.”

“그건 언제 일이지요?”

“오늘 저녁 일곱 시 십오 분 현재입니다.”

“아.” / 하고 나는 잠깐 절망적인 기분이었다가 그 반작용인 듯 굉장히 기분이 좋아져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단성사 옆 골목의 첫 번째 쓰레기통에는 초콜릿 포장지가 두 장 있습니다.”

“그건 언제?”

“지난 십사일 저녁 아홉 시 현재입니다.”

“적십자병원 정문 앞에 있는 호두나무의 가지 하나는 부러져 있습니다.”

<중략>

“미안하지만 제가 함께 가도 괜찮을까요? 제게 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이라고 그 사내는 ㉡힘없는 음성 으로 말했다.

그 힘없는 음성으로 봐서는 꼭 끼워 달라는 건 아니라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것 같기도 했다. 나와 안은 ㉢잠깐 얼굴을 마주 보고 나서

“아저씨 술값만 있다면……” / 이라고 내가 말했다. “함께 가시죠.” / 라고 안도 내 말을 이었다.

“고맙습니다.” / 하고 그 사내는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하면서 우리를 따라왔다. 안은 일이 좀 이상하게 되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다. 술좌석에서 알게 된 사람끼리는 의외로 재미있게 놀게 되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이렇게 힘없는 목소리로 끼어드는 양반은 없었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어들어야만 일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속에서는 이쁜 여자가 ‘춥지만 할 수 있느냐’는 듯한 쓸쓸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어떤 빌딩의 옥상에서는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이 열심히 명멸하고 있었고, 소주 광고 곁에서는 약 광고의 네온사인이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는 듯이 황급히 꺼졌다간 다시 켜져서 오랫동안 빛나고 있었고, 이젠 완전히 얼어붙은 길 위에는 거지가 돌덩이처럼 여기저기 엎드려 있었고, 그 돌덩이 앞을 사람들은 힘껏 웅크리고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중략 부분의 줄거리] ‘아저씨’는 ‘나’와 ‘안’을 이끌고 중국 요릿집에 들어가, 비싼 음식을 시키라고 권유하며 오늘 돈을 모두 써 버리기로 결심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말하기 시작했다.

“들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 오늘 낮에 제 아내가 죽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그는 이젠 슬프지도 않다는 얼굴로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네에에.” / “그거 안 되셨군요.” / 라고 안과 나는 각각 조의를 표했다.

“아내와 나는 참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아내가 어린애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은 몽땅 우리 두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돈은 넉넉하진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돈이 생기면 우리는 어디든지 같이 다니면서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딸기 철엔 수원(水原)에도 가고, 포도 철엔 안양(安養)에도 가고, 여름이면 대천(大川)에도 가고, 가을엔 경주(慶州)에도 가 보고, 밤엔 함께 영화 구경, 쇼 구경하러 열심히 극장에 쫓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무슨 병환이셨던가요?” / 하고 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급성 뇌막염이라고 의사가 그랬습니다. 아내는 옛날에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급성 폐렴을 앓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만 모두 괜찮았었는데 이번의 급성엔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 죽고 말았습니다.”

사내는 고개를 떨구고 한참 동안 무언지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안이 손가락으로 내 무릎을 찌르며 우리는 꺼지는 게 어떻겠느냐는 눈짓을 보냈다. 나 역시 동감이었지만 그때 사내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계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눌러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대화를 통해 한 인물이 겪은 사건이 제시되고 있다.

② 일인칭의 시점을 통해 서술자의 내면 심리가 직접 서술되고 있다.

③ 빈번하게 전환되는 장면을 통해 인물의 내적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④ 한 인물이 겪은 비극적인 사건이 주변 인물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⑤ 인물의 시선에 포착되는 풍경의 묘사를 통해 시대적인 분위기가 제시되고 있다.

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안’이 반응하는 것을 보고 ‘나’가 갖게 된 정서적 반응이다.

② ㉡: ‘나’가 ‘사내’의 속마음을 추리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③ ㉢: ‘나’와 ‘안’이 서로의 의향을 살피기 위해 취한 행동이다.

④ ㉣: ‘나’와 일행이 분명한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⑤ ㉤: 삶의 의욕을 회복한 인물이 새로운 결심을 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1960년대에는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었고, 그 중심에는 서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김승옥은 이러한 상황을 「서울, 1964년 겨울」에서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인물들은 서로 단절감을 느끼지만 진정한 의미의 소통과 공감을 위해서는 노력하지 않는다. 타인의 삶이 ‘나’의 삶에 유용성을 갖지 않을 경우 ‘우리’는 이들에게 결코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습은 진실한 인간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각자 고립된 개인으로 존재해야 하는 근대화된 도시의 삶을 잘 드러낸다.

① 무의미한 말들로 대화를 이어 가는 ‘나’와 ‘안’의 대화 장면에서, 이들이 진정한 인간관계를 추구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군.

② ‘나’가 ‘그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 듯하기도 했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고 한 것에서,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배제된 대화의 양상을 엿볼 수 있군.

③ ‘사내’가 ‘나’와 ‘안’에게 ‘제게 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하고 말한 것에서, 돈이 ‘우리’의 관계 형성에 유용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내’의 생각을 알 수 있군.

④ 얼어붙은 길 위에 돌덩이처럼 엎드려 있는 거지의 모습을 보고 있는 ‘나’의 모습에서, 고립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인물의 바람을 엿볼 수 있군.

⑤ 오늘 아내가 죽었다는 ‘사내’의 말을 듣고 얼른 ‘사내’ 곁을 떠나고 싶어 하는 ‘나’와 ‘안’의 태도에서,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으려는 비정한 태도를 엿볼 수 있군.

(2014수완A)

(40~4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우리는 각기 계산하기 위해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때 한 사내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우리 곁에서 술잔을 받아 놓고 연탄불에 손을 쬐고 있던 사내였는데, 술을 마시기 위해서 거기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불이 쬐고 싶어서 잠깐 들렀다는 꼴을 하고 있었다. ㉠ 제법 깨끗한 코트를 입고 있었고 머리엔 기름도 얌전하게 발라서 카바이드등의 불꽃이 너풀댈 때마다 머리칼의 하이라이트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 그러나 어디선지는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가난뱅이 냄새가 나는 서른대여섯 살짜리 사내였다. 아마 빈약하게 생긴 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유난히 새빨간 눈시울 때문이었을까. 그 사내가 ‘나’나 ‘안’ 중의 어느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그냥 우리 쪽을 향하여 말을 걸어온 것이다.

“미안하지만 제가 함께 가도 괜찮을까요? 제게 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이라고 그 사내는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 힘없는 음성으로 봐서는 꼭 끼워 달라는 건 아니라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것 같기도 했다. 나와 안은 잠깐 얼굴을 마주 보고 나서

“아저씨 술값만 있다면 ….”이라고 내가 말했다.

“함께 가시죠.”라고 안도 내 말을 이었다.

㉡ “고맙습니다.” 하고 그 사내는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하면서 우리를 따라왔다 .

안은 일이 좀 이상하게 되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다. 술좌석에서 알게 된 사람끼리는 의외로 재미있게 놀게 되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이렇게 힘없는 목소리로 끼어드는 양반은 없었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어들어야만 일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속에서는 예쁜 여자가 ‘춥지만 할 수 있느냐’는 듯한 쓸쓸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어떤 빌딩의 옥상에서는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이 열심히 명멸하고 있었고, 소주 광고 곁에서는 약 광고의 네온사인이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는 듯이 황급히 꺼졌다간 다시 켜져서 오랫동안 빛나고 있었고, 이젠 완전히 얼어붙은 길 위에는 거지가 돌덩이처럼 여기저기 엎

드려 있었고, 그 돌덩이 앞을 사람들은 힘껏 웅크리고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중략)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말하기 시작했다.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오늘 낮에 제 아내가 죽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

그는 이젠 슬프지도 않다는 얼굴로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네에에.” “그거 안되셨군요.”라고 안과 나는 각각 조의를 표했다. “아내와 나는 참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아내가 어린애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은 몽땅 우리 두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돈은 넉넉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돈이 생기면 우리는 어디든지 같이 다니면서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딸기철엔 수원에도 가고, 포도철엔 안양에도 가고, 여름이면 대천에도 가고, 가을엔 경주에도가 보고, 밤엔 함께 영화 구경, 쇼 구경하러 열심히 극장에 쫓아다니기도 했습니다 ….”

“무슨 병환이셨던가요?” 하고 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급성 뇌막염이라고 의사가 그랬습니다. 아내는 옛날에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급성 폐렴을 앓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만 모두 괜찮았었는데 이번의 급성엔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 죽고 말았습니다.”

사내는 고개를 떨구고 한참 동안 무언지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안이 손가락으로 내 무릎을 찌르며 우리는 꺼지는 게 어떻겠느냐는 눈짓을 보냈다. 나 역시 동감이었지만 그때 사내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계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눌러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A][“아내와는 재작년에 결혼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친정이 대구 근처에 있다는 얘기만 했지 한 번도 친정과는 내왕이 없었습니다. 난 처갓집이 어딘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었어요.”]

㉢ 그는 다시 고개를 떨구고 입을 우물거렸다 .

“뭘 할 수 없었다는 말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내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그러나 한참 후에 다시 고개를 들고 마치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 난 서적 월부 판매 외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 돈 사천 원을 주더군요. 난 두 분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도 세브란스병원 울타리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내가 누워 있을 시체실이 있는 건물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만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울타리 곁에 앉아서 병원의 큰 굴뚝에서 나오는 희끄무레한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이 해부 실습하느라고 톱으로 머리를 가르고 칼로 배를 찢고 한다는데 정말 그러겠지요?”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환이 다꾸앙과 파가 담긴 접시를 갖다 놓고 나갔다.

“기분 나쁜 얘길 해서 미안합니다. 다만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한 가지만 의논해 보고 싶은데,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오늘 저녁에 다 써 버리고 싶은데요.”

“쓰십시오.” 안이 얼른 대답했다.

㉤ “ 이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시겠어요 ?”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함께 있어 주십시오.”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승낙했다.

“멋있게 한번 써 봅시다.”라고 사내는 우리와 만난 후 처음으로 웃으면서 그러나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40.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빈번한 장면 전환을 통해 사건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② 대화를 통해 인물이 살아온 내력을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③ 방언과 토속적 어휘를 사용하여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려 내고 있다.

④ 상반된 가치관을 지닌 인물들을 등장시켜 인물 간의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과장된 묘사를 통해 비극적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41. ‘사내’와 관련하여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감각적 심상을 통해 사내의 외양을 제시하고 있다.

② ㉡: 진술되는 말과 상반된 분위기의 음성을 통해 사내의 위선적 면모를 표출하고 있다.

③ ㉢: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사내의 모습을 통해 사내의 복잡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④ ㉣: 자신의 결정에 대한 사내의 자조적(自嘲的) 변명이 나타나 있다.

⑤ ㉤: ‘우리’와의 동행을 요청하는 사내의 모습을 통해 사내의 외로움과 불안한 심리가 제시되고 있다.

42. 보기를 바탕으로 위 작품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우리 사회의 1960년대는 산업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계층이 존재하는 한편 인간성 상실, 개인주의의 만연 등의 병폐가 조금씩 표면으로 드러난 시대였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의 우울한 풍경 속에서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한 채 피상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① 사내가 자신의 아내와 수원, 안양, 대천, 경주 등을 여행한 것은 자신의 경제적 무능을 아내에게 숨기기 위한 진실하지 못한 행동이라 할 수 있어.

② 자신의 아내가 죽자 그 시신을 병원에 파는 사내의 선택에는 ‘서적 월부 판매 외교원’으로 생활하는 경제적 빈곤함이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어.

③ 아내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사내를 두고 가려 하는 ‘안’과 ‘나’의 모습에서 인간성 상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④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소주 광고의 네온사인과 길 위의 거지를 나란히 병치시켜 자본주의 사회의 우울한 풍경을 그려 내고 있어.

⑤ ‘즐거움이 넘치고 넘친다는 얼굴로 요란스럽게 끼어들어야만 일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서 ‘나’가 즐거움을 좇으며 피상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43. [A]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심정과 가장 어울리는 한자 성어는?

① 감탄고토(甘呑苦吐)

② 맥수지탄(麥秀之嘆)

③ 수구초심(首丘初心)

④ 자포자기(自暴自棄)

⑤ 절차탁마(切磋琢磨)

[정답] (2015인수B)

1. ③ 2. ⑤ 3. ④

1. 서술상 특징 파악

장면이 빈번하게 전환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그로 인해 인물의 내적 갈등이 노출되지도 않는다.

① ‘사내’가 ‘나’와 ‘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사내’가 살아온 내력이 요약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② ‘나’가 서술자의 역할을 하면서 ‘나’의 내면 심리가 직접 서술되고 있다. ④ ‘사내’가 겪은 비극적 사건이 ‘나’와 ‘안’의 행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⑤ 전봇대에 붙은 약 광고판, 어떤 빌딩 옥상의 소주 광고 네온사인, 얼어붙은 길 위의 거지 등 인물의 시각에 포착된 거리 풍경의 묘사를 통해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가 드러나고 있다.

2. 구절의 의미 파악

㉤은 슬픔에 지친 ‘사내’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그가 삶의 의욕을 회복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① ㉠은 ‘안’이 어리둥절해 하는 것을 보고 ‘나’가 보인 정서적 반응이다. ② ‘나’는 ㉡을 통해 사내가 꼭 끼워달라는 건 아니라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것 같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③ ㉢은 함께 가도 되겠냐는 ‘사내’의 제안에 대한 서로의 의향을 알아보기 위해 ‘나’와 ‘안’이 취한 행동이다. ④ ㉣은 우리가 ‘갑자기 목적지를 잊은 사람들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걷고 있는 모습이다.

3. 외적 준거에 따른 감상

‘거지가 돌덩이처럼 여기저기 엎드려’ 있는 모습은 그 앞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비를 통해 인정이 메마른 도시의 풍경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다. 거지의 모습을 보고 ‘나’가 고립된 개인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 것은 아니다.

① ‘나’와 ‘안’의 대화는 무의미한 말들로 채워져 진정한 인간관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② ‘안’이 하고 있는 말을 ‘나’가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③ ‘사내’는 자신에게 돈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우리와 동행하고 싶다는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⑤ ‘나’와 ‘안’은 ‘사내’의 슬픔에 공감하기보다 자신들이 겪을 마음의 불편함을 먼저 생각하며 ‘사내’를 떠나고 싶어 한다.

[정답] (2014수완A)

40. ② 41. ② 42. ① 43. ④

(2002.10 고3)

[51~5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 부분의 줄거리> 나는 술집에서 ‘안’이라는 성씨의 대학원생과 30대 중반의 아저씨를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다. 아저씨는 자신의 사정과 처지를 하소연하며 함께 있어주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서 거리로 나왔다. 적막한 거리에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몹시 춥군요.”

라고 사내는 우리를 염려한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 “추운데요. 빨리 여관으로 갑시다.” 안이 말했다.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여관에 들어갔을 때 안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게 좋겠지요?” “모두 한 방에 드는 게 좋겠어요.” 라고 나는 아저씨를 생각해서 말했다. 아저씨는 그저 우리 처분만 바란다는 듯한 태도로, 또는 지금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태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북스럽기만 했다.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리에게 더 좁았던 셈이었다.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아주 피곤합니다.” / 안이 말했다.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 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안이 말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 “화투라도 사다가 놉시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지만,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 하고 안은 말하고 나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말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나서 사환이 가져다 놓은 자리끼를 마시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안이 나를 깨웠다.

“그 양반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예?”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버렸다.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역시…….”

나는 말했다.

“ⓐ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

“아직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선 빨리 도망해 버리는 게 시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이지요?”

“물론 그렇겠죠.”

나는 급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 개미 한 마리가 방바닥을 내 발이 있는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그 개미가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

는 얼른 자리를 옮겨 디디었다.

밖의 이른 아침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빠른 걸음으로 여관에서 떨어져 갔다.

“난 그 사람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안이 말했다.

“난 짐작도 못했습니다.”

라고 나는 사실대로 얘기했다.

“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코트의 깃을 세우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 그렇지요. 할 수 없지요. 난 짐작도 못했는데…… .”

내가 말했다.

“짐작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가 내게 물었다.

“씨팔것, 어떻게 합니까? 그 양반 우리더러 어떡하라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 혼자 놓아두면 죽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게 내가 생각해 본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

“난 그 양반이 죽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다니까요. 씨팔것, ⓓ 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모양이군요 .”

안은 눈을 맞고 있는 어느 앙상한 가로수 밑에서 멈췄다. 나도 그를 따라서 멈췄다. 그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김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두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기웃했다.

“두려워집니다.” / “뭐가요?”

내가 물었다.

“ⓔ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린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입니다.”

나는 말했다.

“하여튼…….”

하고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여기서 헤어집시다. 재미 많이 보세요.”

하고 나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51.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작중 인물이 서술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②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③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④ 인물의 대화와 행동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⑤ 상징적 배경 묘사를 통해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52. 다음은 윗글에 관한 발표 수업 내용이다. [ ] 안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선생님 : 자, 이 글에서 ‘현대 사회의 인간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부분들을 찾아 그 의미에 관해 발표해 봅시다.

▶ [ ]

① 병헌 : 세 사람이 결국 방을 따로 쓴 것은 정신적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상실한 세태를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② 민수 : 등장 인물의 이름이 ‘안’, ‘나’, ‘아저씨’ 등 익명으로 설정된 것은,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인간 관계를 상징합니다.

③ 준호 : 세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관으로 발길을 돌린 것은,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④ 유진 : ‘나’가 숙박계에 인적 사항을 거짓으로 기록한 것은,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를 꺼리는 폐쇄적 사고 방식입니다.

⑤ 수희 : ‘아저씨’가 죽자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안’과 ‘나’의 모습에서,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인정이 메마른 세태를 엿볼 수 있습니다.

5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나’는 ‘아저씨’의 죽음에 연루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② ⓑ – ‘나’는 도의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③ ⓒ – ‘안’은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다.

④ ⓓ – ‘아저씨’가 큰 병을 앓아 왔음을 알 수 있다.

⑤ ⓔ – ‘안’이 심리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음을 암시한다.

54. 윗글을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의논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여관은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릴 수 있도록 허름한 곳으로 정하는 게 좋을 거야.

② 화투는 사건의 극적 반전을 암시하는 중요한 소품이니까 잊지 말고 잘 준비해 두어야 해.

③ 여관방 내부의 모습은 세 사람의 역할과 성격이 분명히 드러날 수 있도록 꾸밀 필요가 있겠지?

④ 첫 장면의 밤거리 모습은 조명을 아주 밝게 해서 어두운 골목길과 대조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게 좋겠어.

⑤ 마지막 장면에서 ‘나’와 ‘안’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애틋한 표정과 목소리 연기로 이별의 아쉬움이 잘 드러나도록 하자.

55. ㉮ 부분의 대화에 드러난 인물간의 심리적 태도를 도식화하려 한다. (a), (b)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아저씨

(a) ↙↗우호 의존↘↖(b)

나 ←냉담 안

우호→

(a) (b) (a) (b)

① 의존 냉담 ② 냉담 우호

③ 우호 의존 ④ 의존 우호

⑤ 우호 냉담

[해설] (2002.10 고3)

51. 제시된 장면은 세 사람이 밤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여관에 들어온 때로부터 다음날 아침 ‘나’와 ‘안’이 죽은 사내를 뒤로 한 채 여관을 떠나 헤어질 때까지의 이야기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정답] 3

52. 이 글에서 조명하고 있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연대 의식 상실과 인간 소외, 그리고 개인주의적인 삶의 모습’이다. / 그러나 ③과 같이, 세 사람이 여관에 들어간 것을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본문에서는 찾을 수 없다. [정답] 3

53.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것’이라는 ‘안’의 진술을 통해, 약의 용도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살’을 위해 준비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정답] 4

54. 작품의 분위기는 인물이나 사건, 배경 등의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되는 것이다. 인물들 간의 대화 내용이나 아저씨의 죽음이라는 사건 등을 고려할 때,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하고 쓸쓸함’이다. 여관은 사건을 둘러싼 공간적 배경이므로, 이러한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허름한 곳’으로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정답] 1

55. ㉮에서, ‘아저씨’는 “혼자 있기 싫습니다.”라고 하면서 ‘나’와 ‘안’에게 의존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반면에, ‘안’은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아저씨’와 ‘나’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있다. [정답] 1

(2004.5 고2 경기도 학업성취도평가)

[15~1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구청 병사계 직원인 ‘나’는 선술집에서 대학원생 ‘안’과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눈다. 자리를 옮기려고 일어섰을 때, 한 사내가 다가와 오늘 아내가 죽었다고 한다.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난 서적 외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돈 사천 원을 주더군요. 난 두 분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도 세브란스 병원 울타리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내가 누워 있을 시체실이 있는 건물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만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울타리 곁에 앉아서 병원의 큰 굴뚝에서 나오는 희끄무레한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이 해부 실습하느라고 톱으로 머리를 가르고 칼로 배를 째고 한다는데 정말 그러겠지요?”.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환이 단무지와 양파가 담긴 접시를 갖다 놓고 나갔다.

“기분 나쁜 얘길 해서 미안합니다. 다만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한 가지만 의논해 보고 싶은데,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오늘 저녁에 다 써버리고 싶은데요.”

“쓰십시오.” 안이 얼른 대답했다.

“이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시겠어요?”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함께 있어 주십시오.”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승낙했다.

“멋있게 한 번 써 봅시다.”라고 사내는 우리와 만난 후 처음으로 웃으면서, 그러나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중국집에서 거리로 나왔을 때는 우리는 모두 취해 있었고, 돈은 천 원이 없어졌고, ㉠사내는 한쪽 눈으로는 울고 다른 쪽 눈으로는 웃고 있었고, 안은 도망갈 궁리를 하기에도 지쳐 버렸다고 내게 말하고 있었고, 나는 “악센트 찍는 문제를 모두 틀려 버렸단 말야, 악센트 말야”라고 중얼거리고 있었고, 거리는 영화에서 본 식민지의 거리처럼 춥고 한산했고, 그러나 여전히 소주 광고는 부지런히, 약 광고는 게으름을 피우며 반짝이고 있었고 , 전봇대의 아가씨는 ‘그저 그래요’라고 웃고 있었다.

[A]< “이제 어디로 갈까?” 하고 아저씨가 말했다. “어디로 갈까?” 안이 말하고, “어디로 갈까?”라고 나도 그들의 말을 흉내냈다. 아무데도 갈 데가 없었다. >

< 중 략 >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북스럽기만 했다.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리에게 더 좋았던 셈이었다 .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아주 피곤합니다.” 안이 말했다.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안이 말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

“화투라도 사다가 놉시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지만,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 하고 안은 말하고 나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말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나서 사환이 가져다 놓은 자리끼를 마시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안이 나를 깨웠다.

“그 양반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예?”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 버렸다.

㉤“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역시 ……” 나는 말했다 .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아직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선 빨리 도망해 버리는 게 시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이지요?”

“물론 그렇겠죠.”

나는 급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 개미 한 마리가 방바닥을 내 발이 있는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그 개미가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얼른 자리를 옮겨 디디었다.

밖의 이른 아침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15.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인물들의 성격을 대화와 행동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② 상징적인 상황을 설정하여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③ 사건을 체험한 사람이 직접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④ 현실에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인물의 성격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⑤ 특정한 시대적 배경을 제목으로 설정하여 내용의 사실성을 강화하고 있다.

16. 위 글의 인물간의 관계를 연대감을 중심으로 도식화하였다. 적절한 것은?

① ② ③ ④ ⑤

<그림 생략>

17. [A]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순수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② 물질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드러내고 있어.

③ 삶의 지향점을 잃은 현대인의 심리를 엿볼 수 있어.

④ 부정적 현실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⑤ 현실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18.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공통적인 화제가 없이 자신의 상황에만 몰입된 인간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② ㉡ : 함께 걸을 수 있었던 거리가 여관보다는 의사 소통이 원활한 곳이었음을 나타낸다.

③ ㉢ : 다른 사람과 운명을 함께 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④ ㉣ : 자신의 실체를 감추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익명성(匿名性)을 보여주고 있다.

⑤ ㉤ : 사내의 죽음을 예감했으면서도 이를 외면하는 현대인의 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 <보기>는 위 작품의 수업을 위해 배부한 그림 자료이다. 위 글과 관련지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 ⓒ ⓓ ⓔ

<그림 자료 생략>

① ⓐ는 ‘사내’가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고 의사에게 돈을 받고 있는 장면입니다.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에서 사내는 그 돈을 매우 부담스러워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② ⓑ는 등장 인물들이 중국집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장면입니다. 음식을 먹는 모습에서 우연히 만난 도시인들이 인간적인 교류를 모색하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③ ⓒ는 등장 인물들이 거리를 걷고 있는 장면입니다. 함께 거리를 걷고 있지만 여전히 개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④ ⓓ는 등장 인물들이 각각 다른 방에서 쉬고 있는 장면입니다. 벽으로 단절된 공간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파편화된 도시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⑤ ⓔ는 여관방에서 ‘나’가 개미를 피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것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낌과 동시에, 사내의 자살 사건에 연루되기 싫어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해설] (2004.5 고2 경기도 성취도)

15. 이 소설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뚜렷한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방황과 연대감 상실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자가 작품 속에 등장하여 자신이 체험한 이야기를 직접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③), 인물들의 성격을 대화와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①). 또한 여관방이라는 상징적인 상황을 설정하여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으며(②), <서울, 1964년 겨울>이라는 특정한 공간적․시대적 배경을 제목으로 설정하여 소설의 구체성을 높이고 있다(⑤). 그러나 ④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인물들이 작품 안에서 성격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정답] 4

16.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나 행동을 통해 인물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문제이다. ‘나’와 ‘안’은 동년배이지만 유대감이나 연대 의식이 전혀 없이 사내의 절망이나 죽음을 방치하고 있다. 또한 ‘안’은 ‘나’의 제의를 모두 거절하고 있으며, ‘나’와 ‘안’은 사내의 제의를 모두 묵살한다. 그러므로 인물간의 파편화를 나타낸 도식은 ②이다. [정답] 2

17. 세 사람이 모두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하면서 결정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이 장면은, ‘삶의 방향을 상실한 당대 젊은이들의 처한 모습과 심리’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정답] 3

18. 문맥에 나타난 인물들의 모습과 행동을 통해 심리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문제이다. ㉢은 ‘아저씨’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나’와 ‘안’과 함께 잠시라도 더 있고 싶어 하는 심정을 나타낸 말이지 그들과 ‘운명을 함께 하고자 한 말’은 아니다. [정답] 3

19. 이 작품은 현대인들의 비인간적인 면과 현대인들이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소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시된 그림들은 이러한 소설 속의 장면을 그림으로 나타낸 장면들이다. ⓑ의 자장면을 함께 먹는 장면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같은 공간에서 자장면을 먹으면서도 여전히 그들에게서 연대감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개인화된 상황 속에서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모색하려는 시도’라고 한 ②는 잘못된 진술이다. [정답] 2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1964년 겨울밤, 시골 출신으로 육사 시험에 실패하고 구청 병사계에 근무하는 스물다섯 살의 ‘나’는, 우연히 선술집에서 ‘안’을 만난다.

‘안’은 부잣집 대학원생으로 ‘나’와 동갑내기이다. 두 사람은 파리, 꿈틀거리는 것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우리 다른 얘기합시다.” 하고 그가 다시 말했다.

나는 심각한 얘기를 좋아하는 이 친구를 골려 주기 위해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기의 음성을 자기가 들을 수 있는 취한 사람의 특권을 맛보고 싶어서 얘기를 시작했다. “평화 시장 앞에 줄지어 선 가로등들 중에서 동쪽으로부터 여덟 번째 등은 불이 켜 있지 않습니다…….” 나는 그가 좀 어리둥절해하는 것을 보자 더욱 신이 나서 얘기를 계속했다.

“…… 그리고 화신 백화점 육 층의 창들 중에서는 그중 세 개에서만 불빛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해질 사태가 벌어졌다. 안의 얼굴에 놀라운 기쁨이 빛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가 빠른 말씨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서대문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이 서른두 명 있는데 그중 여자가 열일곱 명이었고, 어린애는 다섯 명, 젊은이는 스물한 명, 노인이 여섯 명입니다.”

“그건 언제 일이지요?”

“오늘 저녁 일곱 시 십오 분 현재입니다.”

“아.” 하고 나는 잠깐 절망적인 기분이었다가 그 반작용인 듯 굉장히 기분이 좋아져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단성사 옆 골목의 첫 번째 쓰레기통에는 초콜릿 포장지가 두 장 있습니다.”

“그건 언제?”

“지난 십사 일 저녁 아홉 시 현재입니다.”

“적십자 병원 정문 앞에 있는 호두나무의 가지 하나는 부러져 있습니다.”<중략>

“안 형은 오늘 저녁엔 서대문 근처에서 살고 있었군요.” “예, 서대문 근처에서 살고 있었어요.”

“난 종로 2가 쪽입니다. 영보 빌딩 안에 있는 변소 문의 손잡이 조금 밑에는 약 이 센티미터가량의 손톱자국이 있습니다.”<중략>

“의미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난 무슨 의미가 있기 때문에 종로 2가에 있는 빌딩들의 벽돌 수를 헤아리는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렇죠? 무의미한 겁니다. 아니 사실은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난 아직 그걸 모릅니다. 김 형도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 한번 함께 그거나 찾아볼까요. 일부러 만들어 붙이지는 말고요.”

“좀 어리둥절하군요. 그게 안 형의 대답입니까? 난 좀 어리둥절한데요. 갑자기 의미라는 말이 나오니까.” “아, 참, 미안합니다. 내 대답은 아마 이렇게 될 것 같군요. 그냥 뭔가 뿌듯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밤거리로 나온다고.”

그는 이번엔 목소리를 낮추어서 말했다.

“김 형과 나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서 같은 지점에 온 것 같습니다. 만일 이 지점이 잘못된 지점이라고 해도 우리 탓은 아닐 거예요.”<중략>

아무튼 그 사내가 나나 안 중의 어느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그냥 우리 쪽을 향하여 말을 걸어온 것이다. “미안하지만 제가 함께 가도 괜찮을까요? 제게 돈은 얼마 있습니다만…….”

이라고 그 사내는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 힘없는 음성으로 봐서는 꼭 끼어 달라는 건 아니라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것 같기도 했다. 나와 안은 잠깐 얼굴을 마주 보고 나서,

“아저씨 술값만 있다면…….

이라고 내가 말했다. “함께 가시죠.”

라고 안도 내 말을 이었다. “고맙습니다.”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역순행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② 장황한 해설을 통해 작가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③ 서술의 초점을 한 인물에 맞추어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④ 인물들 사이의 대립 구도를 통해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⑤ 우리 사회의 전형성을 지닌 인물들을 통해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2. 이 글에 나타나는 인물 간 대화의 특징으로 적절한 것은?

①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나타나 있다.

②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나타나 있다.

③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서로의 공감대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④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상징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⑤ 자신의 의견에 대한 근거를 함께 제시하여 상대방을 설득하고 있다.

3. 작가가 등장인물을 ‘김’, ‘안’, ‘사내’로 표현한 이유를 쓰시오.

4. 이 글을 <보기>의 밑줄 친 부분에 중심을 두고 감상하고 있는 사람은?

​<보기>

문학 작품의 해석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관여하는데 크게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으로 나눌 수 있다. 내재적 관점은 구성 요소나 표현 방식 등 작품 내적인 요소에 중심을 두고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외재적 관점은 작품과 관련된 시대적 현실 , 작가, 독자 등 작품 외적인 요소에 중심을 두고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① 철수: 이 글에는 감각적이고 섬세한 문체가 나타나 있어.

② 정수: 이 글에 나타난 냉소적 어조는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어.

③ 영수: 이 글은 1960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간의고립과 소외를 드러내고 있어.

④ 종수: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고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아.

⑤ 민수: 이 글을 쓴 작가의 후기 소설에서는 꿈이나 환상을 잃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주로 다루었다고 했는데, 이 글에서도 그러한 삶의 모습이 나타나 있어.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말하기 시작했다.

“들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오늘 낮에 제 아내가 죽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그는 이젠 슬프지도 않다는 얼굴로 우리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네에에.”, “그거 안되셨군요.”라고 안과 나는 각각 조의를 표했다.

<중략>

사내는 고개를 떨구고 한참 동안 무언지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안이 손가락으로 내 무릎을 찌르며 우리는 꺼지는 게 어떻겠느냐는 눈짓을 보냈다. 나 역시 동감이었지만 그때 사내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계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눌러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는 재작년에 결혼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친정이 대구(大邱) 근처에 있다는 얘기만 했지 한 번도 친정과는 내왕이 없었습니다. 난 처갓집이 어딘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었어요.”

그는 다시 고개를 떨구고 입을 우물거렸다.

“뭘 할 수 없었다는 말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내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그러나 한참 후에 다시 고개를 들고 마치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난 서적 월부 판매 외교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돈 사천 원을 주더군요. 난 두 분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도 세브란스 병원 울타리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내가 누워 있을 시체실이 있는 건물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만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울타리 곁에 앉아서 병원의 큰 굴뚝에서 나오는 희끄무레한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이 해부 실습하느라고 톱으로 머리를 자르고 칼로 배를 찢고 한다는데 정말 그러겠지요?”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환이 다꾸앙과 파가 담긴 접시를 갖다 놓고 나갔다.

“기분 나쁜 얘길 해서 미안합니다. 다만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한 가지만 의논해 보고 싶은데,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오늘 저녁에 다 써 버리고 싶은데요.”

“쓰십시오.”

안이 얼른 대답했다.

“이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시겠어요?”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함께 있어 주십시오.”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승낙했다.

“멋있게 한번 써 봅시다.”

라고 사내는 우리와 만난 후 처음으로 웃으면서 그러나 여전히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A]<중국집에서 거리로 나왔을 때는 우리는 모두 취해 있었고, 돈은 천 원이 없어졌고 사내는 한쪽 눈으로는 울고 다른 쪽 눈으로는 웃고 있었으며, 안은 도망갈 궁리를 하기에도 지쳐 버렸다고 내게 말하고 있었고, 나는 “악센트 찍는 문제를 모두 틀려 버렸단 말야, 악센트 말야.”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고, 거리는 영화에서 본 식민지의 거리처럼 춥고 한산했고, 그러나 여전히 소주 광고는 부지런히, 약 광고는 게으름을 피우며 반짝이고 있었고, 전봇대의 아가씨는 ‘그저 그래요.’라고 웃고 있었다.>

[B]<“이제 어디로 갈까?” 하고 아저씨가 말했다. “어디로 갈까?” 안이 말하고, “어디로 갈까?” 라고 나도 그들의 말을 흉내 냈다. 아무 데도 갈 데가 없었다.>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5. 이 글의 서술상의 특징으로 적절한 것은?

① 인물 사이의 갈등과 해소가 중심 구조를 이루고 있다.

② 빠른 장면 전환을 통해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③ 등장인물의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다.

④ 현재형 어미를 사용하여 일상적 삶의 모습을 부각하고 있다.

⑤ 특별한 사건 없이, 단편적인 삽화들이 시간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6. ㉠의 이유로 적절한 것은?

①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②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③ ‘나’와 ‘안’에게 호의를 베풂으로써, 이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④ 자신의 호의에 대해 무관심을 드러내는 ‘나’와 ‘안’에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⑤ 아내의 시신을 팔았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오래 지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7. 작가가 [A]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바를 서술하시오.

​8. [B]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삶의 지향점을 상실한 현대인의 심리를 보여 주고 있군.

② 물질에 매몰된 현대인의 욕망을 강조하여 표현하고 있군.

③ 불안 심리를 떨쳐 버리려는 현대인의 의지를 반복을통해 보여 주고 있군.

④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려고 노력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나타나 있군.

⑤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보다는 권리를 소중히 생각하는 현대인의 사고방식이 나타나 있군.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중간 부분의 줄거리]

‘사내’는 ‘나’와 ‘안’에게 넥타이와 귤을 사 준다. 갈 데가 없는 세 사람은 소방차를 따라 화재 현장에 가서 불구경을 한다. 그곳에서 ‘나’와 ‘안’은 또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고, ‘사내’는 남은 돈을 불 속으로 던진다. ‘사내’에게 돈이 떨어지자 ‘나’와 ‘안’은 ‘사내’와 헤어지려고 하지만, 그는 혼자 있기가 무섭다며 하룻밤을 같이 지내기를 간청한다. ‘사내’는 여관비를 위해 월부 책값을 받으러 가지만 돈을 받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서 거리로 나왔다. 적막한 거리에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몹시 춥군요.”

라고 사내는 우리를 염려한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추운데요. 빨리 여관으로 갑시다.”

안이 말했다.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여관에 들어갔을 때 안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게 좋겠지요?”

“모두 한방에 드는 게 좋겠지요.”

라고 나는 아저씨를 생각해서 말했다.

아저씨는 그저 우리 처분만 바란다는 듯한 태도로 또는 지금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태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북스럽기만 했다 .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리에게는 더 좋았던 셈이었다 . 벽으로 나뉜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 모두 같은 방에 들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

내가 다시 말했다.

“난 지금 아주 피곤합니다.”

안이 말했다.

“방은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자기로 하지요.”

㉣“ 혼자 있기가 싫습니다.”

라고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 혼자 주무시는 게 편하실 거예요. ”

안이 말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헤어져서 사환이 지적해 준, ⓐ나란히 붙은 방 세 개에 각각 한 사람씩 들어갔다.

“화투라도 사다가 놉시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지만,

“난 아주 피곤합니다. 하시고 싶으면 두 분이나 하세요.”

라고 안은 말하고 나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피곤해 죽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말하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숙박계엔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쓰고 나서 사환이 가져다 놓은 자리끼를 마시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다.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9. ㉠~㉤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인물들이 더 이상 공유할 것이 없어서 어색해하고 있어.

② ㉡: 거리에서는 적어도 세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야.

③ ㉢: ‘나’는 ‘안’에 비해 어느 정도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④ ㉣: ‘사내’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어.

⑤ ㉤: ‘안’은 ‘나’와 ‘사내’가 불편해할까 봐 방을 따로 잡자고 말하고 있어.

​10. ⓐ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바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

②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현대인의 모습

③ 편안한 안식처가 되지 못하는 현대 가정의 모습

④ 주거 환경의 변화로 심리적 불편을 겪는 현대인의 모습

⑤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맺지 못하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현대인의 모습

11. 개인의 노출을 꺼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내는 ‘나’의 행동을 찾아 쓰시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다음 날 아침 일찍이 안이 나를 깨웠다.

“그 양반,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예?”/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 버렸다.“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역시…….”

나는 말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아직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린 빨리 도망해 버리는 게 시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살이지요?”

“물론 그것이겠죠.”

나는 급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 ⓐ개미 한 마리가 방바닥을 내 발이 있는 쪽으로 기어 오고 있었다. 그 개미가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얼른 자리를 옮겨 디디었다.

밖의 이른 아침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빠른 걸음으로 여관에서 떨어져 갔다.

“난 그 사람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안이 말했다.

“난 짐작도 못했습니다.”

라고 나는 사실대로 얘기했다.

“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코트의 깃을 세우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그렇지요. 할 수 없지요. 난 짐작도 못 했는데…….”

내가 말했다.

“짐작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가 내게 물었다.

“어떻게 합니까? 그 양반 우리더러 어떡하라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혼자 놓아두면 죽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게 내가 생각해 본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난 그 양반이 죽으리라고는 짐작도 못 했다니까요. 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모양이군요.”

안은 눈을 맞고 있는 어느 앙상한 가로수 밑에서 멈췄다. 나도 그를 따라서 멈췄다. 그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김 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두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기웃했다.

㉠“ 두려워집니다.”

“뭐가요?”

내가 물었다.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리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입니다.”

나는 말했다.

“하여튼…….”

하고 나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마침 버스가 막 도착한 길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버스에 올라서 창으로 내다보니 안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무언지 곰곰이 생각하고 서 있었다.

–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12. 다음 중, 이 글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기에 적합한 것은?

① 꽃이 / 피는 건 힘들어도 / 지는 건 잠깐이더군. /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 아주 잠깐이더군. -최영미, ‘선운사에서’

② 이 비 그치면 /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 푸르른 보리밭 길 / 맑은 하늘에 /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 이수복, ‘봄비’

③ 진주 장터 생물어전에는 /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진 어스름을, // 울엄매의 장사 끝에 암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 은전만큼 손안 닿는 한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 박재삼, ‘추억에서’

④ 하이얀 모색 속에 피어 있는 / 산협촌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 파아란 역등을 달은 마차가 한 대 잠기어 가고, / 바다를 향한 산마룻길에 /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위엔 /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 김광균, ‘외인촌’

⑤ 세상이 바람이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 사람이 사는 마을 / 가장 낮은 곳으로 /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 우리가 눈발이라면 /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 편지가 되고 /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 새살이 되자.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13. ‘안’이 ㉠과 같이 말한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다른 사람이 죽은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② 경제적으로 무능한 자신의 앞날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③ 자신도 사내와 같은 처지가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④ 죽은 사내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입게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⑤ 사내의 죽음을 계기로, 타인에게 방관자로 살아가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14. <보기>는 이 글에 대한 비평문이다. ⓐ~ⓔ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 “우리가 너무 늙어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라는 말은 도시적 인간관계에 대한 무감각과 관성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 자아를 향한 통과의례에서 살아 남은 주인공들은 이처럼 도시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시민 정신을 보여 준다. 반면 ⓒ 자살한 30대 익명의 남자는 도시의 잔혹함에 의해 철저하게 파멸해 간 희생양이다. ⓓ 고립된 인물들로 가득 찬 서울이라는 공간은 공동체가 해체되고 급속도로 개인화되어가는 현대 도시로 묘사될 뿐이다. 그리하여 독자는 소설의 인물을 따라 어둡고 긴 터널 같은 시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 불편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본질을 깨달을 때, 독자는 비로소 인물의 방황에 연민을 갖게 되는 것이다.

① ⓐ ② ⓑ ③ ⓒ ④ ⓓ ⑤ ⓔ

​15 이 글에서 ⓐ가 의미하는 바를 쓰시오.

​[해설]

1 ⑤ 2 ③ 3 예시 답안 참고 4 ③ 5 ⑤ 6 ⑤ 7 예시 답안 참고 8 ① 9 ⑤ 10 ⑤ 11 예시 답안 참고 12 ⑤ 13 ⑤ 14 ② 15 예시 답안 참고

1 이 글은 1960년대 당시 우리 사회의 전형성을 지닌 인물들을 통해 당시 시대가 당면한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2 ‘나’와 ‘안’은 각자 자신이 알고 있거나 느꼈던 것만을 주고받으며, 모호하고 불분명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서로의 공감대 없이 이루어지는 단절된 대화로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나’와 ‘안’이 벌이는 대화는 의사소통과 인간적 유대가 단절된 현대인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3 [예시 답안] 이 글의 등장인물을 실명이 아닌 ‘김’, ‘안’,‘ 사내’로 표현한 것은 군중 속에서 개성이 상실된 현대인의 익명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4 작품과 관련된 시대적 현실과 관련하여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것은 ③이다.

5 이 글은 특별한 사건 없이 단편적인 삽화들이 시간적으로 연결되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6 사내는 아내가 병으로 숨지자 어쩔 수 없이 그 시신을 병원에 팔지만, 사랑하는 아내의 시신을 팔았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지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7 [예시 답안]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을 보여 줌으로써 이들의 관계가 철저하게 단절된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8 ‘안’과 ‘나’와 ‘사내’의 대화는 서로의 말을 흉내 내는 무의미한 말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특별히 갈 곳도, 하고 싶은 일도 없기 때문에, 이들의 대화 또한 생각을 나누고 목적지를 결정할 수 있는 진실된 것이 아니다. 이 대화를 통해 이 인물들은 사회적 연대감을 잃고 뚜렷한 목적지 없이 방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 ‘안’이 방을 따로 잡자고 이야기한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만의 편의를 추구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통해 개인주의적인 안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10 벽을 사이에 두고 각각 다른 방에 들어가는 행위를 통해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맺지 못하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현대인의 인간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11 [예시 답안] 숙박계에 거짓 이름, 거짓 주소, 거짓 나이, 거짓 직업을 씀.

12 이 글은 현대 사회의 인간 고독과 소외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기에 적합한 것은 상처받고 소외된 이웃을 따뜻하게 감싸고자 하는 소망이 드러난 ⑤이다.

13 ‘안’은 사내의 죽음을 보고 난 후, 자신이 나이에 비해 타인에게 방관자로 살아가는 태도에 너무 익숙해졌음을 느끼고 이러한 자신의 태도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14 이 글의 ‘안’과 ‘김’은 ‘사내’의 죽음을 방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도시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시민 정신을 보여 준다고 볼 수 없다.

15 [예시 답안] 이 글에서 ‘개미’는 소외된 채 자살한 사내의 분신이자 ‘나’의 양심을 의미한다. ‘나’가 개미가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은 ‘사내’를 죽게 놓아 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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